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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in진오 Oct 24. 2016

그대가 걷는 길 #11 Romantic Ronda

서른 살, 퇴사 후 떠나는 유럽여행_론다


론다[Ronda] , Romantic


만약 누군가 나에게 론다라는 도시를 한 단어로 표현해 보라고 한다면 나는 주저 없이

'Romantic'이라는 단어로 그 물음에 대한 답을 해 줄 것이다.

소설가 헤밍웨이도 사랑했다던 도시 론다, 아마 모르는 두 남녀를 가만히 누에보 다리에 세워놓아도

그 자체가 로맨스 영화의 한 장면으로 보여지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 본다.


<론다 기차역>



론다에 도착한 직후 느꼈던,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감정들.. 그 감정들을 마음속에 잘 담아 간직해 두었지만 시간이 지나 글로 표현하려고 하니 불과 며칠 지나지 않았음에도 오래된 추억처럼 아련하게 떠올라 쉽게 운을 떼기가 어렵다. 뭐라고 표현해야 그때의 감정을 잘 전달할 수 있을까..

사진첩을 열어 그 당시 찍어둔 사진을 하나하나 천천히 들여다보았다.

확실히 사진은 시간이 지나 아스라이 남아있는 기억의 조각을 선명하게 떠오르게 하는 기폭제 같은 역할을 하는 것 같다. 그렇게 나는 사진첩을 여러 번 훑어보며 10일 전 론다의 기억을 더듬고 있다.



< 골목길이 참 이쁘다..>



기차역을 나와 숙소를 향해 가는 길, 여느 도시와는 다르게 기차역을 나와도 사람들을 거의 찾아볼 수가 없었다. 한적하다 못해 휑한 느낌이 들어 도시라기 보단 시골의 어느 산골 마을의 느낌이 많이 났지만 그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옹기종기 모여있는 새하얀 집들과 언덕길을 오르내리는 좁은 골목의 계단들.. 특별하게 화려하고 멋진 건물이 없어도 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이 곳엔 있다.



< 절벽 위에 위치한 수 많은 집들..>
< 국영호텔 파라도르>



그렇게 골목을 지나 론다의 상징인 누에보 다리에 도착했다. 누에보 다리는 론다의 구시가지와 신시가지의 절벽을 잇는 3개의 다리 중 하나로 이 다리를 만든 건축가가 완공이 되는 시점에 다리에서 떨어져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누에보 다리의 완공 날짜를 다리에 새기다가 떨어졌다고 하는 설이 있는데

누에보 다리를 보고 있으면 그 건축가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깎아지르는 절벽과 절벽을 연결하는 거대한 다리, 이 것을 완성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생을 하였을까.. 40년 동안 고생하여 완성한 순간 내가 그 사람이었더라도 뭔가 기념이 될만한 것들을 이 곳에 새겨 이 순간을 잊고 싶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 누에보 다리 반대편의 경치, 시선을 돌려보자>
< 누에보 다리,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찍는 사진이지 싶다>



 론다를 방문할 계획이 있는 사람들에게... 론다의 로맨틱함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서는 반드시 하루 정도는 투자를 하라고 이야기해 주고 싶다. 대부분 당일치기로 론다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누에보 다리의 낮과 밤의 모습을 함께 지켜보며 산책하듯 여유롭게 이 도시를 둘러보는 것을 추천해 주고 싶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반드시..



< romantic Ronda>





태도에 관하여


혼자 여행을 하며 가끔은 동행을 만나 웃고 즐기기도 하고 때로는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하니 시간을 보낼 때도 있다.


솔직히 가끔 좋은 경치를 만났을 때 자연스럽지 않게 억지로 나 자신을 그런 진지한 상황으로

몰아붙이는 경우도 있는 것 같긴 하다. 억지로라도 그런 상황을 만들어 스스로 대화하는 시간을

많이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 나를 질책하기라도 하듯 최근에 읽은 책 한 권이 전달하는 메시지가 나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잠시 그 책에 나와있는 내용들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임경선 작가의 '태도에 관하여'라는 책이다.


집중하자고 생각해도 바로 생각을 길어 올릴 수는 없다.
그것은 어찌 보면 당시 분위기에 휘둘린 감상일 수도 있다. - 태도에 관하여 中

 

이 문구를 보는 순간 그동안 내가 혼자 느끼고 생각해왔던 것들이 어쩌면 그 당시 분위기에

휘둘린 감상일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 자신에 대해 아는 것, 그것이 시간과 품이 꽤 많이 드는 일이라는 저자의 말처럼 내가 그 순간에 느꼈던 감정들이 정말 스스로에게 솔직했던 느낌이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생각하는 것에만 중점을 두다 보면
자칫 행동하지 않을 부정적인 이유를 만드는데 생각이 더 쓰인다. - 태도에 관하여 中  


여행이 계속될수록 이런저런 생각이 쌓이면서 어쩔 수 없이 가끔은 부정적인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당장은 여행을 지속하며 넘겨내고 있지만 한국으로 돌아간 후에도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불안감들을

아무렇지 않게 넘겨 낼 수 있을까..?


생각이 많은 것이 문제가 아니라 '생각만' 많은 것이 언제나 문제이다.

무슨 일이든 섣불리 생각하지 않고 깊게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어느 순간 생각의 끝에 다다르게 되면 어떠한 방식으로든 행동으로 옮겨야 된다. 행동으로 옮겨지고 난 후에는 극복할 힘이 생기기 마련이니까.


여행이 끝나기 전 나는 어떠한 태도로 인생을 살아갈 것인가에 대하여

나름대로 정의를 내려보는 것도 여행의 의미를 더 해 주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보며

안달루시아의 마지막 도시 세비야로 떠나고자 한다.


Thanks Ron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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