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12일, 오늘의 날씨 맑음, 이제 가을 시작.
한동안 또 미뤘던 나만의 리포트를 다시 채우기 위해 오늘 브런치를 열었다.
언젠간 엮어서 나만의 책을 위해 제발 좀 꾸준히 채워나가자..
약 한 달 전쯤 새로운 파트타임 잡을 구해서 토론토 한 버블티 샵에서 일을 하고 있는 중이다.
약 4월쯤 코로나로 모든 상점과 심지어 공항까지 문을 닫은 토론토에서 일단 나가서 뭐라도 해보자라는 심정으로 집 근처를 배회하며 이력서를 돌렸었다. 연락이 올 거라는 기대는 솔직히 1%로도 하지 않았지만, 오면 감사한 거라고 생각했다. 으레 이력서를 받으면 미안하다. 시국이 시국인지라 구인을 하고 있지 않다고 하며 일단 이력서는 받아두겠다 혹은 아예 이력서 조차 받지 않는 곳도 허다했다.
그런데 딱 8월쯤 서서히 토론토에서 사회적 규제가 완화됨과 동시에 연락이 왔다.
마트를 갈 때마다 지나가는 버블티 샵이어서 아.. 저기서 일하면 좋겠다.. 이런 마음이 문득 들곤 했었는데 어머나 세상에 이렇게 나이스 하게 연락을 해주시다니.. 정말 하나님 아버지 감사합니다 였다.
덕분에 지금까지 나이스 한 사장님 만나서 영어도 늘리고 돈도 벌고 좋아하는 버블티도 만들면서 생애 최고의 알바를 한국도 아닌 토론토에서 경험하고 있다.
오늘은 펠릭스와 같은 스케줄이었다. 가끔 이 곳 십 대들을 보면 한국이랑 다르게 여유 있고 남 눈치 잘 안 보는 친구들을 마주칠 수 있었다. 좀 더 자유롭달까. 펠릭스의 자세한 성격까진 모르겠지만 오늘 나름 심도 있는 대화를 했다. 여기 고등학교 교육 시스템이 어떤지 물어보니 애초에 자신이 하고 싶은 과목을 선택할 수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정비 쪽을 가고 싶다면 그 프로그램에 Sign up을 하면 수업을 들을 수 있고, 8시 반 시작하면 2시 반에 수업이 끝난다고 한다. 펠릭스의 말을 들으면서 그냥 내 고등학교 때를 떠올리게 됐다. 그 당시에 나는 대학을 원치 않았고 얼른 내가 원하는 Industry에 뛰어들고 싶었다. 하나 학교, 선생님, 부모님 그 어떤 어른 조차 나처럼 대학이 아닌 다른 길을 가고자 하는 친구들을 위한 선택지를 제공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학교에 가면 아이들은 좀비처럼 수능특강에 얼굴을 파묻고 있었고 가끔 대학을 왜 가고 싶냐는 질문에 영양가 없는 대답이 돌아올 때가 많았다. 절대 친구들의 노력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존경한다. 나는 공부도 못했지만 꼭 특정한 목표가 있지 않아도 무언가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친구들이 더 대단해 보였기 때문이다.
이런 얘기를 펠릭스와 공유하며 토론토와 한국의 교육 시스템에 대해서 비교하는 유익한(?) 시간을 가졌다.
우리도 어릴 때부터 하고 싶은 걸 '경쟁'으로 쟁취하는 것이 아닌 '선택'을 통해 교양과 지식을 쌓는다면 세상 전체가 좀 더 여유롭고 다양성이 존중받는 나라가 되지 않을까 싶었다.
버블티 샵에서 이런 대화를 오늘 나눴다. 영어 때문에 표현하는데 한계는 있었지만.. 오늘 펠릭스와 대화를 통해서 나는 왜 여기 있는지.. 10대 때 눈치 안 보고 더 당당하게 나아갔더라면 지금의 나는 더 나은 삶이었을지.. 코로나로 인해 세상이 비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는데 정말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이 와중에도 나는 허망한 것만 쫓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 없이 타피오카를 저어가며 잡다한 생각을 했다.
다행히 몇 년 전보단 좀 더 유해지고 배려심도 생겼다. 그냥... 미래만 쫓는 게 아니라 현재에 내가 정말 무엇을 원하는지 그리고 그걸 찾았다면 놓치지 말고 따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