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의 통증들
술자리에서 나눈 대화입니다.
지식인이 뭐라고 생각해?
글쎄.
지식을 많이 가진 사람이 지식인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무식함 아닐까? 인간이 축적한 지식이 내부에서 유기적으로 작동하여 이성(理性)적 성찰로 나아갈 때라야 그를 지식인이라고 말할 수 있어. 논쟁과 관련해서 지식인은 세 가지 정도의 특징을 가진다고 나는 생각해.
첫째는 이견(異見)에 대한 태도야. 이견에 대해서 동의하지 않는다는 사실과 그 이견을 주장하는 상대에 대한 존중을 구별할 줄 알지. 말하자면, 네 생각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네가 나와 다른 생각을 말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목숨을 걸고 지지할 수 있다는 거야.
둘째는 자기 의견을 향해 가해지는 비판들에 대한 태도이지. 내 의견을 수호하기 위해서 비판들을 함부로 진압하지 않는 게 지식인의 정신이라고 나는 생각해. 내 의견은 유일무이한 의견이 아니라 좌중에서 유통되는 여러 의견들 중의 하나라는 사실을 끝까지 잊지 않아. 내 의견은 틀릴 수도 있다는 점에 바탕해서 의견을 개진하지. 그래서 내 의견의 문제점과 결함을 인정하는 일이 일시적으로 나를 곤경에 빠지게 할 수 있겠지만, 결국에는 나의 생각과 판단을 증진시키는 일이라는 통찰을 가진 사람이야.
셋째가 가장 중요한데, 그건 문제의 차이에 미세해지는 거야. 우리 사회는 문제를 거칠게 읽어내고 한꺼번에 매도해버리는 것을 ‘논의’라고 생각하지. 그건 논의가 아니고 싸움이야. 얄궂게도 지식인을 자처하는 사람들도 이런 논의구조에 매몰되어 있어. 예를 들면 최연희 의원 있지? 그 사람의 의원직 사퇴를 누군가가 반대를 한다고 쳐. 그러면 많은 사람들은, 너는 왜 성희롱을 두둔하는 거냐고 흥분해. 조금 더 흥분한 사람들은, 너 혹시 성희롱 취미 가진 사람 아니냐고 따져. 또 네가 당한 입장이었다면 그렇게 주장할 수 있겠느냐고 묻기도 해. 의원 사퇴를 반대한다고 해서 그게 곧바로 성희롱 지지(?)와 맞줄을 긋는 건 단세포적인 도식(圖式)에 불과해. 그는 민의에 의해 선출된 의원의 사퇴가, 본인의 의사와 다른 여론의 압박으로 이뤄져서는 안된다는 점을 주장하는 건데 말이야. 문제의 다른 측면을 거론할 수 있는 발언환경을 만들어주지 못하는 건, 한 사회의 치명적인 무식이야.
그래. 그런 것 같아.
/빈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