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지러워서 잠을 못 자겠어요!
작년 3월 캐나다에 온 이후로 갑자기 이름 모를 피부 발진이 꼭 특정 손가락 마디에만 나타나기 시작했다.
몇몇 친구들은 내 손을 보고 이렇게 말했다.
"손에도 무좀이 이란 게 생기나?"
"너 집안일 많이 하는구나"
"무슨 알레르기야?"
발에도 무좀이 나 본 적이 없고, 집안일이라고 말하기 부끄러울 정도의 작은 방 한 칸을 렌트해서 살고 있으며, 그 흔한 어떤 과일, 꽃가루 알레르기 하나 없는 나름 건강한 몸을 갖고 있었는데 말이다.
정말 제멋대로의 피부 발진이어서 하루 잠자고 일어나면 나타나 있어서 딱히 신경 쓰지 않은 채 살아왔다.
그러나 한번 발진이 일어나면 새벽에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만큼 간지러움이 시작된다.
최근에 집에서 먹고 자고 하는 일만 많아져서 매일 요리하는 것도 한계라 인스턴트 음식을 자주 찾았다.
한동안 잠잠하다 싶더니 인스턴트 음식 때문일까나, 아니면 기온이 오락가락이어서 일까나.
새벽에 나도 모르게 내 손가락을 벅벅 긁고 있는 채로 잠에서 깨어난 적이 있다.
비몽사몽인 채 무의식적으로 긁지 말아야겠다고 생각을 했는지 손을 이리저리 문지르고 때리고 난리도 아니었다.
결국, 병원을 가야겠다고 마음먹고 다음 날 인터넷으로 어떻게 하면 진료를 받을 수 있을지 이리저리 검색해보기 시작했다.
오 마이 갓 이게 웬걸. 지금 상황에서 병원에 가는 게 제일 위험하다고 생각했던 나는, 온라인 진단을 할 수 있는 클리닉을 발견했다. 야쓰! 내 증상을 적고, 사진도 찍어 올리고 하다 보니 그냥 예약이 간편하게 돼버렸다.
그리고 온라인 진단은 생각보다 간편했고 나쁘지 않았다. 사실 그전에 내 증상을 카메라에 대고 어떻게 유창하게 영어로 말하나 그게 더 걱정이었다. 처방전은 내가 등록한 집 근처 약국으로 의사를 통해 보내졌고 나는 그냥 몸만 가면 됐었다.
약국 가서 처방해준 연고를 결제하고 받았을 때, 그 전엔 드럭스토어에 가서 사는 연고면 충분하다고, 혹시 처방약 금액이 많이 들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더 앞서 있었어서 병원을 멀리했었는데 병원에서 처방해준 연고가 훨씬 쌌다. 에휴, 미련하게 미루지 말고 그냥 병원 제때 방문할걸. 의사에게 처방받기 전 웃긴 에피소드는 최근 한 드럭스토어 약사는 이렇게 말했다.
"손을 최대한 씻지 마세요"
"네?"
"어차피 집에 잘 안 나가잖아요. 나갔다 들어올 때만 손 씻고, 최대한 손 씻지 마세요"
"아하하.. 네.."
저게 최선의 처방이야..? 그냥 더 좋은 약을 추천해줄 순 없는 거야..?
아마도 병명은... 습진인 것 같다. 한국보다 더 건조하고 기온 변화가 심한 환경이어서 더 내 손이 민감하게 반응한 걸 수도 있을 것이다. 약 처방받기 전엔 잠자기가 무서웠다. 간지러움이 생각보다 무척 고통스러웠기 때문이다. 다행이다. 이제는 좀 더 편하게 잘 수 있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