우린 매일 소통하지.
예전 글에도 적었다시피 매일 저녁은 하나의 국제적 대화장이 열리곤 한다.
일본인 룸메이트 친구 2명, 메구미와 마키, 그리고 나 이 셋은 항상 저녁마다 모이는 멤버이다.
고등학교 제2외국어가 일본어였지만 히라가나, 가타가나를 다 까먹어서 알아듣는 건 아주 기본적인 단어뿐이라 일본어를 완전히 알아듣기란 힘들기에 주로 영어를 사용한다.
우리 모두 원어민이 아니기에 영어로 설명하기 어려운 것들은 더더욱 머리를 써가며 열심히 설명해야 되는 상황이 매일 찾아온다.
우리의 요즘 주된 관심사는 변비이다. 왜 변비가 생겼고 어쩌다 변비가 생긴 것 같고, 내 상황이 이러쿵저러쿵.
"요즘 변비는 어때, 괜춘?"
"ㄴㄴ 죽겠음"
"아..."
룸메이트 마키는 최근 변비로 고생하고 있다고 한다. 나도 변비 때문에 스트레스받은 적이 많아서 마키의 마음을 십분 이해하기에 혹시 스트레스받는 일 있냐며 걱정해주었다. 그래서 저녁에 만날 때마다 배를 손으로 가리키며 오케이 사인을 보낼 때마다 그녀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하곤 한다.
참 웃긴 게, 평상시 한국인 친구들하고 대화할 때 정말 생각 없이 아무렇지 않게 대화할 수 있는 것들이 영어로 대화하려니까 도대체 '변비'가 영어로 뭔지 모르겠더라. 그래서 우리의 처음 '변비' 대화는 이러했다. 마키는 자신의 배를 손으로 가리키며
"I can't poop well"
"what? why?"
"I have, umm..(변비 단어 생각하는 중.) 밴삐."
"밴삐.. 밴삐??? 변비???"
"Yes! Yes!! 밴삐!!!"
일본어와 한국의 변비 발음 단어가 비슷해서 밴삐라고 하자마자 바로 알아들은 것이다. 그 이후로 계속 밴삐와 변비를 반복해서 사용하다 보니 변비가 영어로 진짜 '밴삐'인 거 마냥 여겨져서,
"How was your 밴삐?"로 물어보기가 다수였다.
하루는 변비가 영어로 밴삐가 아니란 걸 갑자기 깨달은 후 잠시만, 그래서 변비가 영어로 뭐야? 하며 급 구글링을 하기 시작했다.
'diarrhea(설사)' 아 그거 아니라며 절레절레. 구글링을 통해 찾은 단어는 변비, 밴삐와는 거리가 먼 발음의 'constipation(변비)'을 찾자마자 우리는 응? 컨스.. 뭐라고? 발음 다시. 다시. 뭐라고?를 듣기를 반복하며 constipation을 여러 번 들었다. 컨스터 페이션.. 컨스터 페이션...
변비를 주제로 대화를 많이 나눴지만 들어본 적 없던 단어라 다음 날 저녁에 또 만나면 "변비가 영어로?" "constipation!" 이라며 변비 보단 좀 더 고급진 단어로 국제적 대화의 품격을 높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