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고의 벽, 하상욱
수많은 꿈이 꺽인다
현실의 벽이 아니라,
주변의 충고 때문에
- 하상욱, '충고의 벽'
퇴사를 고민하던 시절
하상욱 작가의 이 짧은 글은 나에게 수 많은 생각을 하게했다.
그 당시 친구들을 만나는 자리에서 항상 빠지지 않던 주제가
바로 회사생활과 퇴사고민이었다.
퇴사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입에 달고 다녔고
그럴 때 마다 친구들은 항상
'배가 불렀네!' , '넌 연봉은 많이 받지 않느냐' 와 같은
뻔하디 뻔한 대답을 내어 놓으며
내가 하는 고민을 마치 질풍노도의 사춘기 소년과 비교하곤 했다.
술자리에서가 아니라 진심으로 고민을 털어 놓는 자리에서도
퇴사이야기를 꺼내고 조언을 구할 때면
배가 불렀냐는 노골적인 비판을 하진 않았지만
왜 퇴사하려고 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게 좋지 않겠는지,
아직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것은 아닌지와 같은
직접적이지 않지만 에둘러 퇴사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전해주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럴 때면 언제나 가슴속이 답답했다.
정말 주변 사람들 이야기처럼 내가 퇴사를 고민하는 것이
그렇게 현실 감각 없는 철부지 같은 소리인 것인가?
스스로 고민할 때는 퇴사하는 것이 맞는 것 같은데
주변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퇴사를 해서는 안될 것 같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갈팡질팡 하는 상황이 계속되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보게 된 하상욱 시인의 저 짧은 글귀는
내가 정말 그동안 의미 없는 고민을 하고 있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했다.
생각해 보면 참 큰 굴곡이 없이 살아온 밋밋한 인생이었다.
그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 보니 언제나
인생에서 중요한 결정이 필요할 때는
내가 원하는 방향 보다는 주변의 시선을 의식해서
결정을 내렸다. 그러한 결정들은 대부분 안정적인 길이었고
비록 내가 원하는 길은 아닐지언정 남들이 인정해 주는 길이었다.
그러다 보니 현실의 벽에 부딪힐 일이 없었다.
언제나 주변의 충고와 기대에 부응하는 결정만을 했으니
현실의 벽에 부딪히기도 전에 주변의 충고에 벽에 가로막혀
돌아가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나는 지금껏 제대로 현실의 벽을 구경 조차 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한 생각을 하고 나니 그 이후부터는
더 이상 주변 사람들에게 퇴사에 대한 조언을 구하지 않았다.
또 다시 그들이 하는 충고의 벽에 가로막히고 싶지 않았고
이번에야 말로 기어이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에 벽에 부딪히더라도
오롯이 나 혼자만의 힘으로 답을 찾아가고 싶었다.
그리고 퇴사에 대한 나의 생각들을 글로 정리하고 시작했고
나는 내가 처음 예상하던 것보다 조금 빠르게 퇴사를 결정했다.
퇴사라는 고민을 너무 쉽게 결정해서는 안되지만
고민의 시간이 오래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면
그 이유가 무엇일지 스스로 곰곰히 생각해 보길 바란다.
혹시나 지금 내 눈앞에 놓여 있는 벽이
나의 인생에 놓여져 있는 현실의 벽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충고의 벽은 아닌지
사실 나는 내가 진작 마주했어야 할 현실의 벽의 근처에도
가보지 못하고 주변의 충고에 의해 포기했던 것은 아닌지 말이다.
충고의 벽을 넘어 현실의 벽을 마주하게 된다면
그 벽이 너무도 높고 험해 보여도 그 벽을 넘어가기로 결정 하는 것이
그다지 어렵지 않을 수도 있다.
오히려 두려움 보다는 설렘을 느끼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