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호흡에서 긴 호흡으로.

나를 찾아가는 과정

by 비니비니캐럿캐럿

저번 주 교수가 Personal logo 과제를 내주었다.

우리가 일반 생각하는 로고들 예를 들어, 나이키, 아디다스, 코카콜라 등등. 그것들은 각자 브랜드의 캐릭터와 얼굴을 나타내고 있다.

이번 과제의 목적은 물론 나만의 로고를 '디자인' 하는 것이지만, 그 과정엔 나를 찾는 일이 필수라는 것이다.

과제 덕분에 내가 평소에 느끼는 감정들이 무엇인지, 무엇을 좋아하고 추구하는지에 대해서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평소의 나는 쉽게 긴장을 많이 하고 미리 겁먹고 돌진하지 못하는 면이 있다.

한국이 아닌 이 곳, 다문화 도시인 토론토에서도 내가 상대방의 말을 못알아듣진 않을까, 내 영어가 말이 안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호흡이 짧아지고 심장박동수가 빨라지곤 한다. 과제 점수를 너무 낮게 받을 때도 모자란 내 모습에 답답해서 앞으로 잘 버틸 수 있을까 하는 초조함에 머리가 띵해질 때도 있다.

하지만 어릴 적에 내 모습은 뛰놀기 좋아하는 아이처럼 나뭇가지를 가지고 활을 만들기도 했었고, 그 누구의 도움도 없이 혼자 두발 자전거를 마스터했으며, 한시도 놀이터에서 떠나본 적이 없을 정도로 매우 진취적이고 활동적이었다.


오늘 카페 면접을 보러 갔다. 코로나 와중에 정말 귀한 면접이다.

그래서 그런가..가기 전에도 왜이렇게 심장이 쿵쾅 거리고 뒷목이 그렇게 땡기는지, 숨쉬느라 애먹었다.

그래, 그냥 편하게 대화하러 가는 자리다. 아무도 나를 함부로 판단하진 않는다.

길게 호흡을 하나- 두울- 들이 마쉬고 세엣- 내쉬고.

면접 후, 매니저와의 소통은 완만히 잘 이루어 졌고, 카페를 나오니 홀가분 했다. 사실, 정말 아무것도 아니다. 막상 가면 아무것도 아니다. 이미 많이 겪어 왔음에도, 알고 있음에도 무의식 속의 불안감이 내 폐를 쥐어잡고 흔든다. 짧은 호흡의 근원은 나 스스로에게 만족하지 못함이 이렇게 분출 되는건 아닐까 스스로 판단해본다.

나는 잘 보이고 싶고, 완벽해 보이고 싶고, 멋져 보이고 싶고, 똑똑해 보이고 싶고, 주목 받고 싶다.


'~고 싶다'

나는 계속 무언가를 원한다. 하지만 온전히 '나'를 위한 원함은 없음을 지금 이 글을 쓰면서 다시 한번 깨달았다.

나의 '열망'은 '상대'를 위한 것이다.

상대가 나를 완벽하다, 똑똑하다, 멋지다. 라고 했을 때 내 만족이 이루어 진다는 말이다.

내가 나 스스로를 인정하지 못하고 완성되지 않았다고 여기니 부족함만 눈에 들어온다.

그 부족함 뒤에 줄 서 있는 잠재되어 있는 능력이나 나를 사랑해주는 마음은 무시한채.


요즘 아침부터 짧은 요가를 시작했다.

내가 얼마나 호흡을 안하고 살았는지, 그 갇힌 호흡안에서 혼자 얼마나 바둥거리며 살아왔는지 요가를 통해 조금 느꼈다. 긴 호흡을 위해 훅 후-를 반복하다 갑자기 눈물이 나왔다. 아이러니한 눈물은 현재 너무 슬프고 힘들어서 흘린 건 아니다. 잠재되어 있던 또 다른 '나'가 터져나온 것 같았다.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중심을 잡고 눈을 감고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은 온전히 내가 '나' 이고 싶다라는 문장이 완성된다.


아쉽게도 한번에 긴 호흡을 습관하기엔 어렵다.

앞으로 벌어질 일들에 대해 조금 더 진취적이며 여유로운 생각을 위해 의식적으로 길게 숨을 쉬어야 나만의 호흡이 완성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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