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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니스 Jun 29. 2023

자존감이 낮은게 더 이득

자존감에 대한 오해와 편견에 대해

MBTI만큼이나 우리에게 친숙한 심리용어가 있다. 바로 ‘자존감’이다. 어느 커뮤니티를 가나 ‘자존감’이라는 키워드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유튜브와 인스타 피드에도 ‘자존감’에 관한 콘텐츠가 넘쳐난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전문용어에 가까웠지만, 요즘은 비전문가들이 더 자주 사용할 만큼 '자존감'은 이미 우리 일상 깊숙이 들어와 있는 듯하다.

자존감 관련 다양한 콘텐츠들 (출처: 유튜브)

이렇게 심리적 자존감의 중요성이 확산될수록 불가피하게 자존감에 대한 오해도 쌓여가고 있다. 대표적으로 자존감이 ‘낮은’ 상태에 대한 편견이다. 우리가 겪는 모든 문제(대인관계, 연애, 진로 등)의 원인을 낮은 자존감에서 찾고,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이 가진 부정적인 특징에만 집중된 콘텐츠들이 다소 불편하게 느껴진다.


살다보면 자존감이 너무 높아서 재수없는 사람들이 있고, 자존감이 낮아 보이지만 충분히 매력이 넘치는 사람들도 있다. 자존감과 인기는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자존감과 연봉의 상관관계가 있을까? 방송인 이효리는 자신의 전성기 때 자존감이 가장 낮았음을 고백했다. 1000억 이상 매출의 기업 총수들도 우울증과 공황 장애를 겪곤 한다. 즉, '자존감이 높아야 성공한다'는 틀린 공식이다.


필자는 자존감에 대해 다소 비판적이면서 거시적인 시각을 나누고자 한다. 혹시나 자존감에 고민이 있는 독자가 있다면 열린 마음으로 이 글을 읽어주길 바란다.


자존감의 목적


만사의 문제가 '자존감' 때문이라는데, 자존감의 목적이 무엇일까? 대체 자존감을 '왜' 높여야 하는 걸까?

바로 '내면의 건강'을 위해서다. 따라서 자존감은 심리 건강을 나타내는 하나의 '척도'일뿐이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내면을 신체로 비유하자면 자존감은 마치 '몸무게'와 같다. 키에 따라 몸무게의 정상 범주는 존재하지만 몸무게만으로 한 사람의 건강 상태를 판단할 수 없다. 또한 건강한 사람이라도 환경과 상황에 따라 몸무게가 변할 수 있다.


자존감도 마찬가지다. 내면의 상태에 따라 (몸무게처럼) 높을 수도 낮을 수도 있는 하나의 변수다.  

변하지 않아야 하는 건 자신의 내면을 건강하게 가꾸는 일이다. 내면이 건강히 자라나면 자존감도 자연스럽게 올라가기 마련이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자존감 마케팅은 주객전도이며, 우리를 우월하거나 자책하게 만들 뿐이다.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 집중하기보다는, 나의 내면을 키우기 위한 하나의 '도구'로 이용하는 것이 올바른 자존감 사용법이라고 볼 수 있다.


자존감의 본질

‘자존감이 떨어지는 이유’ 설문 결과

그렇다면 대체 '자존감'이 무엇일까? 자존감이라는 단어는 하난데 사람마다 정의하는 바는 다양하다.

특히 자기 효능감(Self-efficacy)*과 자존감(Self-esteem)을 혼용하는 경우가 많다(위 통계 결과가 이를 대변한다). 그래서 자존감을 키우기 위해선 '성취'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콘텐츠들도 자주 보인다. 다만 크고 작은 성취의 경험은 자존감보단 자기 효능감을 높이는 습관에 가깝다. '성취'가 만약에 자존감의 핵심이었다면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은 모두 자존감이 높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걸 우리는 매체를 통해서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자기 효능감 : 자신이 일정 수준의 성취를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신념


종합적으로 봤을 때 심리학에서 정의하는 자존감은 자기 자신의 가치에 대한 ‘믿음’, ‘신념’이다. 

특정한 행위와 성취를 통해서 키운다기보단 내면에서 내공 있게 쌓아 올려야 하는 작업에 가깝다. 즉, '성취'의 경험(자기 효능감)만으로 자신에 대한 근본적인 신념을 바꾸기엔 충분치 않다.


아이유, ‘Celebrity' 가사 중

그렇다면 자존감, 자신의 가치에 대한 믿음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

N명의 사람들에게 똑같은 군복(혹은 작업복)을 입히면 자존감이 1/N로 낮아진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있다. 자신의 고유성(Characteristics)이 무시될수록 곧 '대체 가능한 사람'으로 인식되는 순간 자존감에 타격을 받는다는 것이다. 이것이 '자존감'이 가진 근본적인 속성이자 본질이다.


정리하자면, '자존감'은 자신이 고유한 가치를 가진 소중한 존재라는 가치관을 바탕으로 형성된다.

(제대로) 알고 보면 자존감은 이렇게나 고차원적인 개념으로 사람의 단면적인 모습만 보고 ‘높다 혹은 낮다’라고 판단하기 어려운 지표다. 어쩌면 우리는 건강한 자존감을 갖기 매우 어려운 시대에 살고 있을지 모른다. 세대가 치열한 경쟁 속에서 개인에 대한 존중을 잃어갈수록, 고유성을 간직하며 살아남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우리는 생애주기에 따라 수많은 사회적 요구 속에서 살아가게 된다. 그리고 그 안에서 자신의 고유성이 손상될 일들도 너무도 많다. 그러니 자존감이 낮아졌다 해서 자책할 필요 없다. 누구나 겪는 일이다. 오히려 이렇게 자존감이 낮아진 시기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것들이 있기에, 자존감이 떨어졌다면 이 기회를 잘 활용해 보자.


자존감이 낮아졌을 때
비로소
얻을 수 있는 것들


첫 번째, 단단한 자존감이다.

진정한 성숙은 자기애의 손상으로부터 온다는 말이 있다. 자존감이 떨어지고 나의 가치에 대한 의심이 피어날수록 '진정한 나(진짜 자아)'를 보다 더 선명하게 직면할 수 있다. 머리는 스스로를 속일 수 있어도 감정은 못한다. 특히 부정적인 감정은 자신이 가진 결핍과 자존감의 근원을 날 것으로 확인시켜 준다.


자존감이 떨어지면서 겪는 슬픔, 분노, 수치스러움 등의 감정이 진정한 성장의 열쇠가 된다. 이 감정을 길잡이 삼아 자신에 대한 지식을 쌓아가야 한다. 나에 대해 많이 알면 알수록 나만이 가진 가치도 선명해진다. 왜냐하면 우리 모두는 이미 고유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심리학에서 밝힌 진리다). 자기 자신을 다방면으로 알고 수용하는 것이 바로 자존감을 키우는 훈련이다.


두 번째, 공감능력이다.

자존감이 바닥까지 떨어져 본 사람만이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할 수 있다. 낮은 자존감을 극복해 낸 사람들은 공감능력이 탁월하다. 한 사람을 소우주라고도 하듯, 나 자신의 마음을 정복해 본 사람만이 타인의 마음을 잘 읽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사람들과 교류하는 걸 좋아한다면 자존감이 떨어지는 시기를 두려워하기보다는 공감능력을 한 층 더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로 삼자.


우리가 동경하는 누군가도 살면서 한 번은(어쩌면 훨씬 더 많이) 자존감이 바닥으로 떨어진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들과 우리의 차이점은 자존감의 크기가 아니라 자존감이 떨어졌을 그 시기를 어떻게 활용했느냐의 차이다.


자존감보다 중요한 건
나 자신이다

자존감은 내면의 체중계

한 때 다이어트 시장에서 '몸무게'를 중심으로 마케팅을 하는 트렌드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몸무게에만 집중하다 보면 다이어트의 본질인 '건강한 몸'을 잃게 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진정한 다이어트는 건강한 신체 습관을 쌓는 과정을 말한다.


내면도 마찬가지다. 이제는 '자존감'에 집중하기보다는 나의 내면을 탐구하는 '과정'에 대한 중요성이 퍼져야 한다. 자존감보다 훨씬 중요한 건 나 자신에 대한 탐구를 멈추지 않는 것이다. 자존감이 낮아도 잘 먹고 잘 살 수 있다. 오히려 자존감 높은 사람들 보다 더 풍족한 환경에서 살 수도 있다. 하지만 자신에 대해 탐구하지 않는 사람들은 자존감이 아무리 높다 한들 오래도록 행복하기 힘들다.


더 이상 '높은 자존감'이라는 틀에 자신을 맞추려고 애쓰지 말고('자존감 높이는 방법' 콘텐츠는 이제 그만), 현재 자존감의 수치를 참고하여 진정한 나를 만나는 데에 활용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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