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한 영상을 봤다. 6살 남짓 되는 아이가 엄마가 일을 하러 가면 혼자라서 슬프다고 말했다. 그리고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던 아주 작은 기억이 떠올랐다.
7살부터 피아노 학원을 다녔다. 피아노 학원은 내게 피아노를 배우는 것 이상으로 의미 있는 곳이었다. 항상 수업이 마치면 피아노 학원을 갔고 그곳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다.
9살쯤이었다. 감기에 걸려 몸이 아팠고 너무 집에 가고 싶었다. 하지만 그때도 부모님께서 열심히 일하신 돈으로 학원을 다닌다는 것을 항상 생각했던 나는 레슨 시간을 채우고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야기를 잘 들어주시는 내가 좋아하던 선생님은 다른 아이들을 태우러 나가셔서 계시지 않았고 대신 임시 선생님이 계셨다. 임시 선생님은 시간을 엄격하게 지키셨고 레슨 역시 정석대로 하셨다. 그런 선생님이 무서웠던 나는 솔직하게 아파서 집에 가고 싶다고, 일찍 보내달라고 말할 수 없었다. 그래서 열심히 집에 갈 방법을 생각했다.
마침 알림장에 쓴 '공룡 책 가져오기'가 생각났다. 나는 선생님께 가서 집에 공룡 책이 있나 찾아봐야 하는데 집에 다녀와도 되겠냐고 여쭤보았다. 그러나 선생님께서 "굳이 집에 가야 해? 그럼 선생님이 전화기 빌려줄게."라고 말씀하셨다. 그렇게 집에 전화를 걸었다.
"엄마 집에 공룡 책 있어? 내일 준비물이야."
"엄마가 찾아볼게."
엄마 목소리에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아픈데 엄마 목소리를 들으니 괜히 서러웠다. 그렇지만 아픈 티는 내기 싫었고 이따가 집에서 만나자면서 전화를 끊었다.
다행히 내가 빨리 집에 가고 싶어 하는 것을 눈치 채신 선생님은 일찍 레슨을 끝내주셨다. 아주 어릴 때의 기억인데 생각나는 것을 보면 그때의 내가 굉장히 서러웠나 보다. 내가 본 영상과 무관한 기억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엄마와 같이 있지 않는다는 것에서 느낀 감정 때문에 이 기억이 떠오른 것 같다. 엄마가 생각나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