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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in진오 Oct 10. 2016

그대가 걷는 길 #7 내 안의 트라우마

서른 살, 퇴사 후 떠나는 유럽여행_바르셀로나

한 달 동안 한 나라에만 있고 싶다.

처음 유럽여행을 떠나기로 생각이 든 순간부터

내 머릿속에는 여러 나라를 둘러보는 여행이 아닌

한 나라를 정해서 그곳에 오래도록 머물며

그 나라의 문화를 제대로 한번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한동안은 주변에 여행을 좋아하는 친구들에게 '너라면 유럽의 한 나라만 간다면 어디로 가겠니?'라고 많이 물어보고 다녔던 것 같다.


그리고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나라가 바로


스페인이다.


그래서일까

다른 나라를 여행하면서도 좋은 경험을 많이 했지만 마음속 한 켠에 항상 빨리 스페인을 넘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듯하다.


그리고 지금 나는 스페인의 동쪽 , 가우디의 도시

바르셀로나에 와 있다


<티비다보, 바르셀로나 전경>


바르셀로나는 생각보다 굉장히 도시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다. 이탈리아 남부에 있다 와서 더 그런 지 모르겠지만 백화점, 현대식 건물, 깔끔한 대중교통은 바르셀로나라는 도시가 대도시로 느껴지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실제로 이 곳은 수도인 마드리드보다도 더 부유한 도시로서 스페인으로부터 독립을 바라는 여론도 꽤 있다고 한다. 언어도 스페인어가 아닌 카탈루냐어를 쓴다고 하니 그 자부심이 얼마나 큰지 가늠할 수 있겠다.



< 그라시아스 거리를 올라가다 보면 볼 수 있는 분수>
<티비다보 , 놀이공원>



바르셀로나의 또 다른 매력은 바로 다양함이 아닐까 싶다. 이 도시에 수많은 걸작을 남긴 가우디의 건축물들을 보며 시가지의 매력을 느낄 수도 있지만 조금만 걸어 나가면 바로 지중해 해변이 펼쳐진다. 물론 해운대 같다는 사람들도 더러 있지만

그래도 바닷가 근처에서 느긋하게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자면 시가지에서 느끼는 매력과는 또 다른 여유로움 과 한적함을 느낄 수가 있다.


<바르셀로네타 해변, 해운대 같다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그 외에 근교에도 수많은 볼거리와 좋은 장소들이 많아 바르셀로나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최소한 일주일의 시간은 필요할 듯하다.


<시체스해변, 바르셀로나 근교>


아마도 여행을 하며 처음으로 '여기서는 한번 살아봐도 좋겠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

그만큼 정말 매력적인 바르셀로나 나도 내가 이 곳에 얼마나 머무르게 될지 섣불리 장담할 수가 없다.





트라우마[Trauma]
정신적 외상 혹은 충격


나에게는 오래전부터 트라우마라고 부를 만한 것이 하나 있는데 바로 물 공포증이다.


20년도 더 된 일이지만 아직도 그 날의 기억이 생생하다.

키가 110cm 도 되지 않은 어렸던 나는 당시 또래 친구들과 함께 동네 수영장을 곧 잘 가곤 하였다.

동네 수영장이긴 하지만 제일 깊은 곳의 수심이 2m 가까이는 되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열심히 친구들과 물놀이를 하다 수영장에서 물을 정비한다면서 모두 물밖으로 나와

대기하는 시간이 있었다. 나도 물 밖에 나와 수영장 옆에 걸터앉아 다시 들어가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때 내가 앉아 있던 곳이 공교롭게도 내 키의 두배 깊이 정도 되는 수심이 제일 깊은 2m 지점이었다.


바로 여기서 일이 터지게 된다.

당시 같이 갔던 동네 친구 중에 굉장히 장난기가 많은 형 한 명이 있었는데

그 형이 장난을 친다고 물 밖에 나와있던 내 등을 밀어서 내가 수영장에 빠지게 되었다.

발이 닿지 않는 물속은 당시 수영을 못하던 나에겐

엄청난 공포를 마주하게 했고 물 속에서 허우적 거리며 수면 밖으로 일렁이게 보이는 사람들의 얼굴은 머릿속에 사진으로 찍은 것과 같이 아직도 또렷하고 선명하게 기억되고 있다.


겨우 주변사람들에 의해서 구해지긴 했지만

그 이후로 수영장에 가지 않았고 물에 대한 공포심을 마음속에 갖고 살아갔던 것 같다.


성인이 된 후에도 종종 친구들과 계곡이나 바닷가를 놀러 가긴 하지만 발을 담그거나 물놀이를 하는 정도지 깊은 곳에 들어가 수영을 하진 않았다

일단 물속에서 발이 땅에 닿지 않으면 극도의 불안감을 느끼기 때문에 구명조끼를 입지 않는 이상 웬만하면 깊은 곳에는 절대 들어가지 못했다.


이런 이유로 언젠가 이 트라우마를 한 번은 극복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마침 프라하에서 잠시 만났던 형님이 이집트 다합에서 스쿠버다이빙 마스터 자격증을

따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혹시 스페인에서도 스쿠버다이빙을 할 수 있는 곳이 있는지

알아보았다. 마침 가까운 곳에 할 수 있는 센터가 있어 고민하지 않고 바로 도전해 보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예약을 모두 마치고 바르셀로나의 북쪽 코스타 브라바로 향했다.

나는 하루 체험 다이빙을 신청했기에 간단한 사전 교육을 마치고 장비를 착용한 후에

스쿠버 다이빙을 할 해변으로 향했다. 이때까지는 바닷속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설렘과

새로운 도전을 한다는 흥분감, 그리고 물에 대한 공포심을 극복하고자 하는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스쿠버 다이빙은 내가 생각한 것처럼 녹록하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물에 대한 공포감이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내 안에 강하게 자리 잡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모든 장비를 착용하고 강사분도 함께 하고 있었지만 막상 물속에 들어가니 내 몸이 마음대로 통제되지 않았고 호흡은 불안정해졌다.


갑자기 극도의 불안감이 몰려왔고 마치 20년 전 그날처럼 더 이상 하다가는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이 엄습했다. 그렇게 나는 물에 들어간 지 30분도 되지 않아 체험을 포기했다.


강사를 따라 해변으로 돌아가 장비를 벗고 센터로 돌아가며 참 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무엇보다 내가 극복하고자 했던 나의 트라우마를 벗어던지지 못했다는 게 많이 아쉬웠던 것 같다.


<Malavella 기차역, 돌아가는 길..>


비록 끝까지 하지 못했다는 것은 속상하지만

그래도 이 실패를 통해 한 가지 배운 것이 있다.


이 전에는 공포감으로 무조건 물을 피하기만 했었다.  피하면 공포든 고통이든 겪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극복하기보단 외면하고

그냥 물에 안 들어가면 그만이라고 스스로 타협을 했던 같다.  하지만 지금은 내가 얼마나 물을 두려워하는지 그 공포감의 크기를 직접 마주했기에

예전처럼 피하고 도망 다니기보다는 부딪히고 극복해 보고 싶은 마음이 더 커졌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다.


라는 유명한 이야기가 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저 이야기를 생각해 보자면

우리는 무엇인가 성취하려고 할 때 항상 마지막에 내가 성공해 있는 이상적인 모습만을 떠올린다.

물론 내가 바라보는 이상점은 분명히 있어야 끝까지 밀고 나갈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이지만

너무 막연히 먼 미래만을 바라본 다면 그곳으로 가기까지 과정에서 생기는 괴로움과 고단함을

견뎌 낼 수 없을 것이다. 과정이 없는 결과는 없기 때문에 우리는 이 과정의 중요성을 반드시 깨닫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에서 발생하는 실패를 받아들이고 앞으로 나아가는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


결론은 우리는 수많은 사소한 실패들을 경험하고 그것을 우리 안에 축적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사소한 실패에 익숙해져야 단단해질 수 있고 이 것이 성공으로 가는 가장 중요한 밑거름이 된다.



< 출처 : 구글이미지, 언젠가는..>


나도 언젠가 유유히 바닷속을 유영할 그 날을 기대하며 오늘의 실패를 내 안에 잘 간직하고 조금 느리더라도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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