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심을 언제까지 밀어붙일 생각입니까?

학교를 찾은 멧비둘기

by 비니의화원


7월의 어느 날,


정말 더웠다.


교실과 복도의 온도 차이가 천국과 지옥이라고


표현하는 교직원이 있을 정도이니


기온이 얼마나 높은지


우리가 사는 환경이 얼마나 편한지를


새삼 깨닫는 시간이다.



오후에 아이들과 함께


재활용을 버리고 올라오는 길에


현관 한쪽에 웅크리고 있는


멧비둘기 한 마리를 발견했다.



그늘이 진 현관 앞


벽에 몸을 기댄 채


눈만 끔뻑이고 있는 비둘기 한 마리



학교 맞은편에 있는 공원에서


출근길에 매일 듣는 구우 우우


굵직한 낮은음으로 산을 울리던 그가


더위에 지쳐 학교를 찾았다.







아이들과 그의 앞에 웅크리고 앉아


전달되지 않을 말인 걸 알면서도


말을 건넨다.


더위에 지친 그에게 아무것도 해 줄 것이


없다는 것이 너무나 미안했다.




"많이 덥지?"


"우리만 시원해서 미안해."





며칠 전에 더위에 지쳐 쓰러진 비둘기에게


한 청년이 생수를 부어주자


기운이 차려 다시 날아갔다는 기사를 본 기억이 났다.



아이들과 종이컵에 물을 받아 다시 현관으로 갔다.


서둘렀다.


그 사이 가기라도 할까 걱정이 되었다.




우리는 비둘기에게 천천히 다가가


발등에 물을 조금 뿌려 준다.



멧비둘기는 지쳐 숙였던 고개를 들고는


흠칫 놀란 듯 몸을 떤다.


앞에 바짝 다가선 인간의 모습에 놀라


푸드덕 날갯짓을 하지만


지쳤는지 얼마가지 못해 다시 앉는다.


경계하는 눈빛을 한 채로.



그들에게 우리는 가장 무서운


존재일 테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서운한 맘 1도 없다.



남은 물을 날개에 두루 뿌려주자


놀라면서도 푸드덕


날개에 묻은 물을 털며


힘차게 날갯짓을 한다.



아이들은 비둘기의 날갯짓에 놀랐다가


날갯짓하는 모습을 보고는


박수를 치며 매우 좋아한다.



매일매일이 더웠던 올여름,


그늘을 찾아 어디론가 가야 한다면


그 자리에 오면 좋겠다 생각했던


여름도 저만치 물러간다.



다른 건 못해도


날개에 물 한 번은 끼얹어줄 수 있는데


이것밖에는 도움 줄 수 있는 게 없다는 게


참 무기력하게 느껴졌다.




인간은 너무 많은 것을 누리고 산다.


인간의 생활은 편리함을 넘어 지구 파괴 일등공신이다.


우리의 편리함이 자연에게 치명적임을


아는 척하기에 바쁠 뿐,


불편함을 감수할 마음 따위는 갖지 않는다.




그들의 보금자리까지 빼앗는


이기적인 그 마음, 언제쯤 접을 수 있을런지.




잔뜩 웅크리고 있는 그의 모습에서


후회와 반성과 함께 부끄러움이 몰려왔다.




더위에 지쳐 학교를 찾은 멧비둘기는


인간의 이기심이 어디까지 오르고 있는지


몸소 우리에게 보여준다.




그가 준 가르침을 받아


정신 똑바로 차리지 못한다면


정말


다 죽 는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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