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deography라는 수업에서 다양한 카메라 앵글과 샷을 이용한 1분 이내의 영상을 만드는 과제를 받았다.
대상이 필요해서 같이 수업 듣는 브라질 친구에게 출연을 부탁했다.
흔쾌히 오케이 해주었지만 그때부터 시작이었을까. 약간의 불안감이 찾아왔다.
때는 어제, 6월 5일 촬영 겸 피크닉도 하기 위해 친구 한 명을 더 불렀다.
갑자기 소나기처럼 뜨거운 비가 우왕 하고 내리더니 건물 안으로 급히 피신했다. 나는 얼른 이렇게든 저렇게든 촬영을 하고 싶었는데 날씨 때문에 접어야 되나... 싶었다.
그러다 갑자기 해가 나왔고 시원한 바람이 강하게 불었다. 이때다 싶어서 출연을 부탁한 친구에게 이런저런 디렉션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친구의 단점이 너무 산만하다는 것이다. 본인도 인정하는 사실이다.
잠깐만 집중해서 하면 금방 끝날 것을 끊임없이 장난치고 이렇게 좀 해달라는 걸 너무 안 들어서 원래 생각했던 콘셉트를 그 자리에서 그냥 바꿔버렸다.
한 두 번이면 모르겠는데 계속 그러니까 점점 화가 올라왔다. 나를 가지고 장난치는 건가? 지금 안 하겠다는 건가? 원치 않으면 안 해도 된다고 했는데 뭐지?
결국, 터졌다.
피크닉을 위해 벤치에 자리 잡았는데 표정관리가 안되면서 그냥 불편하고 집에 가고 싶었다.
다른 한 친구가 가져온 음료수를 나를 화나게 한 친구가 계속 권하는데 순간 마음속으로 그 음료를 탁 쳐버리고 싶었다.
이런 내 표정을 읽었는지 약간 확인하는 듯한 질문으로 웃으면서 화났냐고 물어보는데, 바로 그렇다고 했다.
말도 잘하고 정 많고 너무 매력 넘치는 친구지만 가끔은 내가 감당이 안될 때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참고 넘어갔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참을 수 없어서 화났다고 말하자마자 '욱' 이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그때부터 와다다다 안 되는 영어 가지고 엄청 또박또박 따졌다. 나는 혼자 화나 있는데 이 친구는 내 말을 무시하는 듯한 행동으로 핸드폰으로 놀길래 이것도 정말 마음에 안 들었다.
옆에 있던 친구가 중재해주면서, 얘가 핸드폰을 하고 있지만 네 말을 듣는 중이야.라고 했다.
그냥 그 순간 모든 게 다 마음에 안 들었다.
브라질 친구가 말하길 자기는 화가 많은 사람인데 싸우고 싶지 않다고 했다.
내가 지금 화난 상태니까 자기까지 화를 내면 친구를 잃으니 어떻게든 피하기 위해 이렇게 행동하는 거라고 했다. 우리는 서로 배워가는 중이라고, 너도 나를 알 필요가 있다면서 자기 생각을 말하더니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다.
사과를 받고 금방 풀렸지만 원래 뒤끝이 있어서 왠지 찝찝했다.
그냥, 나는 단지 내 말에 집중 좀 해달라는 건데 그게 그렇게 어려운가..?
이 친구와 있다 보면 세상에 정말 많은 사람들이 있는데 다 내 입맛대로 맞는 사람은 없지 않은가, 그렇다면 어떻게 나는 그들과 소통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앞으로도 안 싸운다는 보장은 없다.
넘치는 에너지가 감당이 안될 때가 많지만 좋은 친구를 잃고 싶지는 않다.
원하는 거 많지 않아! 내가 말할 때만 집중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