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강인 듯 개강 아닌 개강 같은 너.
2020년 5월 19일 캐나다 오전 시간으로 여름학기가 개강했다.
약 3주간의 짧은 방학이 넷플릭스와 함께 훅 지나가버리고 다시 머리를 써야 되는 시기가 돌아왔다.
원래 개강 첫날 전에 학교에서 먹을 점심을 준비하거나, 공책, 필기구 같은 거 등을 챙기느라 정신이 좀 없었는데 이번 개강은 너무도 다르다...
캐나다에서 대학생활이 인생 첫 대학이라 뭔가 잔뜩 기대할 뻔했는데, 그러기도 전에 온라인 개강으로 집에서 2학기를 즐겁게 맞이했다. 과연 즐거운 것인가.. 싶기도 하지만, 생각만큼 온라인 속 대화가 답답하진 않았다.
국제학생이라 현지 학생들보다 몇 배 비싼 학비를 낼 땐 진짜 눈물을 삼키며 냈었는데 막상 온라인 개강이 오픈하니 여태 집에만 있는 일이 너무 익숙해졌는지 아침에 느긋하게 세수하고 양치하고 커피로 수업을 기다리는 시간이 나름 설렜다.
순간순간 들려오는 카톡 카톡에 눈이 가기도 했지만 첫 수업이니 하나도 빼먹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교수가 올려준 교육 자료를 보면 실강의 때보다 오히려 빼곡하고 더 정교하게 정리되어 있어서 온라인이 마냥 나쁘지만은 않구나 하고 느꼈다.
뭐 영어울렁증 덕분에 온라인이 더 편하게 느끼는 거기도 하고.
나는 한번 내 기가 꺾이면 그 감정이 쭉 가는 타입이다.
그래서 이번 학기 목표는 멘털 관리를 잘해서 좋은 점수받는 것이다.
1학기 때는 뭘 배웠는지도 모른 채 눈 깜짝하니까 지나갔고, 영어에 허덕이느라 바빴다. 그래서 그런지 과목마다 점수도 천차만별이다. 내가 열심히 한건 점수를 짜게 받았고 느슨하게 한 건 점수를 많이 받았다.
1학기를 돌이켜 보면 열심히 했다고 생각한 것이 점수를 적게 받은 이유가 스스로 이건 내가 취약한 거야라며 지레 겁먹고 그 두려움에 과하게 몰두하다 보니 정작 과제의 진짜 목표를 잃어버린 채 임하지 않았나 싶다. 여기저기 물어보며 '열심히'는 했으나 이렇게 해야 맞아, 아냐 저렇게 해야 맞아. 이러쿵저러쿵 다른 친구들의 말에 쉽게 휘둘리며 과제를 해오진 않았나 반성해본다.
느슨하지만 목표를 잃어버리지 않는 학기가 되고 싶다. 여유와 집중을 찾는 과정..!
특히나 온라인이어서 여기저기 방해하는 것들이 많을 텐데, 집중하고 엉덩이 딱 붙이고 하는 버릇을 이참에 들여야겠다.
학기 시작 전에도 부족한 영어실력이 항상 걸림돌이라고 생각해서 어떻게 두려움을 극복할까 고민을 했었다.
이번이 기회다. 카메라는 마이크는 키고 이것저것 많이 물어보며 부딪히는 것이 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