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초록과 연두가 사랑스러운 계절이다.
끊임없이 뒤틀리다
이내 봄을 맞은 세계는
유무형의 어떤 조각들이 내뿜는 탄성 속에
찬란히도 빛나지만
기억해
바람개비가 멈추던 날
촛불처럼 꺼지던 낯빛을
푸른 밤을 닮아 어지간히도 서럽던 날을,
물고기가 자라지 못하는 텅 빈 연못
메마른 자리 갈라진 슬픔
속눈썹 아래 빗방울의 낙하
조금 달라진 삶의 밀도와
확장된 우주,
칠흑 같은 어둠 위로 번지는
바야흐로
초록과 연두가 사랑스러운 계절.
난 여전히도 그 봄 앞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