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어른의 예를 보여주는 그림책 한 권

기다려주는 어른, 루시의 작지 않은 거짓말

by 비니의화원


두 소녀에게 수도 없이 읽어주었던 그림책 중 여전히 서가에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애정하는 그림책을 한 권씩 되새겨본다.


오늘은 여전히 내 맘 속에 담긴 《루시의 작지 않은 거짓말》 애석하게도 이 책은 출판사 측에서 <영구절판>이라는 진단을 내리고 더 이상 구매할 수 없다는 것을 얼마 전에서야 알았다.


그렇다면, 난 책을 고이 보관하고 있다가 두 소녀의 아이들에게 읽어줘야 할 의무를 갖게 된다. 그만큼 이 책은 시간이 지나도 마음에 닿는 참 좋은 그림책이다.


작은 물건을 좋아하는 루시는 작을수록 더 예쁘다고 생각하는 마음을 가진, 바닷가에서 조개껍데기를 보물이라고, 작은 꽃잎을 요정의 날개라고 여기며 소중함을 간직할 줄 아는 마음이 고운 아이이다.


어느 날, 운동장 풀밭에서 반짝거리며 눈에 띈 작은 장난감 하나를 발견하게 되고, 하늘을 날아오를 것만 같은 기쁜 마음으로 집어든 작은 사진기는 친구 마틴이 생일 선물로 받은 것, 운동장에서 잃어버린 바로 그것이다.


작은 사진기가 너무나 욕심이 난 루시는, 마틴의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선생님 앞에서 거짓말을 하고 만다. 선생님은 사진기를 서랍 속에 넣어두고, 내일 다시 이야기하자고 말한다. 선생님은 자기의 사진기라고 말하는 마틴과 루시, 둘 중의 하나는 주인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것이 누구인지 모를 뿐. 갖고 싶은 욕심과 이미 거짓말을 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자기의 것이라고 고집을 부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내일’이라는 시간을 주어 스스로 밝혀주기를 기다리기로 한다.


자리로 돌아온 루시는 아는 수학 문제도 풀리지 않고, 선생님의 이야기도 들리지 않는다. 집으로 돌아와서는 뱃속이 울렁거려 밥도 먹을 수 없게 되어 부모님께 낮에 있었던 일을 모두 말하며, 스스로 거짓말했다는 것을 인정한다. 아빠는 사실대로 말하며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루시의 눈물에 선생님과 마틴이 이해해 줄 거라는 용기를 준다.


다음 날 아침 루시는 선생님께 사실대로 말씀드린다. 선생님은 루시를 따듯하게 안고 이마에 뽀뽀를 해 주며 큰 용기를 낸 것을 칭찬한다. 친구 마틴도 루시의 사과를 받아들여준다. 이제 루시는 울렁거리는 뱃속도 순식간에 나았고, 수학도 척척, 선생님 이야기도 쏙쏙 들어온다. 이젠 그 장난감 사진기가 조금도 갖고 싶지 않다. 아주 쪼끔도.


작은 물건을 사랑하는 루시의 거짓말은 아주 작은 사진기로부터 시작되었지만 아주 큰 용기를 필요로 한다. 거짓말인 걸 알면서도 인정하기 싫은 루시의 마음을 짐작하고 기다려준 선생님과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위로해 준 엄마 아빠가 있었기에 루시는 용기를 낼 수 있었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해결해 나가는 방법을 터득한다.


루시는 비록 갖고 싶다는 욕심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마틴의 작은 사진기를 자기의 것이라고 거짓말을 했지만, 자신의 거짓말로 인해 충분한 마음의 고통을 겪었다. 그리고 아빠와 선생님 그리고 마틴에게 사실대로 말을 하고 용서를 구함으로써 자신이 누구인지, 어떤 마음을 가졌는지를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이 바로 루시의 힘이며, 루시가 세상을 향해 내민 첫걸음이라 생각된다.


루시가 선생님에게 솔직하게 말할 수 있었던 것은 부모의 믿음이 뒷받침되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으며, 루시가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것은 선생님의 따듯한 말과 품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루시의 마음을 잘 표현한 그림책 《루시의 작지 않은 거짓말》은, 아이보다 부모와 선생님이 먼저 꼭 읽어야 할 책이다. 잘못을 깨닫게 해 주기 위한 성급한 조언보다는 스스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어른의 모습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자신을 믿어주는 어른을 보면서 아이는 바른 마음을 갖고 성장할 수 있으며, 스스로에게 떳떳한 한 사람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는 용기를 배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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