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 故 김광석 님의 공연 실황 DVD를 보는 아버지가 이해되지 않았다. 보고 싶은 만화영화도 많은 데, 나의 시간을 뺏긴 것 같아 짜증을 낸 적도 많았다. 그러나 멍하니 화면을 바라보던 아버지의 시선처럼, 나 또한 그의 노래로 인해 생각을 정리할 때가 많아졌다. 내 손으로 라이브 영상을 찾아보고, 그의 노래를 들으며 느껴지는 감정을 저장하려고 애쓴다. 나의 상황에 대입해 가사를 이해하고, 나의 언어로 재정립한다.
시간이 흐르며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들이 이해가 되기 시작한다. 영상 앞 40대였던 아버지의 뒷모습이 한없이 작아진 지금에서야, 그때 그가 짊어지던 무게가 느껴지는 것처럼. 시간의 흐름과 비례하게 움직였던 나의 이해심들을 되돌아보면 후회가 남기도 한다. 내가 화를 내는 게 마땅하다고 여겼고 누군가는 내 억울함을 알아줬으면 했다. 조금만 더 이해했더라면 꽉 쥔 모래알처럼 의미 없이 사라질 것들이었는데. 떨어지던 모래알 하나하나에는 내 화가 꾹꾹 눌러 담겨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