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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in진오 Sep 25. 2016

그대가 걷는 길 #3 짧은 인연

서른 살, 퇴사 후 떠나는 유럽여행_마지막 Paris

대화


파리에서 지내는 3일 동안 같은 민박집에 머물며

알게 된 동생과의 이야기를 잠시 하고자 한다.


사실 그 동생과도 특별하게 깊은 대화를 나누거나

오랫동안 동행을 하며 돌아다닌 것은 아니라

이 친구에 대해 많은 것을 알지 못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 싶은 이유는


어색하고 낯설기만 했던 파리에서

처음으로 여행길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나누는 뻔한 이야기가 아닌

대화 다운 대화를 나눈 친구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파리에서의 마지막 날

어제 무리한 탓에 오늘은 정말로 숙소 근처 카페에서 쉬며

책도 읽고 글도 쓸 요량이었다.


마침 이 동생도 오늘 둘러보려고 하는 길이 내가 가려는 커피숍과

방향이 같아 오전에 함께 숙소를 나섰다.


< COSTA COFFE in Paris>


이 친구는 25살 대학생으로 현재 프랑스에 교환학생으로 와있다고 하였다.

이야기를 나누어 보니 전공이 물류 쪽이기도 하고 문과계열이라

여느 대학생과 다를 바 없이 취직에 대한 고민을 안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내가 대기업을 퇴사를 하고 유럽여행을 왔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적잖이 놀라는 눈치였다.


사실 이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정말 많은 이야기를 해 주고 싶었다.

가능하다면 소주 한잔 하면서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를

다 해주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짧게 스치는 인연에 너무 오버하는 듯하기도 하고

혹여나 나도 모르게 꼰대 같은 이야기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최대한 이 친구가 궁금해하는 이야기만

내 경험에 비추어 객관적으로 이야기하려 노력하였다.


내가 제일 안타까웠던 부분은 이 친구에게

 

" 대기업을 다니면 주변 사람들이 나를 되게 부러워해주고

자랑스러워할 것 같아서, 지금은 그런 기분을 느껴보고 싶어요. " 


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였다.


아마 주변 선배들이나 지인들이 대기업을 취업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본인 스스로 그 사람들을 부러워하는 감정을 느꼈었을 것이고

극심한 취업난과 상경계열이라는 전공 때문에

취업에 대한 불안감이 더 커서 대기업 입사에 대한 선망이 더 클 수는 있겠다 생각한다.


하지만


대기업이라는 타이틀은 말 그대로 간판일 뿐이다.

물론 남들에게 대기업에 다닌다 이야기했을 때

주변 사람들의 반응에 잠깐 기분이 좋을 수는 있겠지만

그게 내 인생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지는 않는다.


물론 대기업이란 존재는 우리나라 경제 발전에 큰 축을 담당하고 있고

누구나 들어가고 싶어 하는 기업임을 부정하진 않는다.


하지만


예전에는 대학만 잘 가면 취직이 되었고

얼마 전까지는 스펙만 좋으면 취직이 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더 이상 스펙도 중요하지 않은 시대가 되었다.


아무 연관 없는 스펙들의 나열은 더 이상 대기업들도 높게 평가하지 않는다.

하나를 준비하더라도 이유가 있어야 하고

이런 이야기까지 하고 싶진 않지만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

내가 왜 이곳에 가야 하는지

허구의 소설이 아닌 진실을 나열할 수 있는 준비를 지금부터 해야 한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선 솔직히 지금 같은 비정상적인 취업 환경이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


100군데 이력서를 넣으면 90% 이상은 서류에서 탈락한다.

그래서 취업이 어렵다고들 한다.


하지만 솔직히 이야기를 하자면

아무런 준비 없이 내가 원하는 기업도 아닌데

대기업이라는 이유로 연봉을 많이 준다는 이유로

복사/붙여 넣기 한 이력서를 여기저기 제출하며

합격하기를 바라는 게 더욱 이상한 것 아닌가?

자리는 한정되어 있고 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넘쳐난다.


우리는 스스로가 'Why?라는 질문을 던지고

고민하고 답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그 답을 찾는 과정에서 아까 위에 이야기한

스토리가 나온다.


이런 과정이 동반되지 않는 취업은 결국 불행한 직장생활과

퇴사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질 것이 자명하다.


물론 이런 뻔한 이야기들을 취업준비생들이 모르는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나 자신도 그때 당시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수십 군데에 이력서를 제출하였으니까

이상과 현실이 다름에서 오는 괴리감은

요즘 취준생들을 괴롭게 하는 이유 중에 하나일 것이다.


아무튼 그 친구도 이런저런 고민이 많아 보였지만

그래도 다행인 건 본인의 전공에 대해 만족해하고

그 분야에서 실력을 쌓아가고자 하는 마음이 크다는 것이다.


착하고 진중한 친구여서

앞으로 스스로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이 들지만

너무 초조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교환학생까지 올 정도면 학교에서 본인의 미래를 위해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는 뜻이니 스스로를 조금 더 믿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


이것 하나만 생각하고 주변에 부러움, 관심, 시선은

절대 신경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짧은 인연이었지만 진심으로 그 친구의 미래를 응원하고 싶다.

마지막 날이라고 하니 본인이 산 에펠탑 모형을 하나 선물해 준 좋은 친구다.

(선물은 받아서 좋은 친구라고 하는 게 절대 아니다.)


< 에텔팝 모형, 정삼아 고마워>


나도 뭐라도 하나 주고 왔어야 되는데

그때 정신이 없고 너무 피곤해서 생각을 하지 못했다.

사놓은 엽서라도 한 장 줄걸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내가 조금 더 멋진 인생을 살았다면

좀 더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 줄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해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여행을 하며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해서 한국에 돌아갔을 때는

이런 친구들을 만났을 때 울림 있고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진솔하게 해 줄 수 있는 선배 혹은 형, 동생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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