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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in진오 Oct 30. 2016

그대가 걷는 길 #12 앞만 보며 달린 다는 것..

서른 살, 퇴사 후 떠나는 유럽여행_세비야

점심을 조금은 급하게 먹고 나는 세비야를 가기 위한 버스에 올라탔다.

세비야까지는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 않았다. 론다에서 출발 한지 버스로 약 한 시간 반이 지난 후에 

스페인의 안달루시아 지방 마지막 도시가 될 세비야에 도착했다.

터미널에 도착한 후 함께 넘어온 일행과 작별을 하고 나는 숙소로 가는 트램에 올라탔다.

생각해 보니 트램을 본지가 언제인지.. 스페인에 넘어와서 처음으로 트램을 보는 듯하다.


<세비야 트램>


사실 세비야는 주요 관광지만 생각해 본다면 대부분 걸어 다닐 수 있을 만큼 도시가 크진 않다. 부지런히 걸어 다니면 하루 만에 세비야에 있는 주요 관광지는 다 볼 수 있을 정도라 세비야에 머무는 동안은 대중교통을 거의 이용하지 않았다.

트램에서 내리자 세비야에서 가장 유명한 대성당이 눈앞에 들어왔다. 숙소가 세비야 대성당 근처인 것은 여러모로 좋은 점이 많다. 바르셀로나의 카탈루냐 광장처럼 세비야를 돌아다니기에 가장 중심이 되는 위치이기도 하고 밤에 언제든지 세비야 대성당의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도 또 하나의 매력 중에 하나이다.


< 세비야 대성당>


세비야 대성당은 세계에서 3번째로 큰 성당이며 완공까지 100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거대한 규모에서 뿜어져 나오는 웅장함에 잠시 넋을 놓게 된다. 성당 주변에는 내부로 입장하기 위한 관광객들로 북적였고 일부 건물들은 보수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듯했다.

대성당은 나중에 조금 더 자세히 둘러보기로 하고 나는 근처 숙소로 걸음을 옮겼다.


숙소에서 체크인을 마치고 나서 나는 대성당만큼이나 유명한 스페인 광장으로 향했다.

광장으로 향하는 길 나는 실로 오랜만에 바다가 아닌 '강'을 만났다.

스페인에는 과달키비르[Guadalquivir]라는 강이 있는데 안달루시아 지방에서 가장 긴 강이라고 한다.

매일 바다만 보며 감탄하다가 오랜만에 강을 보니 바다와는 다른 한적함과 평온함이 느껴져 좋았다.


<과달키비르 강, 안달루시아에서 가장 긴 강이라 한다>


드넓고 광활한 바다가 자유로움과 막힌 것을 뻥 뚫어주는 시원함을 느끼게 해 준다면

강은 여유로움과 한적함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 확실히 바다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는 듯하다. 오랜만에 강가를 따라 천천히 걸으며 조깅하는 사람이나 누워서 책을 읽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니 괜스레 내가 다 기분이 좋아졌다.

 

<강가 산책로, 걷고 싶은 거리>
< 강가에서 보내는 흔한 여유시간>


그렇게 강가를 따라 걷다 보니 어느새 스페인 광장에 도착했다. 스페인 광장은 마리아 루이사 공원과 함께 붙어있는데 공원의 규모가 엄청나게 커서 강가보다 운동하는 사람들이나 쉬는 사람들을 훨씬 많이 만나 볼 수 있다.

나도 공원을 지나오며 나중에 이 곳에 와서 낮잠을 자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분수에 무지개가 피었습니다>
< 건물이 서서히 노을 빛을 띄기 시작..>


스페인 광장은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지만 가족단위로 온 여행객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아마도 공원도 있고 광장 주변 연못에서 배도 탈 수 있어서 아이들을 데리고 나와 시간을 보내기 좋은 장소라고 생각했다.

세상 고민 없이 뛰어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니 얼굴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아이들을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가끔 저렇게 부모님의 손을 잡고 천진난만하게 뛰어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나도 어렸을 때는 저랬을까 하며 아무 고민 없던 그 시절이 그리워지기도 한다.


<스페인 광장>


스페인 광장에 있는 건물 자체는 볼게 별로 없지만 이 곳은 어떻게 찍어도 사진이 잘 나오는 곳 중 하나이다.

아치형으로 지어진 건물은 정확히 중앙을 기준으로 좌우대칭으로 지어져 그 멋을 더한다.

유럽의 어느 건물이나 그러하듯이 이 곳도 낮과 밤의 느낌이 다른 곳 중 하나이다. 나는 낮에 갔지만 밤에 가서 야경의 모습을 감상하는 것도 또 다른 느낌의 스페인 광장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세비야에서는 곳곳에서 마차를 많이 볼 수 있다.

도로 위에서 자동차와 마차가 섞여 다니는 모습이 꽤나 인상적이었는데 그중에서도 마차를 끄는 말에게는 모두 눈가리개가 씌워져 있는 모습에 왠지 모르게 가슴속이 답답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세비야 마차, 눈가리개를 한 말이 슬퍼보이는 건 왜일까..>


사실 말은 겁이 많이 동물이기도 하고 시야가 넓어서 안전을 위해서도 시야 가리개를 하는 게 나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이유를 머리로는 이해를 해도 말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왠지 안쓰러운 마음이 가슴속에서 올라왔다.

이 속박에서 벗어나 얼마나 자유로이 달리고 싶을 것인가.. 하루 종일 가려진 시야로 앞만 보며 마부가 이끄는 대로 하염없이 달리는 말의 처지가 왠지 모르게 안쓰럽다. 내가 대단한 동물 애호가도 아니고 예전부터 말이 이동수단으로 사용되어온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새삼스레 이런 마음이 드는 것은 마차에 묶여 있는 말의 모습에서 나의 모습이 투영되어 보였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앞만 보고 달려라



우리는 이런 이야기를 주변에서 참 많이 들으며 살아온 것 같다. 사실 남들이 이야기해줬다기보다는 나 스스로가 자신을 앞만 보고 달리도록 채찍질하고 있었다고 하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 듯하다.

남들보다 조금 더 빠르게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 위해 학창 시절부터 우리는 끝없이 앞만 보며 달려왔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대학에 가서는 좋은 기업을 들어가기 위해, 회사에서는 남보다 인정받기 위해.. 그렇게 마차에 묶인 말에게 채찍질하듯이 스스로를 몰아붙이며 지금껏 살아온 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하나의 목표를 정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정진하는 것을 누가 뭐라고 할 것인가?

다만 우리가 한 번쯤 생각해보아야 하는 것은 혹시 내가 저 마차에 묶여있는 말처럼 눈가리개가 씌워져 스스로 방향을 정하지 못하고 그저 사회적인 성공을 위해 다른 사람의 시선이 이끄는 대로 앞만 보며 달려온 것은 아닌지 스스로를 돌아 보고 또한 내 주변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얼마 전 '말하는 대로'라는 프로그램에서 허성태라는 배우가 스스로를 이기적인 남자 마흔 살 신인배우라고 소개하는 내용을 본 적이 있다. 안정적인 대기업이라는 직장을 다니다가 돌연 본인의 꿈을 찾고자 30대 중반이라는 나이에 배우라는 꿈을 향해 도전한 그는 스스로 선택한 길이 너무 이기적인 선택은 아니었는지 대해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에게는 적지 않은 나이 , 책임져야 할 가정, 평생을 뒷바라지해주신 어머니가 있었기 때문이다.



본인의 꿈을 찾아서 도전하는 것이 이기적인 것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찌 본인의 꿈을 찾아 도전하는 것이 이기적이라 할 수 있을까? 박수를 치며 기뻐해야 할 일이다. "어떤 일을 해야 뺨을 맞아도 행복할까?"라는 이야기는 허 배우가 한 이야기 중 가장 인상 깊은 말이었다. 극 중 역할에서 뺨을 맞는 장면이 있었는데 뺨을 맞아도 너무 행복하다는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너무나도 감동스러웠다. 정말 뺨을 맞아도 행복한 일을 스스로가 하고 있다면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큰 행복이지 않을까.

아마도 그동안 이 분은 가족의 행복을 위해 본인의 꿈은 저 마음 한구석에 고이 접어 두고 눈을 가린 채 앞만 보며 가열하게 달려온 우리나라 수많은 가장 중에 하나의 모습이었으리라 생각이 된다.

지금이라도 고이 접어 놓았던 꿈을 펼치고 있는 그 용기 있는 도전에 한 명의 팬으로서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평범한 마차를 보며 이런 생각을 하는 내가 유난스러운 것은 아닌지 라는 생각을 잠시 해 본다.


세비야에서 둘째 날, 어제 스페인 광장 가는 길에 강가를 따라 걸었던 게 너무 좋아서 책 한 권을 다운로드하여서 강가 근처로 향했다. 평일 오전이어서 그런지 어제보다는 사람이 별로 없었지만 그게 오히려 더 한적해서 좋았다. 자리를 잡고 누워서 낮잠을 자기도 하고 책도 읽으며 나만의 느긋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다가 오늘은 플라멩고 공연을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인터넷에서 유명한 곳을 확인하고 예약을 했다.


스페인에서는 플라멩고라는 춤이 굉장히 유명한데 그 원조가 바로 세비야라고 한다. 수많은 공연 장이 있지만 주로 유명하다고 알려진 곳은 두 군데가 있는데 한 곳은 이미 '꽃보다 할배'에 나와 한국 사람들에게 유명해진 곳이고 다른 한 곳은 박물관과 함께 운영하는 곳이다. 두 군데가 공연시간이나 가격대가 다른데 나는 조금 더 저렴하고 공연시간이 짧은 박물관 공연을 선택했다.


박물관에 도착해서 공연장으로 입장을 하였는데 무대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작았다. 오랜만에 공연을 보는 것이어서 그런지 예전 연극 무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때가 많이 생각났다. 아마 여기 스태프들이 모두 하나같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색 옷을 입고 있었던 것도 예전 추억을 떠오르게 하는데 한몫하지 않았나 싶다.


<플라멩고 공연, 예전 공연하던 추억이 떠오른 곳>


플라멩고 공연은 작은 무대 위에 춤추는 남녀 각각 한 명, 노래 부르는 사람 한 명, 기타 연주자 한 명 해서 총 4명이서 무대를 꾸며간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플라멩고춤은 결코 화려하거나 멋있는 춤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예전에 사람의 감정을 표현하는 가장 상위 단계가 춤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플라멩고를 보니 그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그 만큼 공연자가 몸으로 어떠한 감정을 전달하려고 하는지 고스란히 느낄수 있는 공연이었다. 가끔은 우스꽝스러운 동작들도 나오는데 공연자의 표정이나 몸짓이 사뭇 진지하여 결코 가볍게 받아들일 수 없다.

화려하고 재밌는 공연이라고 말하진 못하겠지만 공연자의 땀과 열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멋진 공연임에는 틀림없다.


공연을 보고 나와 세비야의 전망을 볼 수 있는 곳 중 하나인 메트로폴 파라솔로 향했다.

입장료는 구매하며 전망대에서 공짜로 음료를 마실 수 있고 이 곳에서 바라보는 석양이 일품이라 해가 서서히 지기 시작하는 무렵부터 많은 사람들이 몰려드는 곳이기도 하다.



< 메트로폴 파라솔에서 바라보는 전망>
<세비야의 석양>






어느덧 해가 지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

여느 곳과 마찬가지로 세비야의 밤은 낮과는 다른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밤의 세비야 대성당>
<밤의 스페인 광장>



어쩌면 공식적으로는 세비야에서 마지막 밤을 끝으로 내 유럽여행의 메인이었던 스페인여행을 마무리 하게 되었다. 처음에 생각했던 한달이라는 시간을 다 채우지 못해서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단연코 지금까지 다녔던 나라 중에 스페인이 최고라고 말 할 수 있을 것 같다. 왜 사람들이 스페인에 여행왔다가 눌러 앉게 되는지 이제는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그 이유에 대해 공감할 수 있을 듯 하다. 


스페인 일정은 줄었지만 그 만큼 새로운 나라, 새로운 도시에서의 경험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스페인이 너무 좋았지만 앞으로 방문하게 될 새로운 곳들이 스페인보다 더 좋은 기억과 경험을 전달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과연 나의 바람은 이루어질까? 설렘과 기대를 안고 포르투갈로 떠나보려 한다.



Thanks Sevi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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