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중은 손 끝으로부터
나이 오십에 접어든 나는 때에 맞춰 뿌리염색을 해야 한다. 잠깐만 놓치면 외출하는 내내 신경을 써야 한다.
예약된 시간에 머리를 하고 집으로 향하는 길,
미용실 앞 도로는 빌라와 상가가 들어선, 우리들 하는 말로 뒷길이기에 좁고 불법주차들로 오고 가는 차들이 나름 요령을 부려야 서로 불편 없이 이용가능한 공간이다. 차들 뿐만 아니라 사람들도 인도는 있지만 보도블록들이 들쑥날쑥하여 주차된 차들 사이를 빠져나와 길을 건너는 일들이 다반사이다.
토근 시간과 맞물리면서 좁은 도로는 그야말로 겹치고 비집고 나오는 차들로 길 건너기가 쉽지 않아 인도 끝에서 잠시 멈추려고 속도를 줄이려 할 때였다.
어르신께서 길을 건너려고 차도에 내려섰다.
어르신은 팔도 다리도 매우 불편한 자세였다. 지팡이를 집고 계셨지만 그것에 의지하기엔 매우 불안해 보였다. 어르신의 느린 속도에 답답한 차들은 옆으로 비껴가기 시작했다. 어르신은 빠르게 걸으려 하지만 몸은 그 자리를 맴돌 뿐이다. 나는 손을 들고 차량을 세운 뒤 어르신 옆에 섰다.
"어르신 저랑 같이 걸을까요?"
땀으로 범벅이 된 어르신의 깊은 주름 사이로 미소가 피어오른다.
나는 지팡이가 없는 쪽에 서서 어르신의 팔을 잡고 다른 손을 높이 들고 차량에게 양보의 뜻을 전했다. 그리고 가볍게 목례하며 천천히 걸었다. 차량들은 묵묵히 기다려주었다. 고마웠다.
퇴근 시간의 도로는, 차뿐만 아니라 오토바이도 무척 바쁜 시간이다. 날씬한 몸을 자랑하듯 오토바이는 우리들 뒤로 앞으로 빠져나가며 어르신과 나를 식겁하게 만든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우리 몸은 서로의 온기로 땀이 범벅이다. 그때 차문이 닫히는 소리가 나더니 도로의 상황이 달라졌다.
한 운전자가 우리가 갈 방향의 도로에 서더니 맞은편 차선을 막아섰다. 차들은 이미 서 있는 상황이지만 그 틈새로 지나가려 달려오던 오토바이도 멈칫, 그대로 멈춰 섰다.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운전자의 제지로 도로는 고요했다. 어느 누구도 경적음을 울리지 않은 채 기다려주었다. 어르신과 나는 차도 끝까지 우리의 보폭과 속도로 걸었고 인도까지 넘어왔다. 운전자는 우리의 안전을 확인한 뒤, 차로 돌아가자 도로는 다시 생명력을 찾는다.
운전자가 들어 올린 손은 안전을 위함이요, 어르신을 위한 존중이었다. 빨리 가고 싶은 그 마음보다 먼저 움직인 몸, 참 아름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