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원 그림을 보며
돌아오지 않을 사랑은
훌쩍 가버린다 칸마다
환한 사진을 매달고
다르락다르락 지나가버리는 풍경
가고나면, 여수는 끝이다
성냥알 몇 부러뜨리며
담배를 입에 문 청춘,
식어가는 난로
손 비비며 피어오른 연탄냄새를 맡는
이마를 치는
주먹만한 별들
굽이진 길섶으로 털어낸
막차 떠난 작은 역
겁나게 춥다
여수야 잘 살아라
허깨비처럼 달아난 뒤
시린 귀에 걸린
몇 이랑 파도소리
급한 볼 일이라도 있었던가
거기 스무살?
캄캄한 바다로 번지점프하다
기스난 파도가 토해낸
연애사 짧은 첫 문장
/ 빈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