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살, 퇴사후 떠나는 유럽여행_그라나다
그라나다[Granada]
그라나다는 세비야와 함께 안달루시아를 대표하는 도시이다. 그리고 바로 이 곳에 죽기전에 꼭 봐야 한다는 그 곳, 알함브라궁전이 위치해 있다.
죽기전에 봐야 할 곳이 뭐 이리 많은지 모르겠지만
사실 나는 궁전에 '1'도 관심이 없는 사람이기에 그라나다에 그다지 오래 머물고 싶지가 않았다.
왠지 그라나다는 알함브라 궁전이 전부 일 것 같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 내가 그라나다에 4일이나 머물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잠시 이야기 하고자 한다.
첫째날은 렌트의 후유증도 있었고 아예 도시 구경을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라나다가 별 볼일 없을 거라 생각한 것은 어쩌면 내가 이 도시에 대해 큰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걸 반증이라도 하듯 그라나다의 진가는 그 다음날부터 바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라나다의 진면목 산 니콜라스 전망대
나의 관심은 언제나 그러하듯 이 도시 전체를 바라볼 수 있는 전망 좋은 곳이었다. 그래서 찾아간 곳이 바로 산 니콜라스 전망대 이다.
이 곳이 유명한 이유는 시내 전망을 한번에 볼 수 있는 것도 있지만 사실 알함브라 궁전의 전체의 모습을 두 눈에 담을 수 있기에 때문이다.
대낮에 볼 수 있는 시내 전망과 궁전의 모습도 상당히 매력적이지만 이 곳은 진면목은 해가 지고난 이 후에 발휘된다.
이해 못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어김없이 알함브라 궁전 안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대신 이 전망대에서 알함브라 궁전의 전체 모습을 눈에 담고 그 웅장함을 느낀 것에 충분히 만족을 하고있다. 그 안에 들어가 궁전의 모습을 세세히 보는 것도 의미가 있겠지만 한 편의 그림과 같은 전체의 모습을 두 눈에 담아 두는 것이 나에게는 훨씬 의미 있는 순간인 듯 하다.
Entrebrasas
사실 전망대도 좋았지만 이 곳이 내 발목을 붙잡았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거 같다.
그 곳은 전망대도 궁전도 바다도 아닌 바로 그라나다의 맛집 Entrebrasas 이다.
스페인에 오기 전부터 온갖 빵, 샌드위치, 햄버거, 피자, 파스타 까지 한국에서는 거들떠 보지도 않았던 음식들을 너무 많이 섭취 해 오고 있어서 서서히 몸에서 거부반응이 올라오고 있을 무렵 우연히 알게된 이 집은 음식을 먹으며 기분이 좋아지게 만들어준 곳이었다.
이 곳의 음식이 더 감동 적이었던 이유는 술을 한잔 시키면 따라나오는 Tapas 의 맛과 친절한 직원 그리고 말이 필요 없는 착한 가격까지,
솔직히 이야기 하자면 이탈리아 남부에서 미슐랭 원스타인 레스토랑에서 먹은 코스 음식 보다 이 곳에서 먹은 목살 구이가 훨씬 맛있었다.
음식을 먹고 감동 한 것이 얼마만인지..
너무 맛있어서 다음 날 동행을 구해 한번 더 방문했다. 이 곳의 맛을 혼자 느끼기가 너무 아쉬웠다.
그라나다에 방문 할 계획이 있는 사람들은 꼭 이 곳을 방문 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하늘과 바다가 만나는 곳[Nerja]
그라나다에서 버스로 약 두시간 떨어진 곳,
그 곳에 아름다운 해변도시 네르하가 위치해있다.
네르하는 스페인 여행을 준비하며 꼭 가보자고 마음을 먹은 곳이긴 하지만 그 동안 이탈리아 남부부터 너무나 아름다운 바다를 많이 봐 왔던 터라 큰 기대를 가지고 있진 않았다.
하지만 네르하를 가는 버스 안에서부터 나는 이 곳에 마음을 빼앗겨 버렸다. 그라나다에서 네르하를 가는 버스는 해안도로를 따라 이동 하는데 이동하며 보여지는 풍경은 감히 이탈리아 포지타노 보다 아름다웠다고 이야기 하고 싶다.
버스가 아니라 렌트를 해서 이동하는 거였다면 아마 나는 네르하까지 가지 못하고 차를 멈춰 세워야만 했을 것이다. 배터리가 없어 사진을 찍지 못한게 너무나 아쉽지만 아마 사진을 찍었더라도 그 황홀한 경치는 사진에 담지 못했으리라..
그렇게 해안도로의 절경에 감탄하며 마음속에 가시지 않는 여운을 간직한채 네르하에 도착했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작은 도시.. 나는 버스 안에서 담아온 여운이 사라질까 해변가를 향해 급히 발걸음을 옮겼다.
해변가에 도착한 후에 나는 잠시동안 아무런 생각도 할 수가 없었다. 눈 앞에 나타난 너무나도 광활한 바다와 모자가 날아갈듯이 부는 시원한 바닷바람.. 이 보다 더 사람의 기분을 좋게 만들어 주는 조합이 또 있을까 싶다.
바다 멀리 보이는 수평선에서는 하늘과 바다가 만난다. 끝이라는게 과연 있을까 생각이 들 정도로 끝없이 펼쳐진 수평선을 바라보고 있으면 인간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작은지 그리고 내가하고 있는 고민이 정말로 중한 것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바다를 바라보며 멍하니 한시간 정도 앉아있었던 듯 하다. 무슨 생각을 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계속 감탄을 하며 아무 생각없이 바다만 바라보았던 것 같다. 이런 순간은 마치 누군가에게 따듯한 위로의 이야기를 듣는 것과 같이 바다로 부터 위로를 받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시원한 바닷바람이 따스한 손길로 느껴지는 이 곳이 나는 참 좋았다.
바다를 보고 나오는 길, 조금은 야윈듯한 아저씨가 빨간색 기타를 메고 공연을 준비하고 계셨다.
잠시 벤치에 앉아 아저씨의 공연을 보고 가기로 했는데 어찌나 감미로운 노래를 그리 잘하시는지 주머니에 있는 동전이 탈탈 털려버렸지만 그래도 이 곳에선 모든게 다 좋았던 것 같다.
그라나다를 떠나는 날은 또 다시 저 곳에서 저녁을 먹지 못한다는게 아쉬웠고 죽기전에 꼭 봐야 한다는 궁전을 더 많이 눈에 담지 못해 아쉬웠다. 언제 또 그 해안도로의 절경을 내 눈에 담을 수 있을까 이 곳을 떠나는 순간 그 모든게 꿈같이 그리워 질까 조금은 두려워 지기도 하지만 모든 여행이 그러하듯 이 곳도 내 기억 속에 그리고 내 글 속에 깊은 여운으로 남게 되길 바란다.
비록 글로 모든 걸 표현하지 못해도 첫날의 나의 선입견을 깨고 너무나 좋은 것들을 많이 보여준 그라나다라를 떠나고 나는 이제 헤밍웨이가 사랑했던 도시 론다로 떠나려 한다.
Thanks Granad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