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되지 못한 말
섬
어느 한 사람이 특별해지기 시작하고 마음 속에 하나의 따뜻한 섬이 떠올랐습니다.
당신이 좋아질 때
당신이 좋아질 때는 서로를 탐하던 때가 아니라 당신이 슬그머니 미워지고 당신의 무엇이 불편해지고 우리 삶의 전망이 흐려졌을 때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닿고싶다
나는 당신을 견디지 못합니다. 이렇게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당신을.
손
손을 잡고 싶은 욕망은 참 이상해요. 덥썩 잡은 손 안에 꼬물거리는 당신의 손가락을 생각하는 일이란 어찌 이리 야하고 달콤한지요. 내 그리운 허기의 대부분은 한뼘의 포옹에서 이미 채워지는 것을.
잠
좋은 사람 곁에서 꿈없는 잠을 하얗게 잠들고 싶은 소망, 어찌 보면 내가 꿈꾸는 사랑의 전부이지 싶습니다.
태도
당신의 태도를 바라보고 있는 건 참 즐거운 일입니다. 삶을 대하는 자세, 풍경을 바라보는 시선, 존재를 생각하는 관점, 가만히 생각을 내려놓는 휴식의 풍경, 슬픔을 경영하는 따뜻한 응시, 아이들을 바라보는 심장의 쿵쿵거림, 열정적인 이야기들, 자기 식으로 계절을 표현할 줄 아는 센스, 당신의 태도는 당신이 살아온 날을 참 곱게도 증명하는 것 같습니다.
思量
사랑이란 말을 할 때 그 뒷말이 오직 <헤아림>이란 의미란 걸 잊지 말기를.
내숭
내내 당신전화가 오면 어떻게 하나, 아니 오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안절부절이었는데, 당신 목소리를 들으니 갑자기 겁이 났어요.
뭐하세요
나의 <무슨 생각>이 드디어 당신에게 중요해지기 시작했다는 일에 대한 감격, 나의 침묵이 당신에게 어떤 관심의 대상이 되어간다는 기쁨.
당신에게 수작을 걸며
수작에는 지난 시절의 헐거운 인심과 슬슬 밀고당기는 가운데 은근히 마음을 실어날랐던 옛날 방식의 말걸기가 숨어 있습니다.
/빈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