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오카 텐진에서 첫날 머문 호텔은 2인 1실로 아이들과 우리 부부는 각자 다른 객실을 이용했다. 비교적 저렴하게 예약한 곳이라 걱정했는데 기우였다. 깔끔한 분위기에 조식까지 포함된 가격이라니! 믿기 어려울 정도로 가성비 갑이라며 좋아했다.
문제는 새벽 2시 비상 훈련을 했다는 것. 스피커 소리가 얼마나 크던지 잠에서 화들짝 깨버릴 정도였다. 우리가 머무는 8층에서 화재가 감지되었으니 대기하라는 안내 방송이다. 대기라니 어떻게 대기하라는 건가 당황스러워 현관문을 열어보니 몇몇 사람이 복도에 나와 있을 뿐 소란함은 찾아볼 수 없다. 얼마 지나지 않아 화재라는 안내 방송이 다시 나왔다. 놀라서 옆방에 있는 아이들한테 빨리 옷 갈아입고 수건 물에 적셔서 들고 나오라고 했다. 아이들은 빈 손으로 튀어나왔고 일단 엘리베이터 앞에 모였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내리는 사람이 있었다. 다급해서 혹시나 하고 물어보니 오보라고 한다. 그로부터 방송보다 더 빠른 안내를 받은 셈이다. 들어가는 걸 보니 우리 바로 옆방 손님이다. 그사이 가방까지 챙겨서 3층 안내데스크에 다녀온 것이다. 잠시 후 오보라는 안내방송과 함께 음악이 흐른다. 아니 사람을 그렇게 놀라게 해 놓고 이 상황에서 무슨 배경 음악까지 들려주는지 어이가 없었다. 그러다가 문득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들었던 생각이 그래 진짜 화재가 아니라서 얼마나 다행인가. 위안의 의미로 음악까지 들려주나 보다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방송을 처음 접하고 당황스러워 어찌할 바를 몰랐던 우리와 달리 그들의 대응은 침착했다. 지진이 빈번한 나라에 사는 사람들이라 그런지 평소 훈련이 잘 돼 있음을 느꼈다.
방송을 접하고 화재가 나면 물수건으로 입을 막고 비상계단으로 대피해야 한다는 생각은 떠올랐다. 하지만 생각뿐 몸은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화재라는 방송을 듣고도 기껏 움직여 비상계단이 아닌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니. 머리로 생각했던 것조차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고 어찌할 바를 모르고 그 자리에서 맴돌았다는 것이 충격이었다.
처음 화재 감지라는 방송이 나왔을 때 계단을 이용해 건물을 빠져나갔어야 했던 게 아닐까. 진짜 화재였다면 수건이고 뭐고 그냥 잠옷 바람에 뛰쳐나갔어야 했나! 아님 차분히 방송 안내에 따라 행동해야 하나? 아직도 어떻게 했어야 제대로 대처하는 건지 알 수 없다. 화재가 아니라 다행이었지만 우리 가족의 대처 수준은 일단 민첩한 행동에서 빵점이었다. 아! 그래서 머리로만 입력할 게 아니라 몸으로 움직이는 실재 훈련이 필요한 거구나 싶었다.
새벽에 한바탕 소동을 치르고 나니 심리적인 불안 때문인지 잠도 오지 않았다. 뒤척이다 맞이한 아침 피로가 몰려왔다. 벳푸 가는 버스를 타야 하니 예약한 시각에 맞추어 조식 카페로 내려갔다. 테이블에 노트북을 펼쳐놓고 부지런히 자판을 두드리며 몇몇 사람이 벌써 식사 중이다. 간밤에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평범한 일상이 시작되고 있었다. 갓 구운 바삭한 빵, 각종 과일과 견과류가 들어간 푸짐한 요구르트와 시원한 주스까지 만족스러웠던 아침 식사가 간밤에 놀란 가슴을 다독여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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