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모두 건강해야 돼.
20이 무려 두 번이나
캐나다 시간으로 31일에 한국에서 새해 복 연락이 왔다. 미래에서 먼저 2020년을 축하하는 것 같았다.
매년 연말이 되면 마음과 몸 모두가 평소보다 느슨해지면서 한 해를 돌아보곤 했다. 특별히 2019년은 이곳에서 공부하기로 마음먹었던 해 이기도 하고 평소보다 눈물이 많은 해였고 평소보다 예상치 못한 일들을 많이 맞닥뜨렸지만 그래도 잘 극복해 나갔던 해였구나 싶다. 다사다난했었던 하루를 보내서 그런지 조금은 열심히 살았단 기분이 들었던 걸까. 매년 한 해의 아쉬움으로 1월 1일 시작 전 10초 카운트 다운을 기대하곤 했었는데 이번에는 그런 마음이 들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 어떤 해 보다 무척 차분한 31일이지 않았나 싶었다 라고 생각했지만,
2020년 1월 1일 오전 12시 36분, 영하 1도 정도 되는 날씨에 송구영신 예배가 끝나고 집으로 가는 길 바깥은 바람이 생각보다 날카롭게 불고 있었다. 갑자기 이 시간에, 새해에, 그것도 20이 두 번이 붙은 년도에, 그 무엇도 아닌 1월의 첫째 날에 아무도 없이 쓸쓸히 혼자 집으로 돌아가는 내 모습과 가족과 같이 있는 교회 사람들의 모습이 비교되었다. 순간 울컥하는 마음을 잠깐 누르고 얼른 핸드폰을 꺼내 들어 아빠한테 먼저 연락을 했지만 받지 않았고, 다음 타자인 엄마에게 바로 전화를 했다. 지금 이 시간의 한국이면 엄마가 전화를 못 받진 않을까 걱정하며 신호음을 기다렸다.
"여보세요" 작게 속삭이는 목소리가 들렸다. 분명 공부 중에 받은 것이다.
"엄마!" 나도 모르게 크게 대답해버렸다.
"엄마 지금 통화돼?!" '지금 수업 중이야 나중에 통화할게'라는 말은 안 하길 바라며 상기된 목소리로 말했다.
"응, 잠시만"
대답을 듣자마자 바로 옆에 뭉쳐 있는 교회 사람들과 멀어지기 위해서 빠른 걸음으로 횡단보도를 건넜다. 엄마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눈물이 왈칵 쏟아질 뻔했기 때문이다.
"엄마, Happy New year"
"어제 해피 뉴 이어 했잖아"
"여긴 이제 1월 1일 막 지났어"
"아~그렇구나 너도 해피 뉴 이어야~"
"엄마"
"왱"
"보고 싶어!"
"와"
우리의 대화는 이런 식으로 약간은 무미건조 하지만 은근한 애정을 담아 말하곤 한다.
"와" 한 마디에 나는 "엄마 보고 싶어"라고 반복적으로 외치며 흐느끼기 시작했다. 원래 나는 부모님에겐 조금은 무뚝뚝한 딸이어서 눈물을 거의 보이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몰래 흘릴만한 눈물이 아니라는 걸 스스로 단숨에 알아버렸다.
예고도 없이 눈물을 터트리니 엄마는 내가 장난을 치는 줄 알고 하하 웃으셨다. 그렇지만 몇 초 지나지 않아서 엄마도 나와 같이 흐느끼기 시작했다. 우리 엄마도 나와 마찬가지로 본인의 솔직한 감정을 살짝 뒤로 숨기시는 분이다. 감정에 서툰 두 모녀는 그 날 만큼은 꽤나 서로의 그리움을 토해냈다.
대화의 마지막은 서로의 2020을 응원하며 통화를 마쳤다. 매년마다 새해가 밝아오면 올 해는 원하는 일 모두 다 이뤄지길 바랬으면 좋겠다 라는 말을 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건강해야 돼"라는 짧은 한 마디를 강조했다.
아마 2020년도 크게 달라지는 것 없이 모녀는 알게 모르게 거리가 있으며 조심스러운 애정을 나타낼 것이다. 엄마와 딸이라는 이름표는 가까워 보인다. 하지만 나와 엄마가 갖고 있는 이름표 안에서는 서로의 감정을 더 잘 캐치해내기 위해 더욱이 오래 봐야 알 것이다.
그러니 우리 모두 "건강해야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