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가득한 날, 남양주 천마산에 올랐다. 운해까지는 바라지도 않았지만 그래도 먼동이 오방색으로 물드는 하늘은 기대했었다. 하지만, 낮고 짙은 미세먼지로 인해 빛은 퍼지지 못했고, 카메라에 담은 사진 역시 아무리 보정해도 기본적인 답답함을 어찌할 수는 없었다. 마치 내가 지금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3월 말까지다. 내가 나 스스로에게 이 프로젝트를 반드시 출시시키겠다고 마음먹은 것이. 내가 1월부터 담당한 이 프로젝트는 사실 지난해 6월에 시작되었고, 당초 지난해 말까지 준비를 완료하고 올해 1월부터는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하기로 예정되어 있었지만, 여러 사정으로 출시 일정이 지연되었다. 처음 프로젝트를 맡았을 때, 출시 일정은 조금 늦어졌어도 출시를 위한 준비는 어느 정도 되어 있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막상 담당을 맡고 보니, 아, 제대로 준비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전임 담당자를 탓할 수도, 이제 와서 못 하겠다고 포기할 수도 없었다. 시간은 부족하지만, 다시 처음부터 하나씩 해나가자고 다짐했다.
약속했던 3월 말이 이제 1주일 남았다. 출시를 위한 준비가 100이라면 이제 80 정도는 해낸 것 같다. 나머지 20을 채우기 위해, 남은 일주일의 시간 중 1시간도 허투루 써서는 안 된다. 마치 이날의 날씨처럼 답답하지만, 하는 수 없다. 그래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해 보는 수밖에.
정상에서 일출을 보며 여러 가지 생각에 잠겼다가, 문득 천마산 야생화가 보고 싶어졌다. 이 아이들은 유난히 춥고 눈이 많았던 지난겨울을 어떻게 견뎠을까, 지금쯤이면 꽃을 피웠을까 궁금해졌다. 정상에서 돌핀샘으로 내려오는 급경사는 여전히 눈이 녹지 않아서 아 미끄러웠다. 포기하고 다시 돌아갈까도 생각했지만, 야생화가 보고 싶은 마음을 이기지는 못했다. 한 발 한 발 조심스레 내디디며 돌핀샘까지 내려와, 물 한 모금 마시고, 가지고 간 도시락으로 아침 식사를 하며 햇빛이 계곡 사이로 스며들기를 기다렸다.
봄바람이 계곡을 타고 아래에서 위로 올라와 산 깊숙한 곳으로 파고들었다. 얼었던 땅이 봄바람에 녹으며 물이 돌고, 단단하게 얽혀 있던 땅의 결기가 잠시 헐거워진 틈을 비집고 너도바람꽃이 멋지게 꽃을 피웠다. 수줍은 듯 고개를 숙이고 있지만, 겨울의 언 땅을 뚫고 꽃대를 곧추세우는 강인한 아이다. 이 아이가 가진 꽃말이 '사랑의 비밀', '사랑의 괴로움'인데, 혹독한 추위 속에서 인내하며 남몰래 피어나는 속성을 잘 표현한 말인 것 같다.
나도 이 아이를 닮을 수 있을까? 나도 이 아이처럼 어려움 속에서도 참고 견디며 화려하고 아름다운 꽃을 피워낼 수 있을까. 천마산 계곡을 따라 흐드러지게 피어나고 있는 너도바람꽃이 나에게 삶을 대하는 태도를 알려주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