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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노 Aug 22. 2018

Track 9

  이 노래를 처음 들었던 건 앨범이 발매된 2008년, 그러니까 10년 전 중학교 3학년 때이다. 원더걸스, 빅뱅이 유행하던 그때, 이소라 씨의 7집 앨범을 들었던 건 남들과는 다른 취향을 뽐내고 싶었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정해지지 않은 제목으로만 이루어진 앨범이 사춘기 감성에 어울렸기 때문일까. 당시 아이리버 mp3 화면에 "이소라 - Track 9" 가 떠 있으면 괜스레 우쭐해졌다.


당시만 해도 좋아하는 앨범들은 가게에 가서 사두는 습관이 있었는데 이소라 씨의 7집 앨범도 그중 하나였다. 未定 , 대중에게 각인되어야만 살아남는 시장에서 오히려 집에 돌아와 펼친 그녀의 앨범에는 직접 그린 그림 제목 밖에 없었다. 이소라 씨의 감성을 정해진 단어로만 담아내기에는 부족해 미정의 제목인 줄 알았던 것들은 듣는 이가 자신의 감성 혹은 기분대로 붙이는 식이었다.  미정의 것들을 새롭게 나만의 방식으로 정하는 것에 익숙한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다. 전자에 속한 나는 이소라 씨의 앨범 트랙들을 나만의 것으로도 만들기 시작했다. 앨범 내에서도 가장 오랜 시간을 듣고 몰입했던 곡이 바로 Track 9이다. 어찌 보면 未定의 앨범과도 가장 잘 어울리는 가삿말을 가지고 있는 Track 9은 꽤나 냉소적인 곡이다. 내가 짓지도 않은 이름, 평범한 불행 그리고 당연한 고독 등의 차가운 명사들로 가득 채워진 노래는 아이러니하게도 듣고 나면 마음이 따뜻해지면서 위로받는 느낌을 들게 한다.


누구나 그러하듯, 내 의사와는 상관없는 이름으로 태어나 불리고 슬픈 일을 겪기도 하며 이유 모를 고독에 빠지는 시기가 있다. 나 자신이 잘해보려 해도 세상이 방해하고 주위 사람들이 도와주지 않는 것 같은 느낌, 관계를 맺고 끊는 데서 허무함을 느끼고 마치 누군가 만들어 놓은 것처럼 힘든 일이 반복되면서. 정해진 세상에 맞춰 살고 있는 우리 모두는 그러나 결국 그대로 가기도 하고 잠시 멈춰 울기도 한다. 다그쳐 살아간다는 말이 이토록 잘 어울린다고 느낄 정도로 나는 그리고 우리들은 살아가고 있다. 차가운 명사에서 따뜻함을 느끼듯 고독과 슬픔 속에서 새로운 희망을 찾아내야 한다. 반복되는 매일의 흐름은 조금은 벅찼다면 Track 9을 들어보시길.


우리의 인생은 고독을 느끼지 않고서는 결코 알 수 없는 것들이 있다. 고독을 느낄 때 가장 가까이에 있는 자신을 느낄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인생의 비밀과 조우한다는 것은 내가 '나 자신'이 되기 위한 과정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요소이다. 그리고 우리가 진심으로 타인과 만나는 것도 고독 속에서 살아가는 과정 중의 하나이다. 고독의 경험은 우리를 고립시키지 않는다. 오히려 타인과 이어지는 계기가 된다. 그리고 어느 순간 우리를 인류라고 하는 영역으로 이끌어주기도 한다. 와카마쓰 에이스케 <슬픔의 비의>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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