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 이제 갓 새로운 꽃망울이 터져 오르려는 그때,
대학에 입학한 나는 봄기운에 못 이겨 첫 연애를 시작했더랬다.
남들보다 조금 더 가까운 마음을 나누던 그 친구와 자주 연락하다 보니 당시 그 친구의 컬러링과 나의 벨소리는 하루에도 여러 번 귓가를 울렸다.
그땐 그냥 전화를 걸었으니까, 전화가 왔으니까 들리는 당연한 음악 소리라고만 여겼었는데 나도 모르는 새 참 많은 것들이 멜로디 위로 배어들었더라. 당시 그 친구의 컬러링은 내가 예상했던 그 친구의 이미지와 달리 어딘가 여린 데가 있는, 대중적인 음악을 자주 들었던 내게는 그저 생소한 인디밴드의 음악이었다.
왠지 모를 반전과 함께 점점 그가 더 궁금해져 가던 어느 날, 그 친구는 불현듯 내게 노래 하나 추천하겠다며 본인의 컬러링 원곡을 내게 권유했다.
그때 그 말투가 너무나 애틋해서 마음이 이상했다.
아끼는 물건을 꺼내 보여주기라도 하는 듯 어딘가 연약한 그 몇 마디의 말로부터 그 노래를 대하는 그 친구의 마음과 그런 노래를 나에게 추천하는 그 마음을 엿본 것만 같아서.
그때부터 그 노래가 조금씩 다르게 들리기 시작했다.
제멋대로 판단했던 모습 너머 그 이면의 이야기들이 어렴풋이 느껴지면서 이제 그 노래를 들으면 그 친구가 떠올랐다.
그러다 점점 서로의 마음이 식어가면서 그 노래를 듣는 날은 오히려 더 많아졌다. 노래 좀 들을라치면 연결되던 통화가 컬러링 한 바퀴가 다 돌 때까지도 닿지 않았으니까.
그제야 내 벨소리가 슬프게 들리기 시작했다.
그 맘 때 내 벨소리는 '그리움이 닿는 곳에'라는 한 아이돌의 노래였고, 평소 그런 류의 멜로디를 좋아해서 아무 생각 없이 만들어 적용하고 유지했던 건데 비로소 이별이 임박해서야 그 노래의 가삿말이 들리기 시작했다.
너는 어디쯤에 있을까, 어떻게 지낼까.
나의 그리움이 닿는 곳엔 있을까.
그렇게 우리의 짧고도 빛났던 사랑은 시간 속에 묻혀서
찾아보기도 어려울 만큼 빛이 바래버렸고,
세월이 흘러 나는 잠시 서울에 올라와 지냈다.
그때 무언가를 준비하며 잠실새내역 인근에서 거주하며 지내는 동안 오가는 길에 저멀리 높게 솟은 잠실타워를 많이 마주했더랬다. 1월에서 3월 한창 기승을 부리던 동장군이 서서히 물러날 즈음 즐겨 듣던 노래가 ‘오랜 날 오랜 밤’이었다. 묘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그 멜로디가 역시나 취향이라서 그냥 자주 들었을 뿐인데, 그 노래는 그렇게 또 다른 향수를 낳았다.
처음 해외여행을 떠나던 날 반복해 들었던 ‘비밀정원’도, 어지러운 시간 속에 어리석은 척 떠났던 첫 유럽 여행길 비행기에서 들었던 ‘HAPPY’도 그런 식으로 새로운 향수를 내게 남겼다.
그래서 언제라도 우연히 그 노래들을 마주친다면,
난,
그날 그때의 내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