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p 3-2. 아이는 그렇게 오랜 시간 겨우 내가 되려고 아팠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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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그렇게 오랜 시간 겨우 내가 되려고 아팠던 걸까
쌓이는 하루만큼 더 멀어져 우리는 화해할 수 없을 것 같아 나아지지 않을 것 같아
(중략)
선 너머에 기억이 나를 부르고 있어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잊고 있던 목소리에
물결을 거슬러 나 돌아가 내 안의 바다가 태어난 곳으로
휩쓸려 길을 잃어도 자유로와 더 이상 날 가두는 어둠에 눈 감지 않아
-아이유, '아이와 나의 바다' 중
국민 가수 아이유의 가사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울린다. 나는 그 이유를 아이유 노래 곳곳에 심리학 인사이트들이 숨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심리학 용어를 직접적으로 사용하진 않았지만 생활 속 누구나 느껴봤을 내면문제를 은유적으로 풀어내며 많은 이들의 마음을 위로해주곤 한다. 그리고 그녀의 명곡 중 '아이와 바다'라는 곡에 '내면아이'에 대한 통찰이 숨겨져 있다.
'내면아이'라는 말을 처음 들어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직관적으로 무엇을 뜻하는지 짐작해 볼 수는 있다. (적어도 아이유의 '아이와 나의 바다'라는 곡을 듣고 뭉클했던 사람이라면) 자신의 내면에 '아이'와 같이 연약한 존재가 숨어있음을 느껴봤을 것이다. 우리 삶 속에 이 연약한 '내면아이'는 매우 중요한 존재로 누구나 마음에 품고 살아가고 있다.
내면아이란 무엇일까?
'내면아이'는 과거(주로 영유아기부터 청소년까지)에 마음에 상처 입었던 경험들이 치유되지 못한 채 방치되어, 오랜 시간이 지나도 상처받은 그 시절에 멈춰버린 심리 상태를 말한다.
항상 분노를 가지고 살아가는 승권씨는 마음속에는 일곱 살의 상처받은 내면아이가 있었다. 승권씨는 일곱 살 때 자기가 하지 않았던 일로 아버지에게 억울하게 매를 맞았던 어린 시절의 상처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아이가 몇 십 년이 지난 후에도 위로받지 못한 채 마음속에서 울부짖고 있었던 것이다.
어린 시절의 크고 작은 상처들을 품은 채로 우리는 성인이 되어서 살아간다. 즉, 상처 입은 내면아이를 품은 채로 겉만 성장하여 어른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치유되지 않은 상처들은 사라지지 않고 아직도 우리 안에 남아 있으며 우리의 방어기제와 나아가 성격 전반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 나아가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 그 상처를 전달하며 살아가게 된다.
그 (내면) 아이는 자신이 알고 있는 방법대로 아이로서 그 욕구들을 채우려고 매달릴 것이다. 이 정서적으로 굶주린 아이가 성인이 된 우리를 미성숙하게 만들고, 인생 전반을 지배하기까지 한다. 우리가 우리 안에 있는 상처받은 내면아이를 발견하지 못하고 치유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인생의 모든 문제의 가장 큰 원인으로 남을 것이다.
누구든지 자신의 진정한 변화를 원한다면 반드시 자신의 어린 시절로 돌아가서 나의 내면아이를 만나야 한다. 수년간 등한시했던 내면아이를 소중한 존재로 받아들이게 될 때, 자기 자신을 온전히 수용하게 되고 비로소 내면아이가 가진 힘을 경험할 수 있게 된다.
내면아이를 발견하는 방법
그렇다면 어떻게 내면아이를 발견할 수 있을까?
1. 성장발달 시기별로 접근하기
내면아이를 발견하기 위해 심리상담가들이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사람들이 어린 시절에 해결하지 못했던 슬픔'이었다. 그 해결하지 못했던 슬픔들을 애도하고 더 이상 그것에 연연하지 않게끔 도와주는 것이 상담의 목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사람들의 성장발달 시기로 접근하는 방법이 매우 효과적이고 정확하다. 각 발달단계에 없어서는 안 될 의존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충족되지 않는다면, 사람들은 그 상처받은 내면의 아이를 품은 책 성인으로 자라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우리는 어린 시절에 당연하게 필요했던 그 필요성들이 과연 충족되었는지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
신생아기엔 '세상은 충분히 안전하며, 우리의 잠재력을 실현시켜 줄 것이다'라는 신뢰감('존재감'이라고도 한다)이 충족되어야 한다. 이는 양육자에 대한 불신보다 신뢰감이라는 감정을 더 크게 느끼는 상태를 말한다. 그리고 아이가 심리적으로 독립하려고 투쟁하는 과정에서 수치심이나 의심보다 자신의 선택을 믿는 자율성을 획득해야 한다. 이 두 단계가 탄탄하게 형성되었을 때 건강한 독립과 사회화 과정이 일어날 수 있다.
이 기본적인 욕구들이 나의 어린 시절에 충분히 충족되었는지 돌아봐야 한다. 그리고 확신이 들지 않는 단계가 있다면 그 이유를 적어보길 바란다(생각에만 머물면 금방 사라진다). 나의 상처받은 내면아이는 그 사연들 속에서 생겨났을 것이다.
2. 자신의 가치관 관찰하기
상처받은 내면아이는 가치체계의 핵심에 자리 잡고 있다. 론 쿠르츠의 '하코미'라 불리는 치료법에 따르면 인격적 요소의 핵심(쉽게 말해 '가치관'이라 하자)은 우리가 어렸을 때 느꼈던 감정, 믿음, 기억으로 이루어진 것과 어린 시절 환경의 압박에 반응하던 것으로 형성되어 있다.
내 안에 가치관이 한 번 체계를 갖추고 나면, 그것은 모든 새로운 경험들을 통과시키는 여과기가 된다. 만약 자신이 끼고 있는 안경이 녹색이라면 세상은 마치 녹색처럼 보일 것이고, 밤색이라면 밝은 색은 잘 보이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자신이 가진 가치관에는 내면아이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힌트가 담겨있다.
자신이 인생에서 가치 있게 여기는 것들이 무엇인지 나열해 보자. 그리고 그중에 하루 일과에서 가장 많은 시간과 정신(자주 들어가는 어플, 구독하는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알 수 있다)을 쏟는 것이 무엇인지 분류해 보면, 자신의 가치관을 보다 선명하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가치관이 형성된 배경을 성장 발달시기별로 생각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3. 부정적인 시그널 기록하기
내면아이는 말 그대로 '아이' 상태다. 그렇기 때문에 내면아이는 자신의 상처를 건드리는 환경에서 성숙하게 대처할 수 없다. 이러한 특징을 통해 숨어 있는 내면아이를 발견할 수 있다.
존은 가족들과 휴가를 갈 때 종종 중간에 짐을 싸서 먼저 떠나버렸던 적이 있었다(놀랍게도 존은 심리상담사다). 휴가 기간 동안 존이 했던 행동들은 '무의식적 연령 퇴행'으로 비성숙한 방어기제다. 그의 무의식에는 화가 나서 자신의 가족을 밀어내는 것으로 그들에게 벌을 준다고 생각하는 타당성이 숨겨져 있었다. 그리고 그는 그의 어린 시절로 다시 퇴행한 것이다. 기껏 어린아이가 분노를 표현할 수 있는 방법으로 대응한 이유는 그의 내면아이가 심술을 부렸기 때문이다.
이처럼 누구에게나(심지어 심리상담사조차도) 유독 비이성적으로 반응하게 되는 상황들이 있다. 그리고 이유 없이 싫은 사람이나 상황도 있을 것이다. 그 경우들을 종합해 보면 공통점이 보인다. 머리로 기억하지 못하는 것을 감정은 기억해 낸다. 내 마음이 불편한 것은 내면아이가 가진 상처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살면서 느껴지는 부정적인 시그널을 기록하고 분석하면 나의 내면문제, 방어기제를 모두 발견할 수 있다.
내면아이를 치유하는 방법
내면아이를 만났다면 그 자체로 이미 많은 상처가 치유되었다고 할 수 있다. 내면아이는 자신을 알아주길 바라고, 내면아이를 감출수록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다는 것에 대항하는 존재기 때문이다.
내면아이에게 과거에 상처받을 적에 부모 혹은 양육자에게 듣고 싶었던 따듯한 위로를 대신해서 건네어보자. 그리고 마음껏 감정을 터뜨리자. 묵상과 명상을 하거나 자기에게 편지를 써보는 것도 좋다. 앞으로 내면아이를 잘 양육하기 위한 방법도 차차 알아가도록 하자.
물론 내면아이를 직면하게 되면서 동반되는 수치스러운 감정을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리고 며칠 혹은 몇 달 그 감정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상처의 정도에 따라 자연스러운 일이며, 이럴 경우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보는 것도 추천한다.
내면아이의 힘
자신의 상처받은 내면아이를 발견하고 그 아이를 잘 보살피고 양육하게 되면, 그들 안에 감추어져 있던 잠재력과 힘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칼 융은 이 타고난 모습 그대로의 아이를 가리켜 '놀라운 아이'라고 불렀다. 왜냐하면 그 아이는 탐험에 대한 타고난 잠재력과 경이로움 또한 창조적인 존재가 될 수 있는 모든 요소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큰 변화가 내면의 치유를 통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 어색할 것이다. 하지만 '삶에 대한 태도가 중요하다'는 말은 익숙하지 않은가? 내면아이를 치유하면 삶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한 마음가짐이 달라진다. 이것이 근본적인 변화이자 최적화된 자존감을 찾아가는 길이다.
이 놀라운 체험을 할 수 있는 선택은 오로지 자기 자신에게 달렸다.
*Reference) '상처받은 내면아이 치유', 존 브래드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