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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노 Jan 12. 2019

분명 내일은 또 달라지니까

 2018년 12월 31일 23시 59분. 보신각 타종, TV, 그리고 스마트폰 앞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달라질 내년을 기대하며 각자의 소원을 비는 시간. 분명 내일은 또 달라지니까. 어쩌면 나를 포함한 대부분이 거는 희망일지도 모른다. 아무것도 안 한 채 허무하게 하루를 보낸 후 내일은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바람 혹은 단조로운 일상에 균열을 일으킬 만한 변화 찾기, 우리는 무엇을 위해 내일을 기다릴까.


요즘 내 안에선 주위의 위로 담긴 한 마디가 조바심으로 변해 초조함과 뒤섞여 있다. 4개월 간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 출, 퇴근했던 인턴사원으로서의 생활이 끝난 지금, 새로운 시작을 위해 내일은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다짐하는 중이다. 내일은 누군가의 바람임과 동시에 누군가의 이기심이다. 예를 들어, 사랑하는 사람과 오늘의 시간을 가득하게 보낸 사람은 내일도 오늘과 같기를 바란다. 반대로 머피의 법칙으로 가득한 하루를 보낸 사람에게는 내일이 오늘 같지않길 바라기에. 이는 내일이 오늘과 같기를 바라는 이기심, 오늘 같지 않기를 바람으로도 얼마든지 해석될 수 있다. 또한, 각자가 처한 환경과 상황은 내일이 주는 의미의 크기에 관여한다. 2년의 군생활 동안 매일 똑같은 하루를 반복하면서 다가올 내일의 의미가 그리도 큰 적은 없었다. 달력의 날짜를 지우는 게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었으니. 그에 반해, 유럽 여행을 하는 동안 귀국 날짜가 다가올수록 내일이란 게 아예 없었으면 하고 바랐었다. 밤이 되면 내일이 오지 않길 바라며 오늘의 여백이 가득 차도록 칠해버렸다. 아마 그때의 나는 내일의 크기가 보이지도 않을 만큼 작아졌으면 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취준생의 입장에서 쓸 데 없는 욕심만 커지고 있는 요즘, 그것을 벗어던져버리기로 했다. 여백이 없는 오늘을 보냈음에도 무언가를 더 갈구하며 나의 기준을 높여만 왔다. 어쩌면 그것이 내 초조함의 근원이었는지도 모른다. 내일은 오늘보다 단어 하나를 더 외워야지, 글을 반이라도 더 써야지, 러닝머신을 1km라도 더 뛰어야지. 그렇다면 여백이 없도록 칠했던 나의 오늘이란 종이에는 사실 후회라는 글씨를 수십 번 동안 작게 써왔던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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