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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in진오 Jun 27. 2017

요일의 의미

#21

 여느 때와 다름없는 평범한 평일 오후. 집에서 조촐하게 점심을 차려 먹고 읽을 책과 노트북을 챙겨 근처 카페로 향하는 게 나의 일상이 되어버렸다. 


얼마 전에 만난 지인의 요새 뭐하고 지내냐는 물음에 


“그냥 책도 읽고 글도 쓰고 있어요.”  라며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했는데


“ 진짜 인생을 살고 있네요.”라는 다소 의외의 대답을 듣게 되었다. 


 확실히 요즘에는 살아있음을 느끼고 있기는 하다.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도 없고, 읽고 싶은 책을 원하는 시간에 읽는다.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고 잠이 올 때 잔다. 나에게 주어진 하루 24시간을 온전히 나의 의지로 활용하고 있으니 ‘진짜 인생’이라는 표현이 참으로 적당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때로는 그 순간이 어색할 때도 적지 않다. 유치원, 학교, 군대, 직장까지 거의 인생의 매 순간을 어떠한 조직의 일원으로 살아왔다. 나는 스스로 하루를 자유롭게 살아가는 것보다 짜인 일과에 맞춰 생활하는 것이 너무도 익숙해져 버린 사람이었다. 그래서 때로 늦잠을 자는 날에는 스스로를 질책하고 의미 없이 하루를 보낸 날이면 잠들기 전 반성의 시간을 갖기 일쑤였다. 


 하지만 이제야 깨달은 것은 하루 24시간이 오밀조밀하게 꽉 차있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 오히려 나에게 주어진 하루에는 적당한 빈 공간과 쉼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자가 그 험한 정글에서 밀림의 왕이라 불리는 이유는 물소를 때려잡는 강한 힘이 있기 때문이 아니라 그 위험 속에서도 자유롭게 배를 까뒤집고 몇 시간이고 잠을 청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는 어렵더라도 때로는 

배짱 좋게 마음껏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질 필요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해 본다.

 

 그렇게 나는 조금씩 이런 평화롭고 한적한 하루에 익숙해져 가고 있다. 더 이상 사무실이 아닌 동네 카페로 향하는 것이 어색하지 않게 된 순간 진정한 자유를 느꼈다. 그러고 나니 요일의 경계가 허물어졌다. 나에겐 월요일의 하루와 일요일의 하루가 동일한 가치를 갖게 되었다. 

 과거에는 월요일은 한 주가 시작되어 ‘월요병’이라는 것을 만들어 내고 금요일은 한 주가 끝나게 되어 ‘불타는 금요일’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나도 일요일 잠들기 직전에 눈을 뜨면 출근해야 하는 게 싫었고 금요일 퇴근 시간을 앞두고 주말에 쉴 수 있음에 감사해했다. 


하지만 지금은 매일매일이 그냥 '하루' 다.

내 삶에 요일의 경계가 허물어졌다.





요일의 경계가 

허물어진 순간 

나는 진정한 자유를 느꼈다. 

이런 걸 

‘진짜 인생’이라 감히 불러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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