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꿈은 10년 뒤에 반포자이 아파트를 사는 거에요 "
4년 전 만났던 어느 재무설계사에게 들었던 이야기다.
회사에 입사하고 이제 나도 월급이라는 것을 받는 다는 것에
한껏 들떠 앞으로 이 돈을 어떻게 하면 잘 모을 수 있을까?
라는 생각에 무료 재무설계 상담을 받으러 간 적이 있었다.
그때는 평생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10년 정도는
내가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 일을 하며
돈을 벌 것이라고 생각했으니
사람일이라는게 정말 한치 앞을 모르는 것 같다.
아무튼 그때 상담을 받으며 여러가지 이야기를 들었는데
상담은 주로 나의 은퇴 후 노후대비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물론 나의 노후가 중요하기는 하지만 왠지 모르게
언제 올지도 모르는 내 20,30년 뒤의 은퇴시기를 벌써부터
걱정하며 지금부터 허리띠를 졸라메야 한다고 생각하니
조금은 거북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비슷한 예로 회사에 입사했을 때 나이가 지긋하신 부장님들과
가끔 이야기를 하다보면
"넌 언제 결혼 할거니?" 라는 질문을 참 많이 받았다.
그러면서 해주시는 말씀이
"자식들 대학 졸업하기 전까지 회사 다녀야지" 라는 이야기였다.
나는 이제 막 입사한 신입사원인데
벌써부터 결혼해서 자식을 낳고
내가 정년은퇴를 하기 전에 자식들 대학교를 졸업시킬
걱정까지 해야 하는 것인가...
언제가는 내가 겪어야 할 외면할 수 없는
현실적인 문제들이긴 하지만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왠지 모르게 반항심이 생기며
"저 결혼 안할 건데요?" 라고 이야기 해 버렸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재무설계사가 본인은 10년 뒤에 반포자이 아파트를 사는게
꿈이라고 이야기 했을 때 당시에 나는 반포자이 아파트가
얼마나 비싸고 좋은 곳인지 알지 못했다.
그냥 단순히 누구나가 바라는 내 집마련의 꿈이라고 생각했다.
그분도 이 세상을 살아가는 한 명의 가장이었으니까.
하지만 한편으로는 누군가의 꿈이
강남의 어느 비싸고 고급스러운 아파트를 갖는 것이라는게
조금은 서글프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했다.
이러한 소망들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외면할 수 없는 너무나도
냉혹한 현실적인 문제들이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내 집을 마련하고 노후를 준비하고
이런 현실적인 문제들을 생각할 때
돈이라는 물질적 가치를 무시할 수가 없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더 좋은 집과 좋은 차를 소유하길 바라고
더 나은 환경에서 우리의 아이들을 키우길 바란다.
이런 것들을 외면하고
꿈, 행복, 자유 같은 다소 추상적인 가치들을
중요시 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혹자는 현실을 파악하지 못하는 낭만주의자라
비난 하기도 한다.
나도 개인적으로 상당히 현실적인 부분을
중요시 하는 편이었고 대책없는 낭만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 중 한명이다.
그랬던 내가 지금은 퇴사를 그만두고
벌이가 없는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찾고 싶다' 라는
낭만적인 명분을 앞세워서..
몇몇 친구들은 이제 곧 결혼을 하고
아파트 분양을 받아 신혼집을 마련하고 있다.
앞으로의 미래를 위해
차곡차곡 돈을 모으고 배우자와
안정된 삶을 계획하고 있다.
주변에서 이런 친구들이 하나 둘씩 늘어갈 때면
가끔은 내가 너무 겁없이
무모한 행동을 한 것은 아닌가 불안할 때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냉혹한 현실이라는 전제로 짜여진
평범하고 안정된 삶이라는 사회구조적 프레임에서
빠져나와 한번쯤은 주체적인 삶을 살길 바랬다.
냉혹한 현실주의자가 되자
그러나 가슴속에는 불가능한 꿈을 품자
현실과 낭만의 간극에서
나의 포지션을 어디에 위치시킬 것인가?
극으로 치닫는 것 보다는
현실적인 상황을 중시하면서도 낭만을 품을 여유가 필요하고
낭만을 노래하되 내 한몸 건사할 수 있는 현실감각은 있어야한다.
지금 서른 살, 나는
남들이 하고 있는 현실적인 고민들과 문제에서
한걸음 물러나와 있다
나에게 있어서
아직까지 꿈이라는 단어는 좋은 집, 좋은 차 보다는
행복이나 자유 같은 조금은
낭만적인 것에 가까이 위치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