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공간이 주는 어색함

잘 가, 메구미.

by 비니비니캐럿캐럿

울적하고 조금은 어색한 밤이다.

점차 하나씩 비어져 가는 방들을 보면서 외로움이 요동을 친다.


7월 이 짧은 한 달 동안 토론토 생활에서 많은 변화가 찾아왔었다.

토론토 시간으로 17일 오전 8시 30분쯤 옆방 룸메이트 친구 메구미가 일본으로 귀국하는 날이었다.

그녀가 떠나기 전엔 몰랐다. 이렇게 빈자리가 클 줄은.

3월 중순, 나는 점심이 조금 지난 시간에 이 집에 새로운 입주자로 이사를 왔다. 마침 코로나가 빵 터질 시기라 모든 가게들이 문을 닫았었고 버젓이 일을 하던 사람들이 한순간에 실업자가 쏟아져 나오는 시기였다.

그 날, 이 친구도 똑같이 출근을 준비하고 있었다. 사실 집을 한번 보러 갔을 때가 첫 만남 이긴 한데 그때를 첫 만남이라고 하기엔 너무 짧아서 이렇게 얼굴을 제대로 마주 보며 인사를 한 건 이사 온 날이 처음이었다.


그녀는 코로나로 일찍 퇴근할지도 모른다며 집을 나섰고 아니나 다를까 몇 시간이 채 되지 않아 집으로 돌아왔다.

그녀의 사장은 코로나가 완화될 때까지 나올 필요가 없다고 했고 그 날을 이후로 우리의 점심과 저녁 파티는 시작되었다.


3월부터 그녀가 귀국하기 전까지 집에서 만나지 않는 날이 없었다.

그녀는 요리를 잘했고, 대접하길 좋아하고, 나눔을 즐겨하는 친구였다.


17일 떠나기 전날 밤에도 나와 같이 사는 한국인 친구 동생에게 음식을 해주겠다며 간단한 야식을 만들어줬다.

그것은 '오야코동'. 양파, 닭, 달걀을 간장에 살짝 조려서 밥 위에 올려 먹는 일본 음식인데 예전에 먹고 싶다고 말했던 걸 기억하고 자기 짐을 다 싸기도 전에 우리에게 대접해주고 갔다.


같이 지낼 땐 몰랐다. 항상 먼저 배려하고 음식을 만들어주곤 했던 일들이 엄청난 고마움과 큰 추억으로 다가올 줄은. 그녀 방은 비어있는 채로 열려있다. 내가 방문 밖을 나갈 때나 밖에서 집으로 들어올 때 항상 이루 말할 수 없는 집안의 어색한 공기와 평생 좋은 룸메이트로 남아 있을 것 같았던 친구가 하루 만에 보이지 않으니 마음 한편이 어둡다.


그녀의 삶을 응원한다. 일본인에 대한 선입견으로 그녀의 본모습을 보려 하지 않고 행동했던 내가 지금 생각하니 낯 뜨겁다. 국적을 뛰어넘어 좋은 친구가 생김에 감사하다. 그녀의 배려심과 경청하는 태도가 어디서든 빛을 바라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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