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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삶의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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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의 영혼 Mar 12. 2023

벳푸에서 일본 료칸 체험과 지옥순레

여유롭게 즐긴 벳푸에서의 1박 2일

일본 여행은 교통패스가 필수!

여행 둘째 날은 벳푸로 이동해 하룻밤 머물고 다음날 오후 다시 텐진으로 돌아오는 일정이다. 벳푸를 다녀오기 위해 한국에서 미리 산큐패스 2일권을 구매했다. 벳푸 다녀올 때까지 이틀 동안은 고속버스와 대부분의 시내버스 일부 선박까지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할인 혜택도 누릴 수 있다. 우리는 미처 생각을 못해 20%나 해주었던 관광지 입장료 할인 혜택도 받지 못했다.


일본은 기차를 이용할 수 있는 레일패스, 버스를 이용하는 산큐패스 등 여행자를 위한 다양한 교통패스가 있다. 전에 일본 여행할 때는 레일패스 5일권을 끊어 북큐슈 전체를 돌아보았다. 아소보이특급열차, 유후인관광열차, 신칸센 등 저마다 특징 있는 열차를 타보는 즐거움도 함께 누릴 수 있었다. 북큐슈 외곽까지 다녀온다면 레일이건 산큐건 교통 패스는 무조건 구매하는 게 좋다. 교통비 절감은 물론 매번 티켓구매나 버스비를 내지 않고 패스만 보여주면 되는 편리함도 따른다. 산큐패스를 구매했어도 고속버스를 이용할 경우 미리 예약을 해야 한다. 우리는 한국에서 미리 예약을 하고 갔다. 예약 시 좌석도 선택해 지정한다. 일반 시내버스는 그냥 패스만 보여주면 되고 고속버스는 터미널에서 좌석 티켓을 받아 승차해야 한다.


텐진에서 벳푸까지는 고속버스로 2시간 30분이 소요된다. 하카타역 후쿠오카 공항을 거쳐 고속도로에 오르면 벳푸까지 논스톱으로 달린다. 중간에 휴게소에 들르지 않아서인지 버스 내에 화장실이 있다.

2일권 산큐패스와 터미널에서 발급 받은 고속버스 좌석 티켓

지코쿠(지옥) 순례

벳푸에 도착하니 점심시간이다. 이번 여행에서 벳푸에  가장 큰 목적은 일본 전통 숙박 시설인 료칸 체험이다. 료칸에 머물며 온천욕과 카이세키 요리(일본 코스 요리)도 즐겨보고 싶었다. 예약한 료칸에 도착해 짐을 맡기고 저녁 시간과 가족탕을 예약한 후 가볍게 거리로 나섰다. 호텔 주변에 마침 눈에 띄는 텐동 전문 식당이 있어 그곳에서 점심을 먹었다. 우연이 들어간 곳인데 이 식당이 자랑하는 계란말이와 밥 위에 올려진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생선 장어 등의 튀김 맛이 일품이다.

우나기텐동과 계란말이

저녁 식사(카이세키 요리) 예약을 6시로 해놓았으니 그 시간까지 속소로 돌아오면 된다.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 일본에서 첫 번째로 꼽히는  온천 도시에 왔으니  벳푸 8탕 중 하나인 칸나와 온천마을에서 지옥순례를 해볼 만하다. 숙소 근처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25분쯤 창밖 구경을 하다 보니 칸나와에 도착했다. 마을 곳곳에서 하얀 증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지코쿠(지옥) 순례는 7개의 독특한 형태와 색채로 이루어진 간헐천이 테마처럼 꾸며진 관람용 온천을 돌아보는 것이다. 온천수로 악어를 키우는 곳도 있고 열대 식물을 키우는 곳도 있다. 100도에 가까운 뜨거운 증기의 분출로 주민들이 가까이 접근할 수 없어 지코쿠(지옥)라 불렸다. 5곳은 도보로 이동이 가능한 거리에 모여 있고 2곳은 투어버스를 이용해 둘러본다. 보통 단제 여행으로 투어버스를 타고 온 사람들은 다 돌아보지만 개별적으로 온 사람들은 우리처럼  한 두 곳을 둘러본다.


전에 가보았던 곳으로 코발트빛 바다를 연상하게 하는 우미(바다) 온천이 괜찮았다. 처음 온 두 딸에게는 우미(바다) 온천 입장권을 끊어주고 우리 부부는 근처에 있는 가마도(가마솥) 지옥을 다녀왔다. 관람용 온천이지만 우미지옥도 그랬고 가마도지옥도 족탕이 있다. 온천수에 발을 담그고 잠시 피로를 풀며 쉬어갈 만하다. 온천수로 찐 달걀도 맛보고 온천수를 이용한 상품도 판매하고 있어 두루 즐겨도 한 곳에 1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가마솥지옥은 온천수도 맛볼 수 있고 양말 신고 발바닥 찜질 하는 곳도 있다. 바로 옆으로 증기가 솟아 나는 곳에서 목이나 코로 수증기를 빨아들이면 인플루엔자 예방에도 좋다고 한글로 써놓았다.

매화가 활짝 핀 벳푸공원 산책

눈으로 즐겼으니 이제 숙소로 돌아가 온천욕을 즐길 차례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벳푸 공원에 잠시 들렀다. 산책하다 보니 공원 중앙에 매화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때마침 만개한 모습으로 여행자들에게 선물을 안겨 주었다.


공원에서 나와 숙소로 향해 걷다가 큰 상점이 눈에 들어왔다. 잠깐 들어가 구경도 하고 저녁에 숙소에서 마실 맥주와 안주도 준비하다 보니 어느새 저녁 시간이  다되었다. 이 또한 걸어 다니는 즐거움 중 하나다.


료칸 체험과 카이세키 요리(일본 코스 요리)

서둘러 숙소에 도착하니 우리가 맡긴  짐을 객실로 다 옮겨놓았다. 객실은 5층이었고 테라스에서 바다뷰가 시원하게 펼쳐졌다. 기왕 전통체험 하는 거 유카타로 갈아입고 갔으면 좋았을 걸 그럴 시간도 없이 입던 옷 그대로 입고 식당으로 내려갔다. 카이세키는 객실에 차려주는 곳도 있지만 이곳은 2층 식당으로 내려오라고 했다. 


바다뷰가 아름다운 객실 내부

카이세키 요리의 기본코스 형식을 다 갖추고 순서대로 나오지는 않았다. 식전 식욕을 돋우는 음식과 사시미 구이 찌게 튀김 등 기본 요리가  한 번에 차려졌다. 밥은 나중에 나오는데 원하면 먼저 가져다준단다. 그리곤 후식으로 마무리한다. 기대했던 만큼 만족스럽지는 않았지만 사시미나 소고기는 신선하고 맛있었다.

카이세키 요리(일본 코스 요리)

식사를 끝내고 객실로 돌아오니 두툼한 요와 이불로 깔끔한 이부자리가 펼쳐져 있다. 가족탕을 7시 30분으로  예약했으니 급히 유카타로 갈아입고 남편은 혼자 대온천장으로 가고 두 딸과 나는 가족탕이 있는 옥상으로 갔다.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벳푸타워 야경을 바라볼 수 있었다. 노천탕으로 바다전망이지만 이미 캄캄한 저녁이다. 쌀쌀한 저녁 기온에 오돌돌 떨며 좁은 탕에 들어가 있다가 제대로 씻기라도 하려고 나는 대온천장으로 갔다. 대온천장의 통유리 너머로도 가족탕과 같은 바다 전망이다. 뜨끈하고 얼마나 좋던지 게다가 아무도 없어 혼자 독차지하고 온천욕을 즐겼다. 

노천 가족탕/벳푸 타워 야경

처음 도착해 식사 시간 예약할 때 저녁 먹는 시간이 1시간 30 분이 소요된다고 했다. 그럼 가족탕 이용은 빨라야 7시 30분부터 가능하다. 그 시간이면 캄캄해서 아무것도 안 보일 텐데 굳이 추가요금 내고 따로 예약할 필요가 있겠냐고 했다. 딸은 가족탕 전망이 좋다며 이용해보고 싶다기에 그냥 그러라고 했다. 그러고는 두 딸은 저녁은 물론 다음날 아침까지도 숙박비에 포함된 대온천장은 단 한 번도 이용하지 않았다. 나로선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잔소리로 들릴까 싶어  그냥 말없이 넘어갔다.


숙소에서 맞이한 일출과 바닷가 산책

어쨌든 무게감 있고 두툼한 이부자리를 좋아하는 나는 폭신한 잠자리에서 아주 잘 자고 일어났다. 아침에  테라스에 서니 마침 수평선 너머로 붉은 태양이 떠오르고 있다. 해는 떠오르자마자 순식간에 먹구름이 삼켜버렸지만 기분 좋은 아침이다.


벳푸 바닷가 산책로
숙소에서 바라본 일출과 산책길에 만난 벳푸항

숙소 뒤로 바닷가 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남편과 아침 산책에 나섰다. 조금 걷다 보니 벳푸항도 만나고 안쪽으로는 어제 우리가 걸었던 길이 보인다. 바다는 마치 강인 듯 잔잔한 물결로 일렁인다. 고요한 아침 산책이 더없이 좋았다. 산책 후 대온천장을 다녀올 때까지도 아이들은 잠을 자고 있다. 아침 식사 시간이 되어서야 일어났다. 석식보다 조식이 오히려 만족스러웠다. 아기자기한 작은 그릇들에 예쁘게 담겨 나온 음식들이 보기도 좋고  입에도 맞았다.


보기도 좋고 맛도 좋았던 료칸 조식

타카사키야마  자연동물원(원숭이 공원)

오후 2시 고속버스를 타고 다시 후쿠오카 텐진으로 돌아가는 날이다. 체크아웃 후 료칸에 짐을 맡기고 원숭이 공원을 가보기로 했다. 사실 나는 원숭이에 대해서 좋지 않은 기억이 있다. 어느 나라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원숭이가 사람 손에 들고 있는 것도 달려들어 낚아채 가기도 해서 조금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은딸이 원숭이 보러 가고 싶다기에 썩 내키지 않았는데 가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만큼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타카사키야마 자연 동물원은 오이타시에 속하지만 벳푸시에 인접해 있다. 산 전체가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일본원숭이 서식지다. 약 1,700마리의 원숭이가 그룹을 이뤄 생활하는 곳으로 일본 야생 원숭이를 가까이서 볼 수 있다. 관람시설이 있는 중턱까지 모노레일도 운영을 한다. 완만한 경사의 산책로를 따라 5분 여정도 걸어 올라가면 여기저기 원숭이들이 눈에 들어온다.

발 모양은 다르지만 손은 사람의 손과 똑같은 모양이다. 사람이 가까이 가도 크게 경계하지 않는다. 먹이 줄 시간이 되자 산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원숭이들이 일제히 몰려든다. 구경하는 사람들이 발을 벌리고 서 있으면 그 사이로 자연스럽게 지나간다. 가두어 두지 않고 자연 속에서 생활하며 때가 되면 먹이도 챙겨주어서 인지 야생이라도 순하고 꾀나 친화적이다. 작년 5월에 태어난 아기 원숭이들은 얼마나 사랑스럽던지 손동작이며 원숭이들의 일상을 지켜보는 재미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오래된 마을 골목길 거닐며 만난 우동집과 100년 전통 빵집


다시 버스를 타고 숙소 가까운 곳으로 이동했다. 오래된 마을의 좁은 골목을 거닐며 우동 맛있는 집을 찾아갔다. 그 골목에 어울리는 작은 식당은 하루노이로 라는 곳이다. 젊은 주인한테 메뉴 추천을 받아 니쿠와카메우동, 니쿠고보우텐 우동 도리텐우동을 맛봤다. 니쿠고보우텐 우동은 소고기가 들어가고 바싹한 우엉 튀김이 산처럼 봉긋 솟아 있다. 우엉 튀김맛이 별미다. 영양면에서도 한 끼 식사로 부족함이 없다.


우동 먹는 사이에 검색을 했는지 딸들은 그 주변 100년 역사의 빵집을 찾아냈다. 아이들과 다니니 길 찾느라 핸드폰에 시선 콕 박고 다니지 않아도 되고 정보도 빠르니 이런 점은 좋았다.


니쿠고보우텐 우동(소고기와 우엉튀김)

토모나가 팡야라는  빵가게는 한눈에 봐도 오랜 세월을 품고 있음이 느껴졌다. 시골 슈퍼 같은 작은 규모의 빵집은 가격도 착하더라. 밖에서 줄 서 있으면 한 사람이 나와서 주문을 받고 순서대로 들어가 계산하고 주문한 빵을 들고 나온다. 일행이 여러 사람이 가면 한 사람만 가게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그만큼 규모가 작은 가게지만 찾는 발길은 많다는 얘기다. 점심을 든든하게 먹은 직후라서 100년 전통의 빵맛은 저녁 숙소에서 맛보기로 하고 서둘러 짐을 찾아 텐진으로 향하는 버스에 올랐다.

100년 전통의 토모나가 팡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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