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가고 싶네

photo by @memory_by_k

by 비니비니캐럿캐럿

7월 초 캐나다는 급격히 온도가 올라가더니 하루 사이에 35도를 육박하는 날씨에 다다랐다.

지금 살고 있는 집엔 에어컨이 강하진 않지만 그래도 더운 여름을 견딜 수 있을 만한 정도였다.


그러던 어느 날, 7월 7일 화요일, 때는 한창 일하는 레스토랑에 새로운 친구를 트레이닝하고 있는 마감 시간 무렵이었다.

한창 설명하고 있는 와중에 문자가 하나 왔다.


띠링-


"안녕, 누구(내 이름) 그리고 누구야(내 룸메이트). 우린 8월에 집 전체 레노베이션을 할 거야. 그래서 집 전체를 비워줬으면 해. 2달 정도면 너희들이 다른 집 구하는데 충분할 것 같아. 이렇게 말해서 미안해."


느닷없는 집주인의 문자가 저렇게 온 것이다. 갑자기 뒤통수를 맞은 듯 정신이 아득해져서 트레이닝하고 있는 친구한테 양해를 구하고 바로 룸메이트 친구한테 전화를 걸었다.


"너 문자 받았어?"


"네, 언니. 나 너무 당황스러운데?"


"이게 갑자기 무슨 소리야? 그리고 2달이 충분하다니? 이제 7월 중반을 달리고 있는데 8월이면 당장 몇 주 뒤잖아?"


"그니까요, 하..."


"하... 이 시국에 레노베이션이 무슨 말이야. 아 뭔데 이게.. 하.. 답장 보냈어?"


"아뇨, 아직이요."


"난 지금 답장 보냈거든, 일단 집 가서 어떻게 할지 얘기해보자."


이렇게 급박한 전화를 끝내고 나는 집주인에게 이건 너무 갑작스럽다. 지금 상황에 집 구하긴 쉽지 않을 거다 라고 답장을 보냈다.


집주인은 이렇게 보냈다.


"아 미안 8월이 아니라 9월이야. 이 말은 너네가 2달간의 시간이 있다는 거야."



"레노베이션 날짜가 정확하게 언제야? 난 솔직히 당황스러워. 언제 너네가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도 모르겠고. 적어도 너네가 3개월 전에는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해. 왜냐면 적절한 조건의 집 찾기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야."



"그럼 9월 말이면 괜찮겠어? 최근에 룸 렌트 포스팅된 거 많이 봤어. 내가 너한테 포스팅된 거 몇 개 보내줄 수 있어."


마지막으로 난 답장을 하지 않았다. 이미 약간 정신이 나가 있었고 정확한 날짜를 말해주지 않는 게 왠지 레노 날짜를 정하지도 않고 내보내려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사실, 더 혼이 나가 있었던 건, 이 더운 여름날 며칠 전부터 집 안에 에어컨이 작동이 안 됐다.

나는 집주인에게 에어컨을 틀어줬으면 좋겠다. 너무 덥다고 얘기했었다.

에어컨이 고장 나는 관계로 지금 새로운 에어컨을 주문한 상태인데 Covid로 배달이 지연되고 있다는 것이다. 아마 이번 주 금요일에 설치될 것이다.라고 했다.

그러나 이미 금요일은 훨씬 지났고 그 어떠한 얘기도 없다. 내가 여러 번 에어컨 언제 고치냐 언제 오냐를 닦달했었다. 그제야 선풍기 하나를 갖다 놓으며 셰어를 하라고 했다. 일본인 친구 한 명도 너무 더웠는지 에어컨 설치 여부에 대해서 다시 물어보니 수요일을 예상해본다 했다. 그러나 이미 수요일도 지난 상태이다.


현재 이 집에 살고 있는 사람은 나, 세 명의 룸메이트(1 한국, 2 일본), 그리고 집주인 부부 해 총 6명이 살고 있다. 참, 타이밍 좋게도 이 일본인 친구 두 명은 비자 만료로 7월 안으로 일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러니 나와 내 한국 룸메는 오해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아니, 얘네 나가는 날짜 맞춰서 지금 우리 내보내는 거 아니야?'

'내가 볼 땐 레노베이션 전까지 에어컨 설치 안 할 거 같은데?'


현재도 오해와 불신은 쌓이고 있다. 알고 보니 같이 사는 두 명의 일본 친구들은 이미 집주인의 약간은 무례한 문자에 상처를 몇 번 받은 적이 있었다.

에어컨, 집, 돈, 학업, 일 이 모든 것들이 갑자기 한꺼번에 나를 덮치니

'한국 가고 싶네.'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한국에 아무 걱정 없이 좋은 부모님 만난 팔자로 먹고사는 걱정 없이 지냈던 날들이 사소한 일이 아니구나 라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더 마음 아프고 섭섭했던 건, 그동안 지내왔던 집주인과의 좋은 추억들이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

사소한 일들이 겹치면서 오해가 커지니 같이 지내온 과거들이 순식간에 물거품이 되고 있다.

그리고 현재도 그 오해는 풀리지 않으니 얼굴 보기가 얼마나 껄끄러운지.


다행히 좋은 집을 구했다. 새로 만날 집주인은 조금 더 원활하게 소통이 되는 사람이길..

8월엔 새로운 마음으로 여름을 다시 시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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