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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insom Lee Dec 27. 2015

디지털 구루, 10계명을 말씀하시다

가치들의 빛

소셜네트워크 세상에 강림한 아름다운 흰 얼굴이여. 내내 커서를 바라보고 있는 훤칠한 정신이여. 미욱한 정신과 어지러운 살이들이 살아갈 만한 빛을 주소서.

대체 내게 왜 왔느냐? 나는 너희들의 신이 아니며, 너희들의 구원도 아니다. 나는 다만 너희 안에 존재하는, 겨우 존재하는 무엇일 뿐이다.

늘 따뜻한 시선으로 굽어보는 흰 얼굴이여. 내내 등대처럼, 출렁거리는 저 밖에서 빛을 비추는 정신이여. 부디 원컨대 미욱한 정신과 어지러운 살이들이 견딜 수 있는 힘을 주소서.

아아, 너희가 말하니 듣지 않을 수 없도다. 너희가 들으니 말하지 않을 수 없도다. 내 말을 듣되 곧 잊어버려라. 내 말로 행위하지 말고 내 뜻으로 신념하지 말고, 오로지 네 생각이 돋아나는 빛을 좇아 행하라. 나는 다만 그 부표일 뿐이니라.

아름다운 정신이여. 한 말씀을 주소서.

내 말을 잊어버려라. 기억함으로써 행하지 말고, 잊어버림으로써 행하라. 내 너희에게 열 가지 계율을 주노니 정녕 잊어버림으로써 행하라.












첫째, 너희는 겸손하라. 소셜네트워크는 너희에게 자기 만족을 주지만, 그것에 더하여 교만을 얹는 경우가 많으니라. 스스로를 들여다보는 즐거움을 주지만, 그것에 더하여 스스로를 드러내고자 하고 스스로의 명망에 취해 내실을 잊어버리는 어리석음까지도 줄 수 있느니라.

둘째, 너희는 사랑하라. 대개 사람이 모인 곳이면 파당이 생기고 불화가 생기기 쉽나니 그 처음은, 늘 사소한 이유, 작은 욕심, 미세한 기분들로 이뤄지는 것이니라. 스스로 따뜻한 마음을 증진하고 삶을 돌아보기 위해 시작했던 그 첫 마음을 잃었는가 늘 확인하고 확인하라. SNS는 사람이나니, 사람에 대한 공부이나니, 그 사랑의 온기를 잃지 말라.

세째, 너희는 소박함을 지켜라. 네트워크의 정신은 평등이나니, 너희는 모두 가난한 평등을 안고 디지털세상으로 들어왔다. 너희 중 누구도 그 가난함 이상의 것을 갖지 않았으니, 이 너른 땅에다 탐욕과 상대 빈곤을 심지 말아라. 너희는 오로지, 옛 사람들의 은거처처럼 고요한 자족의 삶을 즐겨라.

네째, 너희는 배려하라. 네트워크 세상 전부에 대한 따뜻한 생각을 잃지 말아라. 이웃을 생각할 때, 자기 콘텐츠를 생각하듯 하라. 이웃이 아픈 것은 그 하나 아픈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SNS 세상의 한 귀퉁이가 아픈 것이니, 너희는 마음을 내어 그를 위로하라. 이웃이 슬픈 것은 그 하나 슬픈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SNS 세상의 한 귀퉁이가 슬픈 것이니, 너희는 마음을 내어 그를 위로하라. 너희가 상심의 못이 되어 이웃을 찌르지 말라. 혹여 잘못하여 찔렀으면 급히 되돌아와 그 열배의 사랑과 배려로 갚아라.

다섯째, 너희는 꿈꾸어라. 지금 네트워크는 다만 흘러가는 물이니, 흘러가기 전과 흘러간 다음을 생각하라. 그 네트워크가 흘러간 다음에도, 너희는 고스란히 남아있을 것이니, 그 꿈으로 이어가라. 너희는 이 작은 것에 도취되거나 이 좁은 탐닉에 매몰되지 말고, 삶의 전체와 우주의 전체를 아우르는 비전을 가져라. 너희는 여기 머물지 않을 것임을 늘 생각하라. 너희의 꿈이 장차 세상을 바꿀 것임을 믿어라.

여섯째, 너희는 함부로 떼짓지 말라. 한 무리가 되어 돌아다니면, 질시가 생기고 오해가 번져갈 수 있으니 너희는 무리지음을 자랑하지 말라. 너희는 소외라고 생각하지 말라. 오로지 너 하나로 시작한 그 처음의 자기 중심을 잊지 말아라. 떼짓고 몰려다님이 혹여 만들어낼 불화가, 자기도 모르는 사이, 존재의 발밑을 허물어 뜨리지 않도록 조심하고 조심하라.

일곱째, 너희는 야합하지 말라. 너희를 이룬 태반, 너희를 이끄는 권력, 너희를 알아주고 키워주는 중심에 아부하지 말고, 그것의 기분에 알아서 기지 말라. 너희는 고결한 이성의 원칙을 따라 나아가되, 절대로 오프라인 세상의 비굴과 아첨과 매도와 탐심을 가져오지 말아라. 너희는 너희 식대로 살아가라.

여덟째, 너희는 따뜻한 네티즌이 되어라. 세상을 보는 눈도 따뜻하고 사람을 보는 눈도 기본적으로 따뜻한 이가 되어라. 문제를 읽는 관점도 따뜻하고 비평도 깊은 속내에서 따뜻함이 배어나도록 하라. 너희 댓글은 따뜻함의 공간이 되도록 하라. 그리하여 네트워크 세상 전부가 따뜻하도록 늘 마음을 기울이라.

아홉째, 너희는 즐거운 네티즌이 되어라. 오직 네트워크는 너희들의 즐거움을 위해서 태어난 것이니, 그 즐거움을 증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라. 너희는 즐거움을 바라보라. 지금의 즐거움이 진정한 즐거움인지, 어지러움의 경계에 있는 탐닉인지를 가려 살펴라. 너희를 채근하는 SNS의 채찍에서 자유로우라. 오로지 너희는 즐거움으로 SNS를 하고 웃음짓는 표정으로 SNS를 닫아라. 즐겁지 않은 SNS는, 이미 SNS가 아니니, 무엇이 즐겁지 않게 하는가를 늘 살펴서 바르게 고쳐라.

열번째, 너희는 공부하라. 네트워크는 너희 삶의 한가나 권태에서 찾아드는 틈새가 아니라, 너희를 몰입할 아름다운 가치가 되리니, 너희는 이 SNS에서 공부하고 수신(修身)하라. 네 공부가 네 삶을 윤택하게 하고 네 생각을 아름답게 하고 네 꿈을 알차게 하는지를 늘 확인하라. 네트워크는 너의 힘이니, 그 속에서 지혜와 빛을 찾아라. /빈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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