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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노 Apr 30. 2018

나, 無를 심다

  참으로 의욕이 안 생기는 요즘이다. 취직을 앞둔 대학교 4학년으로, 크기가 정해져 있는 좁은 구멍에 들어가려 여러 사람들을 밀고 혹은 내가 밀려서일까, 학생의 신분을 벗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일까. 본격적으로 꽃이 피고 따뜻한 햇살이 가득하며 기분을 좋게 하는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오히려 너무도 좋은 날씨들에 괜히 설레 덩달아 헛바람 드는 걸까. 아니면 4년이라는 나의 대학생활이 겨우 숫자로 누군가에게 평가받는 현실이 싫어서일까. 주위의 기대만큼 내가 해낼 수 있을까 싶은 요즘, 어릴 적부터 꿈꾸던 내 모습이 과연 그대로일까 싶은 요즘.


無. 참 이중적인 단어다. 걱정이 '없다', 스트레스가 '없다'라고 하면 긍정적인 사람으로 평가받고 의욕이 '없다', 목표가 '없다'라고 하면 그 반대가 된다. 無의 상태에서는 어떤 것이든 새로 만들어질 수 있음에도, 속히 사회의 통념은 의욕 없는 사람을 부정적으로만 취급한다. 그 전제 앞에 현재의 나는 한없이 부정적인 사람이 되는 것인지. 안타깝게도 나의 주변은 이런 나만의 준비 상태를 기다려 줄 여유가 없다. 셀 수도 없는 경쟁률이 날 기다리고, 곧 좁은 구멍 크기에 맞춰 꾸준히 자신을 깎아 온 사람들과 마주해야 한다. 그들도 속으로는 나와 같은 생각을 해오다 그 자리에 왔을까 아니면 치열하게 살아남는 법만을 배운 하이에나 같을까.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임에도 현실의 조건은 나를 이렇게 만들었다.


얼마 전, 4월 5일 식목일이었다. 나무를 심는다는 것이야말로 진정 無에서 有를 창조하려는 행위가 아닐까. 아무것도 없는 즉, 생명력이 없는 황폐화된 사막이 나무를 심음으로 활기 띤 녹지로 변화한다. 고요함만이 몸서리쳤던 땅에서 한 그루 한 그루의 나무들이 모여 새로운 생명을 끌어들인다. 그런데 왜 우리는 나무 심는 행위는 장려하는 것인지, 왜 이러한 無로부터 有의 흐름은 그렇게도 반기는 것인지.


다시금 의욕이 생기는 요즘이다. 취직을 앞둔 대학교 4학년으로 한 그루의 나무와 같이 얼마든지 無에서 有의 단계를 창조해낼 수 있는 나 자신이 기대되서일까. 본격적으로 꽃이 피고, 따뜻한 햇살이 가득하며 기분을 좋게 하는 바람 덕에 덩달아 나도 설레기만 하다. 주위의 기대만큼 내가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요즘, 어릴 적 꿈꾸던 내 모습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요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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