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p 3. 상처받은 우리의 다양한 거짓말
<이전글 참고>
https://brunch.co.kr/@binnis-insight/4
“표현하지 않은 감정은 절대 죽지 않는다. 산 채로 묻혀서 나중에 더 추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 프로이트
아마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라면 자기 자신에 대해 관심이 많을 것이다. 그리고 이 글을 읽고 난 뒤에 분명 마음에 남는 메시지가 있을 거라 확신한다.
모든 문제는
나를 모르기 때문에
일어난다
개인이 겪는 모든 문제는 근본적으로 자기 자신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모든 문제는 '나에게 필요한 것'과 '내가 원하는 것'의 괴리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엇이 내게 필요한지, 가끔은 심지어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도 잘 모른다. 현재 내가 겪고 있는 반복적인 문제가 있는가? 학업, 일, 사랑, 우정 등 주제에 상관없이 내가 나를 직면한다면 생각보다 내게 닥친 문제들을 쉽게 해결할 수 있다.
그리고 자기 자신을 확실하게 알기 위해서는 자신이 가진 방어기제를 먼저 알아야 한다.
방어기제란 무엇인가?
방어기제는 내가 나를 너무 사랑해서 스스로를 속이기로 작정한 기작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내가 체험한 불편한 경험을 감당하기에 너무 고통스러워서 무의식*으로 밀어 넣고 일상생활에서 의식하지 못하도록 스스로 감추는 것이다. 그리고 밀어 넣은 기억과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다시 고통(부정적인 감정)이 상기되지 않도록 나타내는 방어 태세를 방어기제라고 한다.
예를 들어, 과거에 부모에게 의지하고 싶었지만 부정당한 상처가 있는 여자는 의존적인 성향의 친구를 보면 화가 치밀어 오른다. 그녀는 '부정'의 방어기제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나는 독립적이지 못한 사람을 한심하게 보는 거야, 왜냐하면 나는 저렇게 의존적이지 않았거든'이라며 자신의 상처를 덮은 채 스스로를 속여버린다.
이렇게 방어기제는 무의식*으로 이동한 기억을 감춰버리고, 의식하지 못한 채 살아가게 만든다. 하지만 이 무의식이 ‘나’를 쥐고 흔들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인 자아(ego)를 담고 있는 판도라의 상자다. 안타깝게도 무의식에는 좋은 경험들은 찾기 어렵다. 대신 견딜 수 없을 정도로 고통스럽거나 자신의 윤리관, 가치관과 충돌하여 자아상을 해칠 만한 모든 생각과 감정이 담겨있다 그리고 이 무의식에 들어갈 수 있는 관문이 나만의 방어기제를 아는 것이다.
자신의 방어기제를
반드시
알아야 하는 이유
1. 충만한 '관계'를 맺기 위해서
방어기제는 격한 감정을 전혀 다른 곳으로 표출해서 우리가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것을 얻지 못하게 가로막는다. 그래서 문제를 키우거나 심지어는 자멸하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특히 소중한 관계를 맺기 위해 필요한 감정까지 몰아내거나 엉뚱한 방향으로 화살을 돌려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욕구를 외면하고 회피하면 타인과 진정으로 친밀한 관계로 발전할 수 없다. 누군가 자신이 두려워하는 감정을 표출할 때마다 습관적으로 자기 안으로 숨어버리는 사람은 한정적이고 불만족스러운 관계만 맺게 된다. 바로 고착화된 방어기제 때문이다. 만약 내가 직장과 친구 관계에서 비슷한 마찰이 반복되거나, 친밀하고 깊은 관계를 맺지 못하거나, 부모나 자녀와 제대로 소통하지 못한다면 나만의 방어기제가 작동하고 있던 것이다.
나만의 방어기제를 알고 올바르게 해체해야 관계에서 충만함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자신의 부정적인 감정을 효과적으로 표현할 줄 알게 됐을 때 우리는 비로소 성숙한 인간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게 된다.
2. 나만의 '핵심욕구'(결핍)를 발견하기 위해서
사람마다 부정적인 경험에 따른 고유한 방어기제가 있다. 그리고 보이는 방어기제를 통해 보이지 않았던 나의 상처와 결핍을 직면할 수 있다.
감춰두고 싶을 만큼 고통스러운 기억인데 굳이 왜 알아야 하는지 의문스러울 수 있다.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사람은 꿈과 소망으로 움직이기보단 상처로부터 도망가는 존재다. 방어기제에 직면하면 살면서 내가 무엇을 피하고 있는지, 무엇을 추구하는지 나만의 '핵심욕구'를 발견할 수 있다.
이 핵심욕구는 ‘내 영혼’이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것을 가리고 나의 삶의 운전대를 잡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 것(핵심욕구, 결핍)과 나에게 정말 필요한 것(자아실현) 사이에 괴리가 발생하고 그러면서 바라던 성취를 했어도 마음에 참을 수 없는 답답함, 분노, 슬픔 등 문제가 일어나는 것이다.
인간이라면 어쩔 수 없이 누구나 겪는 고통에 대처하기 위해 방어기제가 꼭 필요하고 유용하지만, 너무 깊숙이 박혀버리면 직면해야 할 중요한 감정과 사실에 접근하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
방어기제를 길잡이로 삼아 용기 내어 내 마음을 마주한다면, 나만의 상처와 결핍은 더 이상 판도라의 상자가 아니라 나만의 보물 상자로 자아실현의 장을 펼쳐지게 해 줄 것이다.
다른 나라의 문화나 미지의 생물, 머나먼 우주의 행성을 이해하기 위해 기꺼이 노력할 마음이 있다면,
우리의 마음을 이해하는 데 그만큼의 노력을 들이는 것 또한 가치 있는 일일 것이다.
- 유발 하리리,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 중에서
*Reference ) '마음의 문을 닫고 숨어버린 나에게', 조지프 버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