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도 위치도 모를 숲을 헤매고 있었다. 계속해서 다른 길이 나타나는 탓에, 너무도 큰 숲에 갇혀버렸다고 생각했다. 때로는 뛰기도 하고, 지칠 때는 그냥 길 위에 누워버렸다. 그래도 갇혀버렸다는 사실이 싫지만은 않았다. 거대한 숲이기에 새로움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렇게 난 숲의 크기에만 집착해 가기 시작했다.
얼른 이 큰 숲을 빠짐없이 돌아봐야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해졌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잠도 안 자고 뛰기 시작했다. 내딛는 발자국이 늘어날수록, 수많은 것들을 그냥 지나치고 있는 것도 모른 채. 어느덧 대강 숲에 끝 부분에 이르러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을 때 문득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숲에서 내가 좋아했던 건 뭐였을까?”
사실 나에게는 숲의 아주 작은 부분, 그니까 1/29 정도 되는 부분만이 필요했다. 나의 리틀 포레스트, 휴식의 매개체, 온전히 나를 뒤돌아 볼 수 있는 공간. 그리고 한참을 생각했다. 내가 이 숲에 왜 들어왔는지, 어떤 과일이 가장 맛있었는지, 지나가며 마주친 사람들 중 숲의 반대편에서 만날 사람은 누구였는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