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아, 대나무숲으로 가자

입에 검지 손가락 열쇠 하

by 비니의화원


수업을 마치고 선생님들과 여러 이야기가 오고갔다.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을 위해 우리가 해 줄 수 있는 최소한의 손길은,


자기 아이에 대한 객관적인 눈을 갖는 것의 중요성,


학습에 대한 의지가 결여된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 차별화,


부모와 교사가 학생에 대한 관심도에서서


'아이와 어른'으로 이야기가 집중되었다.





잘 지내던 니은이와 시옷이 말다툼이 일었다.


니은이는 말을 거침없이 하는 아이이고,


시옷이는 조금 느리지만 자기 할 말을 조곤조곤 다 하는 아이다.


두 아이가 싸우는 풍경을 보지 않아도 연상되는 모습은,


니은이의 흥분과 시옷이의 나즈막하면서도 조용조용한 말투.


니은이의 감정은 곧 폭발 직전이다.


시옷이는 처음과 별다른 변화가 없다.


니은이는 혼자 씩씩거리며 감정이 격해지자 몇몇 어른외에는 쓰지 않을 말들을 쏟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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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는 조용히 니은이를 불러


오늘 싸우게 된 사건에 집중해서, 너의 감정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만 얘기해라.


교실에 친구들과 선생님이 있다. 언어를 순화해서 사용했으면 좋겠다 조언하자


"저도 알아요. 선생님이랑 친구들이 보고 있다는 거.


그래서 최대한 약하게 말 한 거예요. 이보다 더 심한 말 하고 싶은 걸 꾹 참고 있는 거예요."


교사는 이미 심한 말을 모두 쏟았다고 생각했는데, 약한 말이었다는 사실에 놀랐다.





니은이는 주양육자인 엄마에게서 거친 말을 수도없이 반복적으로 들어왔기에


교사의 조언이 귀에 들어올리도 없거니와 자신이 쓰는 말이 얼마나 독하고


아이가 사용하기엔 부적절한 표현인지 알리 없다.





어른들아, 쏟아내고 싶거든 대나무숲으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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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엉엉 울며 하교를 한다.


엄마가 이유를 물어보자,


"엘리베이터에서 7층 아줌마가 나한테 '너네 엄마 암환자니?'하고 물었어.


내가 아니라고 아니라고 소리쳤어. 소리쳤는데도 눈물이 나."


한다.





엄마는 터울이 한참이나 지난 동생의 뒤늦은 출산 후


이유도 없이 다량의 머리카락이 빠지면서 바깥 출입을 일체 하지 않고,


매일 조부모의 방문이 이어지며, 꼭 나가야할 경우엔 모자를 쓰게 되면서


주변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음을 알고 있다.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가족은 담담히 받아들이고 있었다.





궁금증은 생길 수 있다.


건강했던 사람의 머리숱이 눈에 띄게 줄고, 모자 밖으로 민머리가 보이니


그런 거 아닐까, 의구심을 가질 수 있다.





굳이 아이에게 엄마의 상태를 질문해야 했을까


실상 그것이 맞다고 해도 아이에게 직접적으로 물을 용기가 어디서 나는 걸까


아이에게 잔인한 질문이란 걸 7층 아줌마는 알고 있을까.





어른들아, 꼭 뱉어야겠거든 대나무 숲으로 가자.









나도 어른이다.


아니 어른의 나이가 되었고,


하고 싶은 말, 할 말, 꼭꼭 담아둔 말 차고 넘친다.


그래도 좀 참자.


궁금해도 좀 참아보자.


며칠 후에 속 시원한 답이 나를 찾아올 수도 있으니




어른들아, 아무리 바빠도 입을 좀 챙기자.


손에 핸드폰을 챙기듯


내 입에 검지 손가락 하나 세워 두자.


나도 모르게 나오는 말은 스스로 거르자.


그게 안 되면 말을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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