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되어 봐야 어른이 된다

아가의 울음소리가 반가운 날

by 비니의화원

아침 출근길, 발걸음을 서둘러 환승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한차례 직장인들을 실어 나른 지하철 안은 한적하고 자리도 여유가 있어 내 맘에 드는 자리를 선택해서 앉을 수 있다. 나는 나보다 미리 실린 유모차 하나를 지나쳐 자리에 앉는다. 출입문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놓인 유모차 앞에 아가 엄마는 쪼그리고 앉아 아가를 달래고 있다.


이미 한차례 울었구나 싶다.




자리도 여유 있는 날인데, 엄마도 의자에 앉아 아가와 눈높이를 맞추며 편안하게 가도 될 테지만, 우는 아가로 인해 엄마는 편안하게 의자에 몸을 실을 수 없었을 것이다. 조용한 지하철 안을 채우는 아가의 울음소리로 엄마는 얼마나 진땀을 흘렸을까 싶은 것이 안쓰러우면서도 무언가 불편함에 솔직하게 표현하는 아가의 순수함이 밉지가 않다.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보다 더 크게 들리는 아가의 울음소리가 반가운 건 나뿐만이 아닌가 보다.




중년의 신사 분도 울음을 터뜨린 아가를 보며 미소 짓고 계시고, 학생인 듯 보이는 커플도 아가를 보며 어떻게든 달래 보겠다고 손도 흔들어주고 고개도 끄덕여주며 시선을 끈다. 그러나 아가는 본능에 충실하다. 안내 방송과 지하철의 움직임이 이어지자 빽 소리와 함께 울음을 터뜨린다.




엄마는 서둘러 유모차를 출입문 쪽으로 이동시키고는 가방에서 과자를 하나 꺼내 준다. 아가는 과자를 손에 들고는 울음을 뚝, 아주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입으로 가져간다. 엄마의 안도는 아가의 손에 과자가 들려 있을 때까지만 허락되겠지만 금세 울음을 그친 아가를 향한 우리들의 시선에는 사랑이 흐른다.




곧 과자는 끝을 보였고, 엄마는 아가가 울기 전 얼른 품에 안아 든다.


어디까지 가는지는 알 수 없지만, 엄마의 등에선 식은땀이 흐르고 조용한 실내를 가득 메운 아가의 울음으로 피해를 주면 어쩌나 하는 미안함에 아가를 안은 팔과 지탱하는 허리가 아픈 것도 느끼지 못한 채 목적지까지 가겠구나 싶어 안쓰럽기만 하다.







첫째 소녀와 외출했다가 돌아오는 길 남편의 퇴근 시간과 맞아 회사 근처에서 저녁을 먹고 지하철에 올랐다. 저녁까지 먹었으니, 복잡한 퇴근길은 살짝 피하지 않았을까 하고 기대했는데, 지하철은 발 디딜 틈도 없이 가득 찼다. 소녀와 플랫폼을 구경하며 지하철을 두 대 보냈지만 우리처럼 저녁을 즐기고 오는 사람들까지 합해져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아 과감하게 타보기로 했다.




소녀는 슬슬 한계점에 도달했는지 우리 사이에 껴서 꼬물꼬물 하더니 급기야는 칭얼대기 시작했다. 작은 키로 어른들 다리 사이에 껴 있는 소녀를 남편이 안아 들었다. 나는 얼른 소녀의 신발을 벗겨 들고는 나머지 한 손으로 연신 손부채질을 하며 소녀의 컨디션을 신경 쓰는데, 소녀는 그마저도 불편한지 엄마인 나에게 안으라고 나를 향해 팔을 뻗는다. 둘째를 임신한 나인지라 안아줄 수 없어 다리를 만져주고 머리를 쓰다듬어 보지만 굽히지 않는다. 남편도 많은 사람들 사이에 낀 상태로 아이까지 안고 있으니 얼마나 덥고 답답했을까.




남편도 나도 이마에서 목에서 식은땀이 줄줄. 어느 누구도 뭐라 하는 사람이 없음에도 우리 둘은 땀으로 목욕을 하는 느낌에 어디로 가고 있는지, 잘 가고 있는지조차 느낄 여력이 없었다. 급기야 우리는 한 정거장만 더 가면 환승할 수 있는데도 계산할 여유도 없이 내리고 말았다. 많은 사람들 사이에 꼈다가 출입문을 통과해서 플랫폼에 내리는 순간,


와~




우리 셋은 말 한마디 없이 웃고 말았다.


해방감이 바로 이런 거구나 싶었다.





장소가 어디든 아가가 울면 아가를 지키는 엄마의 맘고생은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은 알 수 없다. 지치고 힘든 날 아가의 울음소리가 반갑지는 않겠지만 우리도 한때는 올챙이였음을 생각하고, 불편함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건강한 아가가 자라고 있음에 감사하는 마음을 한 번쯤 가져보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엄마가 되기 이전의 나는 어땠을까.

한 번쯤은 눈가에 잔뜩 주름을 만들며, 아가를 울게 하는 엄마에게 모든 탓을 돌렸겠지.

반성한다.

아가는 존재만으로도 감사한 일인 걸 이제야 알았으니,

엄마가 되어 봐야 어른이 된다는 말은 나를 두고 한 말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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