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우리 다섯 식구는 하루하루를 행복으로 채워가고 있었다.
나 또한, 아이들이 F의 빈자리를 느끼지 못하게 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했다.
빠르게 퇴근해서 함께 저녁을 먹으며 하루일과에 대해 얘기하고 같이 야구장에 가서 응원하며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주말이면 근교로 놀러 가거나 공원에 나가서 자전거도 타고 돗자리에서 간식을 먹으며 즐거움이 가득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사실 F의 엄마 역할이 미비했어서 크게 더 노력했다기보다, 기존에 하던 방식에서 질을 더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
이렇게 다섯 식구가 된 이후로 나의 삶은 언제나 아이들이 먼저였고 가정이 최우선이 되었다.
물론, 그전에도 가정이 최우선인 생활을 했지만, 그때는 틈틈이 골프를 치며 취미 생활을 했고 자격증 공부 등 자기계발을 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었다.
나는 행복하다고 느꼈다.
아이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는 게 좋았고 부모님께서 안정적으로 생활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어느 날 가까운 지인과 얘기를 하던 도중 생각이 많아지는 말을 들었다.
"네가 이혼하고 나서 아이들 행복? 케어에 너무 신경 쓰는 거 같아. 스스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까지 아이들을 잘 챙기려고 하는 거 같아."
"네가 진정으로 행복해하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아이들한테 중요할 것 같아"
맞다.
나는 나의 아픔, 상처로 다친 마음 따위는 누구에게 말할 틈, 시간도 없이 아이들이 변화를 느끼지 못하고 행복해야 된다는 생각만 했었던 것 같다. 내가 행복한 모습을 보이기보다 '이런 걸 하면 아이들이 행복해하겠지?'라는 생각과 고민들을 하며 아이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시켜주기 위해 노력했었던 것 같다.
가끔은 나의 표정은 행복하지 못한 채 마치 아이들 즐거움, 행복을 채우기 위한 미션을 수행하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이어서 그 지인이 말했다.
"아이들을 위해서 챙겨주는 것도 좋지만, 너의 삶, 네가 우선인 삶도 중요한 거야."
"지금까지 10년 넘게 가족을 먼저 생각하고 살았잖아. 이제는 아이들도 챙기되, 너를 우선으로 하는 삶을 살아봐"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집착처럼 되면 오히려 아이들한테 안 좋은 영향을 줄 수도 있을 것 같아."
'나를 위한 삶이라, 내가 우선인 삶이라...'
'뭘 어떻게 해야 날 위한 삶이지?'
'개인,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볼까?'
맞는 말 같았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사실 내가 뭘 원하는지 나한테 필요한 것도 잘 모르겠다.
사실 이혼하고 나서 가장 크게 느끼는 점은 딱 하나다.
말할 사람이 없어졌다. 내 얘기를 듣고 공감해 줄 사람, 내 편이 되어 같이 얘기해 줄 사람이 없다.
아무래도 부부간에는 부모, 친구, 회사동료에게도 못할 말들을 서로 할 수 있고 시시콜콜한 얘기부터 누군가를 흉보는 얘기들까지 모든 걸 얘기할 수 있지만, 나는 그럴 사람이 없어졌다.
특히, 회사에서 재밌는 일, 좋은 일이 생겼는데 말을 해줄 사람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점점 더 입을 닫게 되고 원래 기복이 없는 감정은 더더욱 일자 형태가 되어가는 것 같았다.
이성을 만나서 결혼할 생각은 없지만, 그냥 마음을 터놓고 얘기할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