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p 3-1. 방어기제는 내면아이로 이끄는 길잡이다
<이전글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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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어기제를 알아야 '나'를 직면할 수 있다. 그리고 '나'를 제대로 마주해야 진정한 자아실현을 실현할 수 있다. 그렇다면 나의 방어기제는 무엇일까? 그리고 알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성격을 보면
방어기제가 보인다
'심리적 방어기제'라고 하면 종류마다 개별적인 반응을 가진다고 오해하기 쉽다. 예를 들어 '회피'의 방어기제를 가진 사람은 갈등 상황이 생기면 '회피'에 해당하는 한 가지 방어기제 패턴을 보인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습관처럼 자주 사용하는 방어기제는 한 사람의 성격 전반에 영향을 주며 입체적인 형태로 표현된다.
정신분석학의 거장인 빌헬름 라이히는 '한 사람의 고유한 특질(성격) 전체가 하나의 조밀한 방어기제로서 다른 심리적 방어와 똑같이 우리를 위협으로부터 지켜준다'라고 믿었다. 그리고 그 사람의 전형적인 행동 방식, 말하고 걷고 몸짓하는 방식, 특징에서 그 사람의 방어 습관이 드러난다고 했다. 누군가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화를 안 내는 보기 드물게 좋은 사람'이라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면, 이러한 특징이 그 사람이 주로 사용하는 방어기제에 대한 힌트가 된다.
자신의 방어기제를 알고 싶다면 주변 사람들에게 받았던 '부정적인 피드백(평가)'을 떠올려보자. 이후에 방어기제의 종류들과 특징에 대해서 알아간다면 깨달음이 더해질 것이다. 무의식은 자기 자신이 의식하지 못하는 영역이기 때문에 역설적이게도 무의식의 반응은 남에게 더 잘 보이게 된다. 특히 자주 듣는 평가가 있었다면 나에게 자주 보이는 방어기제의 형태라는 것이다.
방어기제에 대해서 앞으로 필자의 글들을 통해 종류별로 알아가면 된다. 더 중요한 건 방어기제를 만들어낸 나만의 심리문제가 무엇인지 아는 것이다. 같은 방어기제라도 겪고 있는 심리문제가 다르다면 감추어진 '나'의 모습은 다르기 때문이다(결국 알고자 하는 건 ‘진짜 나'의 모습이고 방어기제는 그 수단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방어기제가 형성되는 원리를 우선적으로 알아야 한다.
방어기제 형성의
메커니즘
사람들은 부정적이고 불편한 감정을 겪게 되면, 이에 대응하기 위해 각기 다른 방어기제를 사용하게 된다. 그리고 보통 아래 세 가지 내재해 있는 문제와 씨름을 하면서 자기만의 방어기제가 형성된다.
1. 욕구와 의존성에 대응하는 능력
누구나 인간관계를 맺고 싶은 욕구가 있고, 필요한 것을 얻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 의존한다.
하지만 그 관계에서 오는 불만, 실망, 무력감은 불가피함을 인정해야 한다.
2. 격렬한 (부정적) 감정을 다스리는 능력
두려움, 초조함, 분노, 증오, 시기, 질투 같은 힘겹고 고통스러운 감정을 다스려야 한다.
3. 자존감
스스로에게 만족하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자신의 가치에 확신을 가져야 한다.
즉, 자신이 흠이 있는 사람이라는 수치심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 세 가지는 인간관계를 맺다 보면 누구나 부딪히게 되는 심리문제다(필자가 굳이 '능력'이라는 단어를 선택한 이유는 그만큼 숙련이 필요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세 가지는 다 겪을 수도 있고 한 가지에 큰 어려움을 가질 수도 있다. 그리고 아직 미해결 된 과제가 무엇이냐에 따라 방어기제가 다르게 표현이 된다.
1번 욕구와 의존성에 대한 결핍이 강하다면
'뭐든 자기 멋대로 하려고 한다', '일이 자기 뜻대로 굴러가기만 하면 상대하기 쉬운 사람이야', '나한테 너무 매달려' 등의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아본 적이 있을 것이다.
2번 부정적인 감정을 다스리는 데에 미성숙할 경우라면
'냉혈한이야', '완전 극 T 아니야? 감정이 없어 보여' 혹은 '히스테리가 심해', '성질이 왜 저렇게 불같아'처럼 극과 극으로 평가가 갈리기도 한다.
3번 자존감은 '수치심'이라는 감정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
수치심은 살면서 누구나 느끼는 감정이지만 최초로 느낀 순간에 대처하는 방법에 따라 자존감의 씨앗이 달라진다. 그리고 '자아도취가 심하다, 자기애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 사람들이 자존감이 높아 보이지만, 사실은 자신의 수치심을 회피하는 방어기제를 가진 것이다. 대중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심리학 용어지만 오해도 많은 이 '자존감'에 대해서 앞으로 자주 언급하게 될 것 같다.
모든 방어기제는 위의 세 가지의 결핍을 바탕으로 형성된다. 예를 들어 '이상화'라는 방어기제를 1~3번 각각에 심리문제를 가진 사람들 모두가 가질 수 있다. 다만 근원 되는 마음의 동기가 다를 뿐이다.
나만의 심리문제는
내면아이가 알고 있다
위에 1~3번을 보고 자신의 심리문제를 한 번에 찾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왜냐하면 보통 사람들은 1~3번 모두 해당이 되기 때문이다(필자도 그랬다). 하지만 정도의 차이는 분명히 존재한다. 나에게 있어서 가장 결핍이 큰 심리문제가 무엇인지 알기 위해서는 자신의 '내면아이'를 발견해야 한다.
'내면아이'는 나 자신을 알아가는 데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개념으로 다음 글에서 소개하도록 하겠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내면아이'를 만나게 되면, 나의 핵심욕구(가치관)의 근원지를 찾게 된다. 그리고 나의 '내면아이'를 잘 양육하게 되면 그 안에 감추어져 있는 나만의 잠재력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다음 글을 읽기 전에 '내가 언제 가장 감정적으로 격해지는지'를 노트에 써보는 걸 추천한다. 격렬한 감정은 나의 '내면아이'로 인도하는 나침판이 된다. 특히 부정적일수록 더 뚜렷하게 보인다.
자기 자신을 MBTI 검사로 온전히 이해할 수 있었다면 얼마나 간편했을까. 가치 있는 것일수록 깨달음의 길은 순탄치 않다. 그래도 나의 영혼은 분명히 이 노정을 기뻐하고 응원할 것이다.
다른 사람을 아는 자는 지혜로운 사람이다. 자신을 아는 자는 현명한 사람이다.
-노자(老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