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여행의 노래
평창강 강가에서 나는 울었네
흘러가는 산, 흘러가는 하늘, 평창강 강가에서 나는 울었네. 하늘 아래 나 하나, 별들 뚝뚝 떨어지는 그 무섭고 황홀한 밤에 울었네, 나는 별처럼 울었네.
사랑을 잃고 울었네. 흘러가는 사랑을 바라보며 울었네. 사랑은 기어이 흘러가버리는 것이라고, 함께 흘러가지 못하는 나를 바라보며 울었네.
산같은 나무, 뿌리째 뽑아 넘기던 그 미친 여름에도, 뒤집히는 우산 당기며 젖는 옷섶 가리던 비바람산장의 밤에도, 욕망이 뛰어나와 삶을 삼키던 너무나 젊고 뜨겁던 그 밤에도, 평창강은 울고 있었네.
혓바닥 위에 불꽃처럼 타오르던 시(詩), 목이 쉬도록 부르던 노래, 닿는 맨살의 서늘한 기운에 함께 소스라치던 스무 살과 서른 살 사이로 평창강은 흘렀네.
가슴에 은하를 흘리며 우린 좋은 시절을 다 보냈네. 로뎀나무 카페 앞에서 우린 쉴 곳을 잃었네. 허브 향기 진동하던 창가에서 우린 말을 잃었네. 자갈을 미는 물소리의 아우성 속에서 우리가 나눈 키스들이 흘러갔네.
평창강 강가에서 나는 울었네. 벌받는 시시푸스처럼 나는 울었네. 산보다 높은 강 위에서 별을 받으며 나는 흘렀네. 당신보다 좋은 사람은 없을 거라고, 이 강물 다 퍼 올려도 내게 다시 당신은 없을 거라고, 흘러간 먼 곳을 바라보며 평창강이 울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