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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용한 Jun 28. 2016

당신의 고양이와 사진을 찍어도 될까요?

모로코의 오래된 도시 페스에서 버스를 타기 위해 터미널에 잠시 앉아 있었다.

잠시 후 나는 모로코다운 흐뭇한 풍경을 만났는데,

터미널 앞 식당의 한 청년이 고양이 어미와 새끼를 불러 크림치즈를 먹이는 거였다.

식당에서 50미터쯤 떨어진 거리에서는 

담배를 파는 아저씨와 막노동을 하다 잠시 쉬고 있는 인부들이 보였다.

 그 중 한 아저씨는 '습습 스스습~' 하면서 지나가는 고양이를 불렀다.

그러자 길을 가던 고양이가 아저씨에게 다가가 몸을 부비기 시작했다.

아저씨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고양이를 만지고 쓰다듬고 놀았다.

길거리에서조차 겁 없이 사람들 사이에 끼어들어 낯선 사람의 손길을 허락하는 고양이들.

한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풍경이었다.

흔히 모로코를 여행하면 누구나 느끼겠지만, 

모로코 사람들은 사진 찍히는 것에 심한 거부감을 드러내는 편이다. 

허락없이 사진을 찍을 경우 더러 돌을 던지거나 심하면 카메라를 빼앗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고양이와 함께 있는 모습을 찍고 싶다고 하면 

열에 아홉은 기꺼이 응해줄 뿐만 아니라 다양한 포즈까지 취하며 좋아한다. 


자신이 사진 찍히는 것을 병적으로 싫어하는 사람들조차 

고양이와 함께라면 거부감 없이 환영하는 것이다. 

모로코에 가서 사람과 고양이가 함께 있는 사진을 찍고 싶은가? 

그렇다면 모로코 아무곳에나 가서 양해를 구하면 된다. 

"당신의 고양이와 사진을 찍어도 될까요?"

이 사람들 그냥 옆에 있는 고양이를 '당신의 고양이'로 부르면 또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다. 

아마 그런 당신은 선물이라며 박하차를 공짜로 마시게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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