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짝 펴질 날을 기다리는 교정의 식물
구김살,
유년 시절을 돌아보면
구김살이 참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바쁜 엄마 아빠와
장남 장녀 막내
그 흔한 타이틀조차 없는 셋째 딸로
무관심 속에서 묵묵히 지냈습니다.
아빠의 화에 불안했고
엄마의 희생에 슬펐던
평온과는 멀었습니다.
진학을 앞두고
상의할 사람 하나 없는 것이
외롭고 슬펐습니다.
결혼조차 내가 선택한 사람과
둘이 모은 돈으로
1부터 10까지 해냈습니다.
육아도 혼자 감당했습니다.
도움받지 못했던
도움의 손길조차 주지 않는 가족이
나의 결핍이자
나의 구김살이었습니다.
그래서 미웠습니다.
사랑받는 형제도
도움받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형제도
그런데 살아보니 별거 없습니다.
사랑받았다고
사랑 넘치는 것도 아니고
도움받았다고
더 행복하게 사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결혼해서 내 가정을 이루고
내 가정 안에서 사랑이 피어나니
어느 순간
별것도 아닌 것에
기죽고 아팠구나 생각이 듭니다.
지난날의 구김살은
성인이 되어 스스로
얼마든지 펼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사랑하세요
나의 걸음에 당당하세요.
지금의 나는
도움도 사랑도 가장 많이 받는
아내이자 엄마로 삽니다.
"○○아빠" 부르면
무엇을 하고 있던 내게로 와
꺼내주고 붙여주고 고쳐주는
남편이 있습니다.
내 부탁이라면 언제든 OK
바삭 구워진 고기는 엄마인 내 앞에
줄을 세워놓는
첫째 소녀가 있습니다.
손등에 작은 상처라도 나면
얼굴의 근육을 모두 모아 인상 쓰며
연고를 발라주는
둘째 소녀가 있습니다.
뭐든 스스로 잘하던 내가
도움받기보다 주는 것이 당연했던 내가
이제는
도움을 받는 것도 주는 것도
자연스러워졌습니다.
혼자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잘하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며칠 전 날씨 좋은 오후
점심을 먹은 뒤 교정 산책을 하다가
펴지지 않은 잎들을 보며
이들도 곧 활짝 펼쳐지는
날이 오겠구나 생각했습니다.
어린 날 마음에 담긴 구김살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면서
하나하나 펼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성장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 열심히 성장합시다.
어린 날의 구김살은 펴지고
아파했던 마음엔 새 살이 돋는
그런 날이 오기를
스스로 노력합시다.
어린 날의 구김살 정도는 스스로 펼 수 있는
내가 되어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