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티슈와 맞바꾼 막대사탕

하굣길 여학생

by 비니의화원

작년 이맘때였다.

수업을 마치고 학교 앞 사거리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는 중이다.

사거리에서 한 블록 떨어진 곳에 위치한 고등학교의 하교시간으로 사거리가 무척 복잡했다.

걸쭉한 남학생들의 목소리와 하이톤의 여학생들의 목소리가 하나로 들리면서 조용하던 거리는 분주함과 소란스러움으로 왁자지껄한 모습이다.


그들 곁에 서서 신호를 기다리는데, 한쪽에 선 여고생들의 흥분된 목소리가 꽤나 크게 들린다.

슬쩍 쳐다보니 한 여고생의 머리 위에 새가 똥을 싼 모양이다. 똥을 맞은 여고생은 난리가 났다. 발을 동동 구른다. 여고생을 둘러싼 한 여고생은 사진을 찍어 반톡에 올려야 한다고 가만히 있으라고 성화이고, 한 여고생은 다른 머리카락으로 번질까 머리카락을 분리하느라 분주하다.


그들의 곁으로 삼삼오오 모인 친구들의 웃음보가 터지고 말았다. 울상이 된 여학생과 손에 똥이 묻을까 조심스레 머리카락을 집어 분리하는 여학생, 재미있다고 사진을 찍은 후 친구들의 반응을 읽어주며 웃겨 죽겠다는 듯 허리를 잡는 여학생까지 그 모습이 지켜보니 재미있으면서도 하굣길에 똥 맞은 그 여고생의 안절부절이 남일 같지 않았다. 우리 집 두 아이가 하굣길에 겪는다면 정말 난감하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요즘 아이들은 하교 후 집으로 가기보다는 각자의 일정이 있어 서둘러 해결이 되지 않으면 버스 타는 것까지는 난감한 상황이다. 나는 가방에서 물티슈를 꺼내 그들 곁으로 가서 조용히 내민다.


"아, 정말 고맙습니다."

"몇 장 안 남았지만 써요. 안 돌려줘도 돼요."


나는 그들에게 물티슈를 건네주고 횡단보도를 건넌다. 반쯤 갔을까, 갑자기 뛰어오는 소리와 함께 여고생 중 한 명이 나의 팔을 잡더니 막대 사탕 하나를 내민다.

"친구가 드리고 싶대요."

하고는 횡단보를 다시 돌아간다.

나는 뒤를 돌아 머리를 숙인 채 친구에게 머리카락을 맡긴 채 엉거주춤 선 여고생을 향해 목례를 하고 돌아선다.


내가 내민 몇 장 안 되는 물티슈가 망친 기분에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었으면 좋겠다.

우리 집 두 소녀가 내 얘기를 듣고는

"우리 엄마 오늘 큰 일 했네. 그 머리로 어떻게 버스를 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한다.


다행이다. 나에게 몇 장의 물티슈가 있어서.

그 뒤로 난 휴대용 티슈와 물티슈에 더 신경 써서 챙긴다.

사소한 것들이지만 때로는 누군가에게 요긴하게 쓰일 수 있다는 생각에서 말이다.


여학생이 준 막대사탕은 달다.

가방 속에 며칠 째 들어있던 터라 녹아 포장지를 뜯어내는 작업이 필요했지만, 고마움에 대한 인사를 하고픈 그 마음이 참 곱다. 그래서 사탕은 더 오래도록 내 입안에 단내를 풍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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