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살, 퇴사 후 떠나는 유럽여행_스페인남부
국제면허증
유럽여행을 준비하며 외국에서 반드시 한번쯤은 렌트를 해서 돌아다니리라 생각하며 떠나기전 국제면허증을 신청하여 여권과 함께 고이고이 베낭에 모셔놓았다.
조금 유치하지만 외국 해안도로를 멋드러지게 달리는 모습이 내 마음속에 작은 로망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이탈리아 남부에서 처음 시도를 했지만 함께할 사람들을 구하지 못해서 실패했는데 이번 스페인에서는 운이 좋게도 함께 렌트를 할 동행을 구하게 되어 남부로 떠나는 일정동안 자동차를 렌트해서 떠나게 되었다.
비록 폼나는 오픈카는 아니지만 바르셀로나에서 차를 빌리고 설레는 마음으로 발렌시아로 향했다.
우리의 렌트 일정은 발렌시아를 중간기점으로 그라나다 까지 이동하는 것이었다.
이국적인 발렌시아
바르셀로나에서 차로 약 3시간 반 정도 걸리는 위치에 자리한 발렌시아는 도시적인 바르셀로나와는 전혀 상반된 이국적인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숙소 앞에 있는 다리 위에서 5일장 같은 것이 열렸는데 각종 음식, 기념품, 식료품들을 구경할 수 있었다. 확실히 남부로 조금만 내려왔을 뿐인데 영어도 잘 안통하고 이슬람 문화가 많이 느껴졌던 것 같다. 시장에서 파는 립과 소세지를 저녁으로 먹었는데 숯불로 제대로 구워져서 인지 정말 맛있었다.
발렌시아에는 잠시 쉬어가기 위해 1박만 했는데 그러기에는 골목야경이 너무 아름다워서 하루만 머물기에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그렇게 야경을 구경하고 오랜만에 소주가 너무 생각나서 근처 아시아마트에서 소주를 구입해서 숙소로 돌아왔다. 이번 렌트 동행은 예전 프라하에서 만났던 23살 동생과 그 친구가 런던에서 만난 동갑내기 친구들 2명, 나 포함 총 4명이 함께 다녔다.
오랜만에 소주 한잔 하며 이런저런 사는 이야기를 나눴는데 연애,여행,진로 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 조금 친해졌다고 느껴서 일까 이 친구들에게는 그래도 내가 생각 하고 있는 점들에 대해 나름 편하게 이야기 할 수 있었 던 것 같다.
오늘은 이 친구들과 3일동안 다니며 느꼈던 생각들을 잠시 이야기 하고자 한다.
감정표현
사실 누구에게나 감정은 있지만 그 것을 표현하는 방식이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각자의 개성이 있는 것이 아닐까 라는게 감정표현이 서툰 내가 항상 이야기하는 자기합리화 중 하나다.
원래 나는 내 감정표현을 잘 하는 성격은 아니다.
특히나 회사를 다니게 되면서 더욱 더 감정을 표현할 일들이 없어졌던 것 같다.
이번에 이 친구들과 함께 다니면서 내가 스스로 느끼는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 있어서 많이 어색하고 불편해 하고 있다는 것을 확실히 느낀 것 같다.
이 친구들은 아직 어려서 그런 것인지, 친한 친구와 함께 있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원래 성격이 그런 것인지 내가 섣불리 장담 할 수는 없지만 이 순간의 즐거움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에 비해 나는 어린 친구들 앞에서 체면을 차리고 싶었던 것인지, 아니면 즐거움을 표현하는 자체가 어색했던 것인지, 즐겁고 신나는 상황에서도 내 안의 감정을 제대로 표현 할 수가 없었다.
무엇인가 내 안에서 터지려고 하는 감정을 부여잡고 있는 것처럼 겉으로 표현되어 나오려 하는 감정 들은 다시금 내 안에 갈무리 되어 잦아들었다.
그래서 그 친구들이 한편으로는 참 부러웠다.
지금까지는 위에서 이야기 했듯이 나는 나만의 표현방식이 있다고 자기합리화를 했지만 사실 나는 내 감정을 전혀 표현하고 있지 않았던 것 같다.
표현하는 방법을 몰랐기에 나는 표현을 잘 하지 못하는 사람이라 스스로를 정의하고 내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애써 외면하고 숨기려했다.
그렇기에 가끔씩 술에 취해 나오는 나의 괴상한 모습들은 이런 감정의 표출이 잘못된 방식으로 배출 되고 있는 것이리라.. 항상 받아주는 친구들에게 미안하고 고마울 따름이다
하지만 이제는 진정으로 나만의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을 찾아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온몸으로 표현해도 좋고 마음속의 울림을 작게나마 전달해도 좋으니 스스로 솔직하게 감정을 표출 하기 시작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어떠한 방식이든 이젠 표현하는게 필요하다.
우리는 스스로에 대해 잘 모른다고 이야기한다.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르겠고 무엇을 잘하는지 모르겠다고 이야기한다. 나 역시 마찬가지고 지금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가 스스로의 감정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자유롭고 솔직하다면 적어도 내가 어느 순간에 기쁘고 즐거운지 알 수 있지 않을까?
다른 사람들의 눈치도 보지 말고 체면도 생각하지 않고 순수하게 내가 느끼는 감정을 마주하고,
있는 그대로 나의 감정을 표현 할 수 있는 순간이 바로 내 자신과 제대로 마주하는 첫번째 순간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 본다.
스스로를 내려 놓는 것
지금이기에 한번 쯤 해볼 만 한 것
혼자 여행을 왔고 이 먼 타국에 '나'라는 존재의 역사를 알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내가 어떠한 삶을 살아왔는지,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차분한 성격인지, 활발한 성격인지, 그 누구도 내가 30년동안 만들어온 나의 사회적이미지를 알지 못하고 이 곳에서 그런 것은 전혀 필요하지도 중요하지도 않다. 지금이야 말로 나 자신을 잠시 내려 놓기에 가장 이상적인 순간이지 않을까..
어쩌면 이번 여행에서 이것 하나만 얻고 돌아가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발렌시아에서 그라나다로 이동하는 날
전날까지 날씨가 좋지않아 걱정을 많이 했는데 다행히 둘째날에는 비가 오지 않고 날이 정말 좋았다.
우리는 중간에 토레비자 라는 곳에 들리기로 했다. 토레비자는 스페인 여행을 하는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진 않은것 같지만 핑크호수를 볼 수 있는 너무나 아름다운 소도시이다.
토레비자 [Torrevieja]
실제로 보면 정말 이쁜데 사진으로 표현이 다 되지 않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스페인 여행 중에 렌트를하거나 시간적 여유가 많은 사람들은 꼭 한번 쯤은 방문해 보는 것을 권해 주고 싶다
그렇게 토레비자를 뒤로 하고 우리는 최종 목적지인 그라나다에 도착했다. 사실 중간에 차를 빼다가 사고도 있었고 빌려온 보조 가방도 잃어버리는 일이 있었다. 다행히 귀중품은 분실하지 않았지만
낯선 초행길에 사고까지 더해져 조금 예민하고 정신이 없었던 것 같다. 내가 렌트를 하자고 제안했는데 왠지 함께한 동생들이 내 눈치를 많이 본 것 같아 오히려 불편하게 만든것은 아닌지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래도 렌트를 하지 않았으면 핑크호수도 못봤을 것이고 발렌시아도 둘러보지 못했을 테니 좋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 동행들은 그라나다에 하루만 머물고 떠나지만 나는 이곳에 며칠 더 머물러 보기로 했다.
안달루시아를 대표하는 도시, 그라나다은 어떤 도시일지 기대해보며 나의 로망 중 하나를 이루게 해준 동행들에게 고마움을 표한다.
Than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