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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밤,

혼자만의 시간 여행

by 잎새 달 이레

자다 깬 어느 새벽,

혹은 잠들지 못하는 어느 깊은 밤.


창문 넘어 들어오는 달빛을 베고 누워 있노라면

잠시 잊고 지낸 날들이 불현듯 어제처럼 찾아온다.


그럴 때면 가만히 꿈을 꾸듯

그 언젠가로 시간여행을 떠난다.


기억이 도착한 그곳엔 그때의 내가 있고,

사랑했던 너와 젊은 우리 부모,

예쁜 줄 모르고 흘려보낸 나의 수많은 시간들이 있다.


삶에 무슨 아쉬움이 그토록 많은지

이렇게 떠오르는 기억들은 늘 아쉽고 안쓰럽기만 하다.

괜찮은 듯 괜찮지 않은 마음으로 시간을 톺아가다 보면

어느새 생각은 달빛마저 삼켜버리고 만다.


내가 조금만 더 다정했더라면,

조금만 더 현명했더라면,

그래서 그때 만약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내 삶은 조금 달라졌을까?


영원히 해답을 얻지 못할 물음표 하나를 표창처럼 던지며 묻고 또 묻는다.

질문 끝에 머무는 생각이 늘 아름답지 않다는 걸 잘 알면서도

계속해서 나의 오늘을 질책하기 위한 판을 짠다.

파편처럼 떠오른 잔상 위로 불꽃 같은 마음이 피어오른다.


그러다 이내 곧 그 모든 날의 결과는 나의 선택으로부터 비롯되었음을 깨닫는다.

그 선택은 그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행동이었고,

그런 나를 위로해 줄 수 있는 사람 또한 내가 유일하다는 것도 함께 알아차린다.


비록 모든 날이 의미를 갖진 못하겠지만,

나의 삶은 기어이 나로 인해 흘러가고,

비로소 나로 인해 완성될 것을 잘 알기에

어쩔 수 없이 나는 또 내 편을 든다.


보잘것없는 알갱이 하나도 어딘가에선 제 몫을 다하고 있으리라고,

촘촘히 구석을 채워 저마다의 힘으로 나의 하루를 지탱하고 있으리라고,

그리하여 나의 오늘이 살아가는 모든 날의 희망이 되리라고.

그 뻔하디 뻔한 사실 하나를 참으로 요란하게 깨닫는다.


흘러가는 강물 위 윤슬처럼 빛나는 시간들.

오긴 오나 싶었던 날들이 마침내 도래하듯

나의 절정도 언젠가 반드시 오고야 말 거라고

괜스레 작아진 나를 토닥이며 다시 오늘로 돌아온다.

작아질지언정 사라지지 않은 내가 머무는 그 달빛 위로

씩씩하게.


고요한 달빛이 내려앉은 밤,

잠들지 못하는 눈꺼풀 위로 나의 수많은 어제가 내려앉는다.

수많은 어제의 내가 살아갈 모든 날의 나를 응원하는 밤.

가장 예쁜 날은 아직 오지 않았을지 모른다는 기대 속에

조용히 눈을 감고 잠을 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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