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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용한 Jun 11. 2024

어부와 턱시도의 우정

그물을 손질하는 어부 옆에 늙은 턱시도 한마리가 앉아 있습니다. 이틀간 항구에 나와 지켜보니 다른 고양이들은 모두 주변에 앉아서 기다리는데, 녀석만이 무슨 지정석이라도 되는 듯 바로 옆에서 어부의 작업을 지켜봅니다. 여기에는 이런 사연이 있습니다. 어부가 그물손질을 하며 수시로 고양이들에게 물고기를 던져주지만 번번이 녀석만은 생선을 차지하지 못합니다. 덩치와는 다르게 젊은 고양이들에게 밀리고, 동작도 굼떠서 다른 냥이와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이죠. 해서 어부는 턱시도를 바로 옆에 앉히고 심지어 녀석이 먹기좋게 잘라주고 손질해서 손수 먹여주곤 합니다. 이빨도 성치 않은지 다른 고양이가 서너마리를 먹어치우는 동안 녀석은 겨우 한마리를 먹을까 말까입니다. 어부는 그런 녀석에게 특별대우를 베풀었던 것이고,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녀석도 선별작업이 시작되면 당연하게 할아버지 옆에 앉게 된 것입니다. 부디 어부와 턱시도의 우정이 오래오래 계속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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