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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in진오 Oct 13. 2016

그대가 걷는 길 #8 여행의 목적

서른살, 퇴사 후 떠나는 유럽여행_바르셀로나

여행의 목적


스페인에 넘어온 이후 바르셀로나에서 지내며

이 도시가 너무나 매력적으로 느껴지고 좋았지만

한편으로는 한가지 문제가 생기기도 했다.

바로 글도 잘 써지지 않고 책도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바르셀로나에 넘어오고 나서 3일동안 매일 자기 전 조금이라도 오늘 느낀 감정들을 정리하려 했지만

쉽게 손이 가지 않았다.

사실 내가 문제라고 느낀 건 글이 안쓰여지는 것보다 이런 상황에 스트레스는 받는 내 자신을 확인 한 것이다.


글이 써지지 않으면 안쓰면 그만인 것을 나는 도대체 왜 이 상황에 쓸데 없는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지

정말 작가라도 된 것 마냥 유난을 떨고 있는것은 아닌지 부끄럽기도 하지만 그래도 잠시 이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을 해보기로했다.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는 무엇인가?


처음에는 내가 머릿속에서 하고 있는 고민들을

정리하고 그리고 자꾸만 약해지고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고 싶어서 글을 적기 시작했다. 아마 글을 적으면서 스스로와 약속 비스무리 한 것을 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글을 쓰다보니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내가 쓴 글에 공감을 해주고 때로는 위로를 받았다는 이야기를 해주었을 때 글을 적는 것보다 몇 배는 더 큰 기쁨과 보람을 느꼈던 것 같다.


그렇게 나는 글쓰기의 매력을 점점 더 느껴갔고

조금 더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욕심을 갖게 된것 같다. 하지만 욕심이 너무 과했던 걸까, 나는 글을 쓰기 시작한 진정한 목적을 잃고 다른 것들에 더 많은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이미 많이 언급했지만 나는 어떠한 목적과 이유를 가지고 유럽여행을 떠나왔다.

그리고 여행을 좀 더 가치있게 만들기위한 수단으로 여행 에세이를 적어 보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위에 이야기 했듯이 에세이는 내 여행에 있어 하나의 즐거움이자 수단이지 근본적인 여행의 목적 자체는 아니다. 즉, 에세이를 쓰지 못하더라도 내 여행이 의미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최근 글을 쓰기 위해 여행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여행을 통해 느끼는 감정들을 기록 하는 것이 아닌

어떠한 흥미로운 에피소드를 적기 위해 여행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주객이 완전히 전도 된 것이다.


아마 계속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어느 순간 더 흥미로운 이야기를 위해 과장이나 거짓된 내용을 적을 지도 모르겠다는 두려운 생각이 들었다. 왜냐면 그것은 단순히 주객이 바뀐 것을 넘어서 그 본질을 변질 시키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마 스페인에 넘어와서도 한동안 글을 쓰지 못한 이유가 이런 상황을 내 속에서 거북하게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럼 앞으로 남은 여행 기간 동안 나는 어떻게 해야할까?


숨을 고르고 글을 쓰는 부담에서 잠시 벗어나야 하지 않을 까 생각한다.

실제로 여행을 해 보면 매 순간순간의 감정이 글로 담을 만큼 언제나 달콤하고 행복하진 않다. 그리고 그런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고 해서 지금 내가 보내고 있는 이 시간들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또 내 글을 읽을지도 모르는 불특정 다수들을 의식하며 억지로 감동과 여운이 있는 글들을 써내고 싶지도 않다. 물론 아마 그런 억지로 쓰여진 글에서는 읽는 사람이 전혀 공감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처음 퇴사 관련 된 글을 적을 때는 내가 정말 오랫동안 해왔던 고민들을 담담히 풀어내려갔던 것 같다. 이 글을 읽게 될지 모를 주변 지인 혹은 불특정 다수의 느낌이나 반응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내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적었다.

그렇기에 더 진솔된 이야기가 나왔고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응원해 주었던 것은 아닐까..


좋은 글이라는 부담에서 벗어나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소소하게 풀어나가는

마음의 여유를 찾아야 할 것 같다.




살고싶은 도시 바르셀로나라고 이야기를 했는데

생각보다 오래 있지 못하게 되었다. 여행을 오기 전부터 생각해 왔던 남부를 이동하는 일정을

렌트카로 함께할 동행들을 찾았기 때문이다. 단순히 비행기나 기차가 아닌 자동차로 꼭 이동해 보고

싶은 욕심이 있었기에 아쉽지만 바르셀로나 일정을 마무리 하고 남부로 떠나기로 했다.


그래서 바르셀로나의 많은 곳을 보진 못했지만

그래도 일주일 동안 머물며 내가 방문하고 좋았던 곳들을 잠시 소개하고자 한다.

아마 내가 전에 이야기 했듯이 건축물이나 박물관등을 좋아하지 않아 그런 곳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닥 유익한 정보가 되지 않을 지도 모르겠다.



1. 티비다보


 티비다보는 바르셀로나에서 가장 높은 View 를 볼 수 있는 곳이다.

처음 바르셀로나에 넘어오기 전에 이 곳에 대한 정보는 미처 찾아보지 못했는데

다행히 이 곳을 가자는 동행분이 생겨서 운이 좋게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전망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아마 이 분이 아니었다면 나는 티비다보의 존재조차 모르고 바르셀로나를

떠났을 지도 모른다.



<티비다보에서 내려다 보는 모습>


보통 바르셀로나에서는 관광의 중심인 카탈루냐 광장에서 많이 머무르는 듯 하다.

나도 이 과장 근처의 숙소에서 숙박을 하였고 실제로 여기저기 둘러보기에 이만한 장소가 없다.

티비다보는 카탈루냐 광장에서 약 40분 정도 소요 되는 데 생각보다 멀지 않고 교통편도 불편하지 않다.


또한 티비다보 꼭대기에는 작은 성당과 놀이공원이 있는데 성당은 꼭대기에 올라가 전망을 감상할 수도 있고

굳이 꼭대기 까지 올라가지 않아도 좋은 경치는 주변에서도 충분히 볼 수가 있으니 굳이 돈을 내고

꼭대기로 올라가라고 추천해 주고 싶진 않다. 차라리 놀이공원의 관람차를 타고 올라가는 것이

훨씬 좋은 경치와 성당의 모습도 전체적으로 근사하게 찍을 수 있으니 나는 관람차를 타는 것을

추천하는 바이다. (2유로)


<티비다보 관람차, 색감이 참 이쁘다>
<티비다보 성당>


2. 바르셀로네타 해변 & 시체스 해변


 바르셀로나에서 바다를 보고 싶다면 아마 대부분 바르셀로네타 해변을 가겠지만

기차를 타고 40분 거리에 위치한 시체스에서 바르셀로네타와는 또 다른 모습의 해변을 만나 볼 수 있다.

바르셀로네타 해변은 넓기도 하고 많은 젋은이들이 선탠과 해수욕을 즐겨 붐비는 해변이긴 하지만

간혹 이 해변의 분위기가 해운대와 비슷하다고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낮보단 밤에 해변가를 가보는 것을 권해 주고 싶다.

나는 한국에서도 밤바다를 좋아하지만 밤바다는 전 세계 어느 곳을 가든 언제나 옳다 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눈에 보이긴 똑같지만 '이 곳은 지중해다' 라고 자기 최면을 건다면

밤바다를 보며 한층 더 감성적인 마음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 바르셀로네타 해변, 밤바다가 더 좋았지만 사진이 없다..>


 시체스 해변은 위에 이야기 했듯이 바르셀로네타 해변과는 완전히 느낌이 다르다.

특히나 시체스 해변 근처에는 누드비치와 게이비치도 함께 있기 때문에 개인적인 호기심이 강한 사람들은 한번 구경을 가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시체스 해변은 바르셀로네타 해변보다는 작지만, 그렇기에 느낄 수 있는 매력적인 부분이 많다.

조금 더 지중해 해변 같은 느낌도 들고 한적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해수욕을 즐길 수 있으니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두 군데 모두 가보는 것을 추천한다.


3. 몬주익 분수쇼


사실 이 곳은 별로 기대를 하지 않고 간 곳인데 생각보다 굉장히 멋있었다.

처음에 클래식 음악에 맞춰서 분수쇼가 시작이 되는데 규모도 크고 무엇보다 음악,조명,분수의

삼박자가 너무나 잘 어우러지며 공연이 이어진다. 이 후에는 팝이나 여러 음악에 맞춰 공연이

반복되는데 나는 가장 처음에 클래식에 맞춰 한 공연이 가장 좋았고 잘 어울린다는 느낌을 받았다.


<몬주익 분수쇼>


한가지 주의사항은 몬주익 분수쇼는 매일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일정을 잘 못 맞추면 보고가지 못할 수도 있고 그래서 인지 수많은 관광객들의 밀집하는 장소라 사람이 정말 많다. 관광객이 많은 곳에는 언제나 소매치기도 많다는 것을 잊지 말고 (바르세로나 소매치기 절반이 모인다는 루머가 있다.) 개인의 소지품은 반드시 철저히 챙기길 바란다. 또한 분수쇼 시작 전에 비보이들이 거리공연을 하는데 분수쇼를 보기 전 막간을 이용하여 보기에 적당하다.


사실 바르셀로나에서 가장 가고 싶었던 곳은 몬세라트 수도원이지만 나는 갑작스런 일정의 변경으로 가지 못했다. 혹시라도 여행을 가는 사람들은 몬세라트 수도원에 대한 정보는 인터넷에 상세히 나와 있으니 참고하여

꼭 방문을 해 볼 것을 추천하는 바이다.





어느 덧 여행은 3주차에 접어 들었다.

가끔은 내가 잘하고 있는 것인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이 곳에와서 나는 내 생각보다 잘 적응하고 잘 먹고 잘 지내고 있다. 하지만 잘 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은 아직 남아있다.

<바르셀로나의 밤거리>


여행을 하면서 생각보다 혼자 무엇인가를 생각할 시간도 부족하고 시간이 생겨도 오랫동안 깊이 있게 사색이 이어지지 못하는 것을 보면 아직 내가 나 자신과 대화하는게 많이 서툰 것 같기도 하고 주어진 시간을 잘 활용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관광객이 아닌 여행자가 되고 싶다 

큰소리 치며 이 먼곳까지 떠나왔지만

막상 도시에 도착하면 여느 사람들과 다를 바 없이 관광지를 찾아다니고 맛집을 돌아다니는 내 모습에 '이 여행에서 아무런 소득도 없이 돌아가면 어쩌지?' 라는 막연함에 두려움이 불쑥 불쑥 찾아 오기도 한다.


하지만 그럴 때는 '당장 내일은 어디로 가야하지?' 라는 원초적인 생각을 하며 아직 다가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걱정은 잠시 미뤄두고 있다.


당장 내일 어디로 갈지도 결정 되지 않았는데

한달뒤의 일을 걱정하는 것이 무슨 소용인가


아예 외면해서는 안되겠지만 지금 당장은 오늘 이 순간을 즐기는 것에 집중하며 내 안에 무언가를 채워가는 여행을 한다면 그것으로 만족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 보며 아쉬움이 가득한 바르셀로나의 여정을 마무리 할까 한다.


Thanks Barcelo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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